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티파이(Spotify)가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스포티파이의 이름 높은 개인별 음악 추천, 다양한 재생 목록을 국내에서도 경험하게 되었다고 기대한다. 이미 스포티파이 앱은 한글 번역을 제공 중이다.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단순하다. 원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는 서비스의 기본은 스포티파이와 국내 음원 서비스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 음악 소비자의 기대는 해외 서비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 이상이다. 국내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글로벌 기준에서도 매우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기존 음반이나 MP3의 제약에서 벗어난 매체의 변화 외에, 음악을 중심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한 기억은 별로 없다.

스포티파이의 수많은 재생 목록 중 ‘로렘(Lorem)’을 말하는 이유다. 로렘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신곡(New Release), 시대(Decade), 장르(Genre), 분위기(Mood), 활동(Activity)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일반적인 재생 목록 분류 기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2019년 로렘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규칙을 깨는 음악, 아주 약간만’이라는 설명을 달고 있었다. 그렇다면 비주류 또는 인디 음악을 소개하는 것인가? 또는 신예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목적인가? 로렘이 빌리 아일리시와 클레어오를 초기부터 주목했고, 그 이후 비바두비에게도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렘에는 해리 스타일스, 차일디시 감비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같은 스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래서 로렘을 두고 두 가지 키워드가 등장한다. Z세대 그리고 ‘장르 없음’이다. 24k골든과 이안 디올의 ‘Mood’는 로렘을 통해 하나의 메가 히트곡으로 재탄생한 존재다. Z세대는 보통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중반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한다. 인터넷, 모바일, 유튜브가 자연스러운 삶의 도구이고, 일견 무관한 정보와 콘텐츠 사이를 수없이 배회하는 이들에게, 장르는 무의미하다. 스포티파이는 자신들을 유명하게 만든 개인화된 음악 추천이 라디오나 다름없는 과거의 아이디어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소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인공지능이 만드는 전통적인 재생 목록의 작동 방식은 장르, 스타일, 분위기에 바탕을 둔다. 그래서 당신이 많이 듣거나, 즐겨찾기에 등록하거나, 재생 목록으로 보관한 노래와 비슷한 장르, 스타일, 분위기의 음악을 뽑아 추천한다.

로렘은 그 반대다. 사람이 특정 세대의 음악 소비자와 아티스트,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맥락을 찾아내고, 그것을 음악이라는 취향으로 구현한다. 물론 로렘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재생 목록도 사람이 만든다. 하지만 재생 목록 담당자 자신이 유명해지고, 수많은 매체와 자신이 음악을 선택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인터뷰를 하지는 않는다. 또한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재생 목록을 팔로우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먼저 나서서 그 재생 목록이 자신과 그 세대를 어떻게 대변하는지 밝히는 경우는 없다. 그들은 특정 아티스트나 음악이 아니라 재생 목록의 팬이다. 모두 로렘에서만 벌어진 일이다.
TRIVIA

스포티파이(Spotify)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2020년 6월 기준으로 글로벌 사용자 2억9,900만 명, 유료 구독자 1억3,800만 명에 달한다. 국내 진출의 파급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누군가는 넷플릭스가 국내 상륙 이후 영화/드라마 시장에 미친 영향에 비추어, 국내 서비스의 위기를 말한다. 반대로 음악/스트리밍 시장이 영상/OTT 시장과 다르고, 애플뮤직이 국내 진출 이후에도 별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을 지적할 수도 있다.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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