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Butter’가 7월 10일 자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르며 6주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이 성적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Butter’는 ‘Dynamite’, ‘Life Goes On’에 이어 세 번째로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곡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데뷔곡을 2개 이상 가진 그룹은 방탄소년단뿐이다. 또한 제이슨 데룰로(Jason Derulo), 조시 식스에잇파이브(Jawsh 685)와 함께한 ‘Savage Love (Laxed-Siren Beat)’까지 포함한 네 곡을 9개월 만에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렸다. 자신의 첫 빌보드 핫 100 1위 곡 4개를 1년 안에 기록한 아티스트는 총 7팀으로 비틀스 4개월, 슈프림스 7개월 1주, 저스틴 팀버레이크 7개월 2주, 잭슨 5 8개월 2주 그리고 방탄소년단이다. 이는 2007년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이기도 하다. ‘Dynamite’ 이후 ‘Butter’에 이르기까지, 방탄소년단은 미국 대중음악 산업 내에서 기록에 남을 만큼 뜨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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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Butter’ 발표와 함께 ‘THE BTS 세트’를 전 세계 49개국에 판매했다. 이 협업은 지금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대중음악 산업에서 가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포브스’ 선정 2020년 세계 10대 브랜드 중 하나인 맥도날드가 협업할 만큼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졌다. 동시에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메뉴를 매일 품절시키고, 인터넷에 ‘인증샷’을 올리는 열성적인 팬덤, ‘아미’가 있다. ‘Butter’가 미국에서 6주 동안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Dynamite’는 발표 첫 주에 다운로드와 한정 발매된 바이닐과 카세트를 모두 합한 세일즈 포인트 30만으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지난 3년간 최고의 판매량이기도 했다. 디지털 싱글로만 발표된 ‘Butter’는 같은 시기 다운로드로만 24만 3,000회로 역시 1위다. 실물 CD는 새 싱글 ‘Permission to Dance’가 포함된 지금에야 판매한다. 스트리밍 시대에 음원 다운로드나 실물 앨범 구입은 일반적으로 해당 아티스트의 열성적인 팬덤의 규모를 의미한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동시에 광범위한 대중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라디오와 스트리밍 성적이 동시에 상승했다. ‘Dynamite’부터 ‘Butter’까지의 방탄소년단은 여기서도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발표 첫 주 ‘Dynamite’의 라디오 오디언스 노출 수치는 1,160만이었고, 같은 기간 ‘Butter’는 1,810만, 6주 차 오디언스는 2,830만으로 1주 차 대비 56% 상승했다. 가장 대중적인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수치 역시 ‘Butter’ 발표 첫 주 937만 회로 같은 시기 ‘Dynamite’의 854만 회보다 약 10% 늘었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존재하던 흐름이 아미를 통해 미국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빅히트 뮤직 마케팅팀 이혜진 팀장은 ‘Butter’의 빌보드 핫 100 차트 6주 연속 1위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아티스트가 열성적인 팬덤을 기반으로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대중음악 산업의 검증된 성공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팬덤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영향을 줄 만큼 거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곡이 6주 연속 1위를 할 만큼 대중에 대한 영향력까지 넓히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Dynamite’는 다시 방탄소년단을 모르는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Dynamite’를 접한 팬덤 바깥의 사람들 중 일부는 다시 ‘Butter’를 들으며 방탄소년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그들 중 누군가는 아미가 된다. 기존 팬덤만 고수하는 것도, 광범위한 대중의 반응만을 의도하지도 않는다. 누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방탄소년단은 아미의 숫자와 대중적인 반응을 동시에 늘려나간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과정은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서 일으킨 반응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알려지게 된 시작점은 ‘쩔어’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된 2015년 후반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유튜브 리액션 콘텐츠가 한창 유행이었을 무렵, 유명 리액션 콘텐츠 전문 채널 ‘REACT’가 2015년 9월에 업로드한 K-팝 리액션 시리즈 중 방탄소년단의 ‘쩔어’ 뮤직비디오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파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의 댓글들을 통해 실감할 수 있듯, K-팝이나 방탄소년단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리액션 영상은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순식간에 높였다. 그리고 2015년 9월에서 12월까지 미국에서 ‘BTS’ 구글 검색량은 약 두 배가 상승했다. 이 기간 아미는 각종 리액션 영상마다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유튜버들은 ‘쩔어’의 리액션 영상을 경쟁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한다. 아미는 당시 K-팝 시장 전체에서도 다수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미의 뜨거운 반응이 기존 미디어에 비해 K-팝에 친화적이었던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팬을 만들었다. 데뷔 곡 ‘No More Dream’부터 ‘Butter’에 이르는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여정은 이 과정의 더 크고, 더 뜨거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결집된 팬덤은 그 에너지를 집중시킬 힘을 갖게 되고, 이는 대중의 눈길을 끄는 존재감으로 나타나 더 많은 미디어를 통해 더 넓은 반경으로 점차 영향력을 넓혔다.
