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다. 그녀는 기존 판본을 대체하는 새로운 마스터를 만들고자 한다. 첫 재녹음 앨범 ‘Fearless (Taylor's Version)’는 이 계획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2012년 앨범을 다시 녹음한 ‘Red (Taylor's Version)’를 공개했다. 발매하자마자 ‘빌보드 200’과 ‘핫 100’에서 동시에 1위에 올랐다.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양대 차트 동시 1위 데뷔는 세 번째다. 방탄소년단,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가 각각 한 번씩 기록했다. 첫 주 앨범 판매량을 보면 ‘Fearless (Taylor's Version)’의 29만 장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 61만 장 단위다.
기존 앨범 수록곡을 재녹음할 때 새로움을 찾기는 어렵다. 재녹음의 목적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대신 테일러 스위프트는 앨범 작업 시에 만들었으나 공개하지 않았던 곡들을 ‘From the Vault’라는 이름으로 추가하고 있다. 과거 음반사들이 오래된 앨범을 재발매할 때 보너스로 제공하던 사례와 유사하다. 단, 테일러 스위프트가 최근 TV 토크쇼에서 말한 것처럼, 과거에는 음반사가 어떤 노래가 싱글로 홍보될지, 어떤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결정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한다.
그리고 ‘From the Vault’는 재녹음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 세상의 의문에 대한 해답 중 하나다. 그 의문이란, 재녹음을 꾸준히 내놓는 것으로 화제성을 유지하고, 마침내 6장의 초기작이 모두 성공적인 ‘Taylor's Version’을 가질 수 있을까? ‘핫 100’ 1위에 오른 노래는 ‘All Too Well (10 Minute Version)’이다. 이 노래의 2012년 버전은 오랫동안 그녀의 팬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노래였다. ‘롤링스톤’은 지난 10월 테일러 스위프트의 모든 노래, 206곡의 순위를 작성하면서 ‘All Too Well’을 1위에 올렸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일찍이 이 노래가 애초 10분 분량이었으나, 앨범에는 5분 29초로 축약한 버전이 실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로 그녀의 팬에게 ‘All Too Well’의 10분 버전은 잃어버린 성배였다.
‘Red (Taylor's Version)’는 이 노래의 원래 비전이 세상에 공개될 절호의 찬스였다. 물론 앨범 홍보도 이 노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뮤직비디오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직접 감독한 15분짜리 단편영화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SNL’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불렀다. 그 결과, ‘All Too Well (10 Minute Version)’은 ‘핫 100’ 1위에 오른 가장 긴 노래가 되었다. 원곡은 80위에 올랐었다.
10분 버전이 5분 버전보다 더 좋다는 뜻은 아니다. 5분 버전이 더 낫다고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파국적 연애를 다루는 노래는 10분 버전에 이르러 더 자세하고 직접적인 묘사를 추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시간이 빨리 흘러서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뿐’이라며 연애의 끝에 실리던 무게중심은, 그 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뜨겁게 옮겨졌다. 그래서 ‘아무도 몰라야 했던 이 관계를, 넌 비밀로 숨겼고, 난 맹세로 여겼다’는 균열이, ‘우리 나이가 비슷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말에 난 죽고 싶었다’는 불균형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여기에서 팬들은 단지 환상으로 존재했던 원곡을 만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오랫동안 사랑한 노래와 더 깊은 유대를 맺을 기회를 얻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방향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TRIVIA
재녹음 프로젝트의 향방을 유심히 바라보던 레코딩업계는 최근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메이저 음반사가 새로운 계약 시 아티스트의 재녹음 권한을 제한하거나, 재녹음이 가능한 기간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아티스트는 마스터 권한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제 마스터 권한은 녹음 결과물에 대한 통제만이 아니라, 스트리밍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상 아티스트의 스트리밍 수익 지분은 20%이나, 마스터 권한과 함께라면 8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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