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관의 배구 입문기
승관: 어릴 때부터 구기 종목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배구를 처음 보는데, “이 운동은 뭐지?” 너무 박진감 넘치고 재밌는 거예요. 매일 경기 방송 시간에 맞춰 TV를 틀어놓고, A4용지에 누가 득점했고, 누가 블로킹을 했고, 또 우리 팀이 뭐를 범실했는지 다 적었어요. 진짜 줄곧 배구만 본 적도 엄청 많았는데, 이제야 사람들이 배구의 매력을 알아보네요.(웃음) ‘인삼공사’ 팬이 된 건 아마 2005,6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원래 ‘인삼공사’가 ‘KT&G 배구단’이라는 이름이었어요. 9살, 10살 때 어린 마음에 그냥 그 이름이 너무 멋있어 보인 거예요.(웃음) 유니폼도 그때는 하늘색이었거든요. 또 그 당시에 국내 배구의 전설로 불리는 최광희 선수가 저희 팀이었고요. 저는 원래 뭐 하나를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해서, 마치 원더걸스 선배님들 좋아하듯 그때부터 계속 좋아한 거죠.
직접 배우면서 느끼는 배구의 재미
승관: 처음 배웠을 때 생각보다 팔이 엄청 아프더라고요. 배구공도 생각보다 딱딱하고, ‘와 진짜 쉽지 않다. 엄청 어려운 운동이구나.’ 했어요. 처음에는 리시브부터 해서, 공을 어디에 놓고, 어떻게 튀기는지 기초적인 걸 배웠어요. 그러다가 스파이크도 때려보고, 스파이크 서브도 받아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만약 배구를 하게 된다면 ‘리베로’나 ‘세터’ 포지션을 해보고 싶어요. 김연경 선수처럼 스파이크하는 포지션도 좋지만, 그 스파이크를 연결해주기 위해 서포트하는 역할(세터)을 해보고 싶거든요. 원래 축구할 때도 골키퍼를 많이 했어서, 수비 전문인 ‘리베로’도 탐나고요. 저는 몸은 아끼지 않고 막 날려서 쓰니까.(웃음)
배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플레이
승관: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특히 배구는 코트에서 한 명이라도 망가지면 플레이가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공 하나를 위해 정말 끝까지 쫓아가는 집념. 그리고 스파이크를 때릴 때의 타격감 또 그걸 받아내는 짜릿함이 있어요. 블로킹도 너무 좋고요. 무엇보다 몸을 부대끼면서 몸싸움을 하는 운동이 아니라서 보기에 더 좋은 것도 있어요. 배구는 매너가 중요한 운동이라 멋있는 스포츠라 생각했고요. 네,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나 봐요.(웃음)
배구의 스포츠 정신,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승관: 김연경 선수께서 하신 명언이 있잖아요.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그 말처럼 배구는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흐려지면, 계속 공격권을 가져와도 해결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참 신기한 스포츠인 것 같아요. 실력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흐름을 어떻게 잡고 25점까지 끈질기게, 볼에 대한 싸움을 누가 먼저 끝내는지에 달린 거예요. 방심하다가 따라잡혀서 지는 경기도 자주 봤는데, 그렇게 끝까지 집중하는 게 진짜 배구의 매력인 것 같아요. 지난 올림픽 한일전에서도 이미 매치 포인트가 된 상태인데, 공격권을 일본에 주면서도 다시 살려내고 듀스를 만들었잖아요.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 있다, 해낸다.’ 이런 말들이 떠오르게 하는 스포츠인 것 같아요.
