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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taylorswi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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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테일러 스위프트는 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중이다. 그 이름대로, 2006년 데뷔 이후 17년에 걸친 10장의 앨범을 각각 하나의 ‘시대’로 나누어 선보이는 콘서트다. 올해 3월부터 미국 53회, 중남미 13회 공연을 진행 중이다. 내년 봄‧여름, 아시아 및 유럽에서 64회 공연을 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북미로 돌아가 15회 공연으로 끝낸다.

 

8월 9일은 미국에서의 53번째,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날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4년 앨범 ‘1989’의 재녹음 버전, ‘1989 (Taylor’s Version)’ 발매 일정을 깜짝 공개했다. ‘1989’는 ‘Fearless’, ‘Red’, ‘Speak Now’에 이어 4번째 재녹음이다. ‘1989 (Taylor’s Version)’는 10월 27일 공개 예정이다. 발표 직후 그의 홈페이지에서는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 앨범이 공개될 때까지 두 달이 남았지만, 팬들의 기대감은 이미 스트리밍 시장에서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발표 직후 ‘1989’ 오리지널 버전 스트리밍이 급증하면서, 8월 10일에는 수록 곡 대부분이 미국 스포티파이 일간 차트에 진입했다. 앨범의 최대 히트 곡 ‘Blank Space’는 8월 19일 자 빌보드 핫 100 49위로 재진입했다. 2014~2015년에 7주간 1위를 포함하여 36주간 차트에 올랐던 이후 처음이다. 8월 19일 자 차트의 성적 산출 기간이 8월 4~10일이므로, 재녹음 발표 이후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글로벌 200 성적은 더 인상적이다. ‘Blank Space’ 40위, ‘Style’ 49위, ‘Shake It Off’ 83위로 각 노래가 글로벌 200 차트에서 역대 가장 높은 순위를 찍었다. 8월 26일 자 핫 100에는 ‘Style’의 재진입이 확실시된다.

 

선주문 성적은 어떨까? 첫 하루 동안 ‘1989 (Taylor’s Version)’의 선주문은 41만 장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Midnights’의 11만 5,000장, ‘Speak Now (Taylor's Version)’의 12만 장과 차원이 다른 속도다. 4가지 버전의 한정판 CD는 첫 89시간 동안에만 주문 가능했지만 하루 만에 매진됐다. 한정판 CD가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인데, 한정판을 제외해도 여전히 한참 앞서는 성적이다. 하루 동안 LP만 13만 장을 팔았다. 첫 주간 선주문은 44만 장이다. 참고로 ‘Midnights’은 첫 주간 20만장, 두 달간 총량이 41만 장이었다. 선주문 시장이 팬 중심이라고 가정해도, ‘1989 (Taylor’s Version)’에 대한 반응은 한층 더 폭발적이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다. 8월 18일에는 48시간 동안만 한정판 CD 중 1가지와 동일한 커버의 한정판 LP를 판매했고, 주말을 거쳐 전체 선주문량은 60만 장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디지털 앨범 선주문은 포함되지 않는다. 모든 선주문은 10월 27일 발매일에 판매량으로 집계된다. ‘1989 (Taylor’s Version)’는 데뷔 주간 100만 장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에라스 투어의 매출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최근 CNN은 북미 68회 공연의 티켓 판매만으로 22억 달러 매출이 추정된다는 기사를 냈다. 역대 투어 매출 1위는 엘튼 존의 고별 투어로 8.8억 달러다. 최근 마무리된 해리 스타일스의 투어가 4.2억 달러다. 이미 작년 말 공연 예매 경쟁으로 티켓마스터는 소송과 의회 청문회에 휘말렸다. 50달러에서 899달러의 공연 티켓은 리세일 시장에서 평균 1,600달러 이상에 팔린다. 관중들은 새로운 옷, MD, 음식 등 부가비용으로 평균 600달러 이상 지출한다고 조사되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공연장 바깥 주차장에서라도 공연 음향을 들으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북미 투어의 경제 효과가 50억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정리한 모든 숫자는 오직 한 가지를 말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테일러 스위프트다. ‘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그는 세대를 정의하는 히트 곡 카탈로그와 탁월한 마케팅 감각으로 1980년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전성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의 뜨거운 수요와 미디어의 관심을 끌어냈고,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파편화된 21세기에는 재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지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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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테일러 스위프트는 언제나 스타였다. 팬데믹 이전에 낸 7장의 앨범 중 데뷔작을 제외한 6장은 모두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빌보드 핫 100 1위가 5곡이다. 올해의 앨범 2개를 포함하여, 그래미 어워드에서 10개 부문 상을 받았다. 하지만 컨트리에서 팝으로 확실히 노선을 전환한 ‘1989’로 스타덤의 정점에 오른 이후 ‘reputation’ 앨범으로 이어지던 시기의 몇 가지 논란도 있었다. 모델, 배우, 가수 등 그녀의 친구 집단, 이른바 스쿼드(squad)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부터 카니예 웨스트의 ‘Famous’의 가사를 둘러싼 진실 게임, 정치적 이슈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둔감하다는 지적 등 적어도 모두의 사랑을 받는 컨트리 아이콘의 위치와는 한참 멀어졌다. 이로 인하여 그녀의 상업적 위치가 결정적으로 위협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reputation’은 여전히 성공적인 앨범이고, 3억 달러 가까운 투어 매출까지 냈다. 하지만 ‘Lover’의 첫 주간 판매량이 100만 장에 미치지 못하고, 첫 싱글 ‘Me!’가 핫 100 2위에 그쳤을 때, 그것이 충분히 좋은 성적이라 할지라도 많은 이들은 일종의 균열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Lover’로부터 불과 1년이 지나기 전에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었다. 2020년 ‘folklore’와 ‘evermore’가 연이어 나왔다.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 상황에서, 아론 데스너와 잭 안토노프가 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원격으로 협업하고,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앨범이다. 그는 팝 블록버스터 앨범 공개 전략을 완전히 뒤집어 두 앨범 모두 발매 하루 전에 깜짝 공개했다. 홈 레코딩, 깜짝 발매, 모두 당시에 흔한 키워드다. 하지만 빌리 아일리시는 홈 레코딩을 해도 깜짝 발매를 하지 않고, 비욘세는 깜짝 발매를 해도 내용물은 블록버스터다. 두 가지를 동시에, 팬데믹이 한창일 때 두 앨범을 쏟아내는 과감한 타이밍은 테일러 스위프트를 재정의한다. 컨트리에서 팝으로 이어지는 경력상의 흐름에서 얼터너티브, 인디 포크라는 장르적 전환은 음악적인 영역의 확장이 아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송라이터 자체로 모두의 관심을 되돌리는 집중이다. 두 앨범 모두 음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 이후 우리에게 익숙해진 온갖 차트 신기록이 이어졌다.

