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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봄
사진 출처. ENHYPEN 위버스

ENHYPEN의 정원에게 오늘, 3월 23일 ‘세계 강아지의 날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뜻깊은 날일 지도 모른다. 정원은 1년여 전 유기견 마음이를 반려견으로 맞아들였고, 그의 휴대폰에 마음이의 사진이 점점 늘어나는 사이 마음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점점 커졌다. 쉬는 날이면 마음이가 떠오르고, 마음이의 모습을 팬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젠 마음이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정원에게 한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사랑하는 과정에 대해 물었다. 

 

첫 만남

정원: 마음이는 유기견 입양을 통해 만나게 됐는데 누나랑 아빠가 엄청 일찍부터 가서 데려왔대요. 처음 왔을 때 4개월이었는데,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눈물 자국도 엄청 심해서, 꼭 4살쯤 된 강아지인 줄 알았어요. 근데 누나가 약을 발라주고, 털도 잘라내면서 신경을 써주니까 갈 수록 애가 어려지더라고요.(웃음) 관리를 해줄수록 점점 털도 하얘지고 예뻐지는 걸 보니까 좋았어요. 가장 최근에 봤을 때는 올해 1월이었는데 너무 잘 먹어서 몸집이 두 배가 되어 있었어요. 

 

마음이 통하는 과정

정원: 같이 사는 반려동물이니까, 힘든 기억이 있던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었어요. 옛날엔 ‘애완’동물이라 했지만 지금은 ‘반려’동물이라고 명칭이 바뀌었잖아요. 함께 사는 가족인 만큼 유기견한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사실 입양 전에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유기견의 트라우마가 걱정되기도 했어요. 마음이도 차 탈 때나 외출할 때 겁을 먹거든요. 특히 자동차와 관련된 어떤 트라우마가 있나 봐요. 그래서 여행도 많이 가려고 하고, 아빠가 새벽에 일어나서 마음이 산책을 시켜주시기도 해요. 저 없을 때도 가족들이 차 안에서 간식도 주고, 안 좋은 기억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마음이가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한 건 이런 감정들을 마음이가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거예요. 둘이 장난치다가 살짝 물렸을 때, 제가 아파하면 마음이가 미안하다는 듯이 가만히, 초롱초롱 쳐다보거든요. 장난감을 던지면서 놀아주다가 피곤해져서 누우면 마음이도 그대로 옆에 와서 그냥 눕고요. 다만 제 감정을 이해하거나 ‘간식’이나 ‘산책’, ‘형아’처럼 아는 단어에 갸우뚱거리며 반응하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하지만 마음이가 원하는 걸 제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배고프다’, ‘아프다’, 이렇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가족

정원: 반려견 하나 키우면 가족이 하나 더 생기는 느낌이라고 다들 말하시잖아요. 그 말이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는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저희 가족이 원래는 5명이서 다 같이 살았는데 이제 제가 없는 빈자리를 마음이가 채워주는 것 같아요. 저에게 힘도 많이 되고요. 또 마음이와 ENHYPEN의 나이가 같다 보니까 ‘마음이가 이 정도 나이가 되면 ENHYPEN도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해요.

 

마음이와 함께

정원: 마음이가 가족들 중에서 저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일단 집에 들어가면 계속 점프하면서 엄청나게 반겨줘요. 저를 자주 못 봤는데도 제가 가는 곳은 어디든 다 따라다니고, 숙소로 돌아가면 한 시간 동안 현관문 앞에 앉아 있고 그런대요. 그런 마음을 아니까 집에 갈 때면 늘 마음이와 같이 있어주려고 해요. 간식 주고, 놀아주고, 같이 자고. 근데 마음이랑 같이 자면 제가 추워요. 마음이가 이불 덮는 걸 진짜 좋아해서 양보해야 하거든요. 제 베개에도 막 누워 있고, 양말도 늘 물어 가서 숙소로 돌아갈 때면 새로운 양말을 꺼내야 할 정도예요. 하지만 저를 좋아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니까 다 귀엽게 보여요. 마음이와 함께 노는 것 자체가 저에게도 휴식이 되기도 하고요. 겨울에 마음이랑 눈길을 산책한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아했어요. 마음이가 눈을 밟아본 지 얼마 안 됐을 때거든요. 세 번째 정도? 그래서 엄청 신난 게 눈에 보였어요. 눈 밟고 가다가 나중에는 발이 시려우니까 앞발 한 쪽만 든 채 안아달라고 가만히 서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어요. 

마음, 이 챙김 

정원: 마음이의 가장 예쁜 모습을 위버스에 올릴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해요. 마음이가 이제 사진 찍을 때마다 자기가 찍힌다는 걸 알거든요. 찍으려고만 하면 막 피해요. 그래서 최대한 예쁜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누나랑 계속 보면서 고르는데 그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누나는 집에서 마음이를 더 챙겨주고 있는데 옷 같은 것도 직접 다 골라서 사주고 있어요. 외출복, 내복 등 옷이 진짜 많거든요? 근데 신기하게도 마음이가 ‘이 옷 입으면 나가는구나.’를 알더라고요. 음식도 사람이 먹는 것은 강아지에게 굉장히 안 좋다고 해서 집에 강아지 요거트도 따로 두고 있고 이번 생일엔 황태포 같은 건강한 간식도 사주고 싶어요. 사실, 제가 집에 오는 날은 가족들이 웬만해서는 아침부터 간식을 안 주거든요. 제가 많이 주니까. 그래서 마음이가 저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반려견과의 삶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원: 그냥 강아지가 좋다는 순간적인 감정만 있고 꾸준히 키울 자신이 없다면 좀 더 고민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물론 저도 마음이와 늘 함께 있진 못하지만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오랫동안 애정을 가져야 하고, 또 스스로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혹은 스스로의 어느 일부를 포기해서라도 키울 수 있어야 하거든요. 유기견이 생기는 이유 중 많은 경우 키우는 사람들이 비용의 문제나 강아지들이 아프다는 이유로 키우는 걸 포기해서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것 때문에라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고민을 해보시고, 많이 알아보시길 바라요. 많이 알아봐야 강아지를 키운다는 게 어느 정도 힘들지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 강아지의 날’을 맞이한 강아지들에게

정원: 강아지분들, 강아지의 날 축하드려요. 간식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고, 주인분들 깨물지 마시고, 너무 누워 있지만 마시고 산책도 자주 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무병장수하세요. 그리고 마음이는 한 번 아픔을 겪은 유기견이기 때문에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하면 좋겠어요. 마음아, 지금 병원에서 딱 평균 체중이라고 하니까 간식 좀 덜 먹자. 산책도 더 자주 하고, 여행도 더 자주 다니면 트라우마도 사라질 테니까 얼른 같이 없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