‘2021-2022 V-리그’를 즐기는 관전 포인트
승관: 일단 올림픽으로 배구를 접한 분들에게는 국내 리그가 시작됐을 때, ‘올림픽 선수들이 다 다른 팀으로 나뉘었네?’ 하면서 어색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각각 흩어져 있던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한 곳에 모인 게 어색했거든요.(웃음) 국내 리그에서는 올림픽 대표였던 선수들이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팀으로 각각 나뉘고, 또 대표 팀이 아니었지만 잘하는 선수가 많았다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모든 팀들의 전력이 예상 안 될 정도로 박빙이라고 들었어요. 6등이 1등을 이기는 게 이상하지 않아서 어떤 팀이 우승할지, 순위는 어떻게 될지 같이 봐주신다면, 국내 리그가 재밌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승관이 주목하는 ‘2021-2022 V-리그’의 선수들
승관: 저는 ‘인삼공사’ 팬이기 때문에, 그 소신을 지킬게요.(웃음) 정호영 선수라고 키가 190cm에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인데, 작년에 무릎 부상을 겪어서 지난 시즌 경기에 나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올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돼요. 작년에 들어온 이선우 선수도 기대되고, 너무 많아서 누구 한 명을 꼽을 수가 없어요. 한송이 선수는 작년에 블로킹 1위를 하셔서, 올해도 꼭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올림픽에 차출되었던 선수들도 있는데요. 염혜선 선수는 2008년부터 프로팀에서 주전으로 계속 뛰셨고, 코트에서 본인이 책임을 지려고 하시는 특징이 있거든요. 굉장히 센스 있는 토스를 많이 보여주시는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플레이예요. 올림픽에 다녀온 박은진 선수도 잘하는 모습 보여주고 계시고, 이소영 선수는 국내 리그에서 이미 잘하고 계셨던 선수인데, 저희 팀에 오셔서 어떤 에이스 역할을 하실지 굉장히 기대가 돼요. ‘인삼공사’가 레프트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웃음) 그걸 잘 채워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인삼공사’에 올해 새로 들어온 선수분들도 있고 변화가 있어서,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배구 팬에게 ‘봄 배구* ’란
승관: 어쩔 수 없이 승부의 세계는 아주 냉정하거든요.(웃음) 마치 공부처럼 모두가 열심히 준비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있고, 그에 대한 순위가 결정되는 것과 비슷해요. 봄 배구는 뭐랄까 모든 팀이 정말 간절히 원하는, ‘우승까진 아니어도 봄 배구는 꼭 가자.’ 이런 자존심 싸움인 것 같거든요. ‘인삼공사’가 봄 배구에 못 간 지 좀 오래됐는데,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준비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직관은 한 번쯤 꼭 가셔야 돼요.”
승관: 처음 직관을 갔을 때, 우와... 진짜 생동감 자체가 달랐어요. 그 열기가 꽤나 가깝게 느껴져요. 서로 간의 심리 싸움이나, 공 하나를 두고 대결하는 게 잘 느껴지고요. 직관은 한 번쯤 꼭 가셔야 돼요. 그럼 아마 절대 못 빠져 나오실 거예요.(웃음) 제가 잊을 수 없는 경기가 2020년 팬데믹 직전에 열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이하 ‘현대건설’)’과 ‘인삼공사’의 경기인데요. 그 시즌에 저희 ‘인삼공사’가 ‘현대건설’을 한 번도 못 이겼거든요. 그 당시에 제가 직관을 가면 ‘인삼공사’가 이긴다고 해서, 제가 ‘승리 요정’이라고 불렸어요. 그래도 ‘현대건설은 힘들지 않을까?’ 하며 경기장에 갔는데, 심지어 원정 경기에서 이긴 거예요. 너무 좋아서 같이 소리 지르고.(웃음) 그때를 못 잊어서, 빨리 직관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처음 보러 온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TV로만 보던 선수들이 다 내 앞에 있으니까요. 저희 캐럿들이 콘서트장에 오시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또 선수분들이 경기 후에 팬 사인회를 하거나, 팬분들과 대화도 나누는 모습을 멀리서 봤거든요. 잊지 못할 추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중계도 직관만큼 재밌어요. 전문가분들께서 배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알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시니 확실히 좋은 것 같아요. 직관을 가면 설명 없이 공이 막 떨어지고 하는데.(웃음) 배구 안에서도 로테이션 규칙이나, 어떤 선을 밟으면 안 되고, 아웃라인의 공이 어느 정도 물려야 인(in)인지, 이런 게 중요하거든요. 그런 규칙을 들으며 보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또 카메라가 선수 개개인의 표정이나 슬로모션도 잡아주기도 하고요.
배구의 세계에 들어온 입문자들에게
승관: 배구는 난이도가 높아서 기본기도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이걸 왜 못 받고, 못 때리나. 이게 왜 블로킹에 걸리지? 서브 실수는 왜 나오는 거지?’ 이렇게 보실 수 있어요. 그런데 배구는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한 운동이라서, 공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하나하나 살리면서 플레이되는 게 어려운 편이거든요. 맨손으로 하는 운동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정규 리그에서 상위 팀과 최종 우승 팀을 결정하기 위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는 포스트 시즌을 일컫는 말로, 대체로 봄에 경기가 열려 붙여진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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