 

2021년부터 본격화된 재녹음 프로젝트는, 마스터 권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되었지만, 궁극적으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카탈로그 전반에 대한 관심과 소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지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2022년 ‘Midnights’의 대성공은 ‘folklore’와 ‘evermore’ 이후 기존 앨범 중 가장 중요한 ‘Fearless’와 ‘Red’의 재녹음이 팬들을 단단히 결집시킨 것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팬데믹이 끝나고 더 에라스 투어가 온다. 이 쇼 안에서 기타와 피아노를 치며 홀로 노래하는 컨트리 아티스트, 발랄한 팝 스타, 뱀 장식을 휘감은 공격적 퍼포머, 숲속의 포크 가수는 모두 한 사람의 다른 ‘시대’를 상징한다. 단순한 콘셉트의 나열도 아니고, 강박적인 다양함도 아니다. 지금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17년이 끊임없는 발전이 아니라 구불구불하지만 매번 최선을 다해 지내온 시간이니, 그 모두가 나라고 선언할 만큼 성숙하다.

 

그래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배력은 그것을 이루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벽돌처럼 쌓아 올려지며 완성된다. 좋은 음악, 탄탄한 팬 베이스가 교과서적 기본이라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네이티브의 첫 세대로서 팬과의 연대감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능력, 모든 새 음악은 그 시대의 플랫폼에 어울리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믿는 마케팅 감각이 그것이다. 그는 이 벽돌로 당대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지배력의 성을 쌓았다. 더 에라스 투어는 그것을 완성하는 이벤트이고, 공연이 이어질수록 그 반향은 더욱 커진다. ‘1989 (Taylor’s Version)’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그 일부일 뿐이다.

 

8월 19일 자 빌보드 200 차트를 보자. ‘Speak Now (Taylor's Version)’ 4위, ‘Midnights’ 5위, ‘Lover’ 6위, ‘Forklore’ 9위, ‘1989’ 13위, ‘reputation’ 15위, ‘Red (Taylor’s Version)’ 18위, ‘Evermore’ 24위, ‘Fearless (Taylor’s Version)’ 31위, ‘Taylor Swift’ 114위, ‘Speak Now’ 181위다. 그녀의 카탈로그 10장이 전부 차트에 올라 있다. 톱 10에 4장을 올렸다. 역사상 가장 많다. 만약 ‘1989’가 10위 이내에 들어갔다면, 생존 아티스트 최초로 5장을 톱 10에 올렸을 것이다. 내년 가을 더 에라스 투어가 끝났을 무렵, 우리는 2020년대의 첫 절반을 한 단어로 정의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니라면, 다른 무언가의 테일러스 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