하이브 쓰리식스티 김동준 프레지던트는 방탄소년단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작은 홀부터 시작해 아레나를 거쳐 스타디움까지 단계별로 성장해온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방탄소년단은 2015년 ‘화양연화 pt.2’ 171위로 빌보드 200 차트에 첫 진입, 곧이어 2016년 ‘화양연화 Young Forever’ 107위로 순위 상승 후 ‘WINGS’에서 당시 K-팝 아티스트 중 최고 기록인 26위로 올랐다. 김동준 프레지던트는 “이러한 반응 지표를 통해 2017년 ‘THE WINGS’ 투어부터는 아레나 레벨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방탄소년단은 그해 봄 미국에서 6회 차 아레나 공연을 매진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아미는 누군가 만들어준 것도, 처음부터 많았던 것도 아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이 600여 명이 모였던 작은 공연장에서 데뷔를 알리던 시절부터 꾸준히 늘어났고, 그 성장세와 함께 팬덤 바깥의 관심과 인기도 같이 올라갔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진출 당시 미국 유명 레이블과 계약하지 않았다. 하이브의 윤석준 하이브 아메리카 CEO는 “2017년 무렵 미국의 여러 유명 레이블들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었다. 거대 레이블의 홍보, 마케팅 등의 지원을 받으며 그들의 시스템 안에서 장기적으로 현지 활동을 하는 방식에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대신 방탄소년단은 한국에서 활동하던 방식대로 팬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팬덤과 같이 성장해 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방탄소년단이 2017년 처음으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할 수 있던 계기는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의 노미네이트다. 기존 홍보 방식 대신 SNS에서 방탄소년단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을 알릴 팬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그들을 ‘빌보드 뮤직 어워드’로 데려갔다.
방탄소년단은 아미가 올린 무대를 통해 그들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참석 후, 그해 11월 방탄소년단은 처음으로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 ABC ‘지미 키멜 라이브’,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에 출연했다. 팬덤의 열광적인 반응이 미국 메인스트림 시상식은 물론 TV 프로그램의 시선을 끌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에 호응한다. 미국의 인기 가수들 또한 대부분 활동기마다 대형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다만 방탄소년단은 대형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인 호응을 동시에 끌어내면서도, 팬덤을 열광하게 만드는 방탄소년단의 어떤 요소들을 동시에 반영한다. 현재 NBC ‘더 투나잇 쇼’ 공식 유튜브 채널의 방탄소년단 영상 중 퍼포먼스 무대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 2018년 ‘포트나이트 댄스 챌린지’는 하이브 글로벌커뮤니케이션팀이 “멤버들과 아미가 좋아하면서도 프로그램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해 제작진에게 먼저 제안”해서 진행됐다. “주어진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닌 방탄소년단이 돋보이는 ‘BTS 스타일’로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미국 미디어와 시도한 결과다. 이는 “방탄소년단 본연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남으로써 ‘이들이 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 첫 레드 카펫에서 ‘왼쪽에서 세 번째(third one from the left)’ 남자로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고, SNS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는 빌보드가 그해의 밈으로 선정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2년 뒤, 방탄소년단은 2019년 4월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와 ‘MIC Drop’을 함께 선보였다. 이후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에 대한 반응은 ‘BTS’에 대한 미국 구글 검색량 수직 상승으로 이어졌다. ‘SNL’에서 보여준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퍼포먼스 직후 BTS 검색량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치다. 하이브 글로벌커뮤니케이션팀은 이때를 “굉장히 오랫동안 피칭해왔던 ‘SNL’의 출연을 방탄소년단이 미국 메인스트림 장벽을 뚫었던 역사적인 순간”으로 꼽으며 이때부터 방탄소년단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이 또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노출을 원하던 프로그램에 굉장히 적극적인 피칭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이들 음악과 메시지, 정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작업이 많이 필요했던 시기를 지나며, 업계 관계자들이 온전한 뮤지션으로서 방탄소년단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보내고 있는 것”이 체감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출연 당시 미국이 바라보는 방탄소년단이 아미를 기반으로한 새로운 현상의 주인공이었다면, ‘SNL’을 기점으로 방탄소년단은 지속적인 인기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역량의 아티스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팬덤이 방탄소년단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소속사가 반응을 증폭시킬 활동 방식을 찾았다면, 방탄소년단 멤버 그 자신들은 레드 카펫부터 무대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열광적으로 그들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이혜진 팀장은 ‘Dynamite’의 미국 내 인기가 역설적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음에 주목한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지 않거나 K-팝을 소비하지 않던 사람들에게 유튜브를 통해 NPR ‘타이니 데스크’, MTV ‘언플러그드’ 같은 무대 영상이 많이 도달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방탄소년단의 ‘타이니 데스크’ 영상은 ‘SNL’에 비해 1,000만 이상이 더 많은 약 3,7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또한 ‘Dynamite’ 발매 당일 약 3,489만 명이던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 ‘BANGTANTV’의 현재(7월 7일 기준) 구독자 수는 약 5,300만 명으로 늘었다.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아티스트가 좋은 작품을 꾸준히 내는 동시에 팬과 감정적으로 밀착된 관계를 가졌고, 좋은 기회마다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당연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K-팝의 인기 요인은 늘 열성적인 팬덤으로 귀결되곤 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늘 한 가지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열성적인 팬은 대체 어떻게 생길 수 있는 걸까. 심지어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않은 데뷔를 했던 팀이 언어와 환경이 전혀 다른 미국에서 빌보드 핫 100 차트 6주 연속 1위를 기록할 만큼. 답은 언제나 눈앞에 있었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팬덤 모두가 적극적으로 그 답을 보여주려고 어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만 답을 보는 대신 질문을 반복했을 뿐이다. K-팝이기 때문에, 보이밴드이기 때문에, 또는 방탄소년단이기 때문에.
글. 이예진
사진 출처. 빌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