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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Beth Garrabrant

지난 2월 4일 그래미 어워드,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 스위프티(Swifties)는 그의 수상만큼이나 새 앨범 발표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2022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앨범 ‘Midnights’ 소식을 처음 밝힌 바 있다. 스위프티가 보기에 수상이 유력시되는 그래미 어워드는 또 다른 깜짝 발표에 적당했다. 대부분은 재녹음 프로젝트의 남아 있는 퍼즐 중 하나인 ‘Reputation (Taylor’s Version)’을 기대했다. ‘Reputation’이 ‘에라스(Eras) 투어’ 세트리스트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볼 때, 재녹음 발표와 함께 5월에 재개되는 유럽 투어부터 공연 내용을 조정할 것이라는 예측은 그럴 듯했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는 쉬운 예측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보컬 앨범 수상 소감에서 11번째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이하 ‘TTPD’)’가 4월 19일 공개된다고 밝혔고, 즉시 소셜 미디어에 앨범 커버를 업로드했다.

다음 날 테일러 스위프트는 16곡의 트랙리스트와 1곡의 보너스 트랙 ‘The Manuscript’가 존재함을 알렸다. 2월 16일 호주 멜버른 공연 중에는 새로운 커버와 보너스 트랙 ‘The Bolter’를 제공하는 두 번째 에디션을 공개한다. 2월 23일 시드니 공연에서는 세 번째 에디션 ‘The Albatross’, 3월 3일 싱가포르 공연에서는 네 번째 에디션 ‘The Black Dog’를 공개한다. 모든 에디션은 발표와 동시에 그의 홈페이지에서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많다고? 앨범 발매를 전후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플랫폼에서 펼쳐진 마케팅 활동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스포티파이는 LA의 쇼핑몰에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팝업을 설치했다. 시카고에서는 건물 벽에 의문의 QR코드가 등장했다. QR코드는 의미가 불분명하지만 ‘TTPD’ 앨범을 가리키는 것이 확실한 유튜브 쇼츠로 연결되었다. 미국에서 보편적인 위성 라디오 서비스 시리우스XM에서는 그의 노래만 트는 채널이 새로 생겼다. 당연히 채널명은 ‘Channel 13 (Taylor’s Version)’이다(13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이 채널은 앨범이 공개되자 ‘TTPD’를 주말 내내 반복 재생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프로필을 새로고침하면 ‘TTPD’ 발매까지의 비밀 카운트다운을 볼 수 있었다. 카운트다운은 인스타그램과 연결된 또 다른 소셜 미디어 스레드로 연결되었다. 스레드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나 ‘TTPD’와 연관된 태그를 사용할 때 특수 효과를 제공했다. 앨범이 발매된 직후, 테일러 스위프트는 스레드에 첫 게시물을 올렸다. 이를 공유한 사용자는 프로필에 적용 가능한 ‘TTPD’ 배지를 받았다. 스위프티에게는 훈장이나 다름없다. 아마존 뮤직에서는 ‘TTPD’의 트랙별로 테일러 스위프트가 직접 녹음한 코멘터리를 서비스한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틱톡이다. 올해 초 유니버설뮤직은 틱톡의 저작권료 지급 관행을 문제 삼으면서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을 틱톡에서 삭제했던 적이 있다. 유니버설뮤직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도 유통한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은 (아마도 그가 별도의 권한을 보장받은 계약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바) ‘TTPD’ 발매 1주일 전부터 틱톡에서 사용 가능했다. 앨범 발매 이후에는 단순한 틱톡 복귀를 넘어, 기념 챌린지와 프로필 사진 등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포함하는 프로모션이 진행되었다. 틱톡을 둘러싼 정치, 경제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홍보 수단으로 갖는 의미에 더 집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애플뮤직은 4월 초부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직접 만든 5개의 독점 재생목록을 공개했다. 모든 재생목록은 그의 노래로 채워져 있는데, 팬들은 5개의 재생목록이 분노의 5단계를 상징한다고 봤다. 각각 부정(I Love You, It’s Ruining My Life), 분노(You Don’t Get to Tell Me About Sad), 타협(Am I Allowed to Cry?), 우울(Old Habits Die Screaming) 그리고 수용(I Can Do It With a Broken Heart)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분노보다 ‘이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앨범 제목이 공개된 순간부터 팬들은 그의 전 남자친구 조 앨윈이 인터뷰에서 밝힌 적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는 단체 채팅 이름이 ‘The Tortured Man Club’이라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앨범 발매를 앞둔 5일간은 애플뮤직의 가사 창에 숨겨진 단어가 있었다. ‘TTPD’ 공개 하루 전에 모든 단어를 조합한 문장은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부검을 실시합니다.(We hereby conduct this post mortem.)”였으니, 새 앨범이 그의 최근 개인사를 다루고 있음은 확실해졌다.

그리고 4월 19일, 미 동부 시간 자정, ‘TTPD’가 세상에 나왔다. 이제 한숨 돌려도 될까? 아니다. 동시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2시간 카운트다운이 올라왔다. 전작 ‘Midnights’는 13트랙이었지만, 공개 3시간 뒤에 공개한 ‘3am 에디션’에서 20곡으로 늘어났다. ‘TTPD’는? 15곡을 추가한 31곡짜리 더블 앨범이다. 공식 제목은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The Anthology’다.

‘TTPD’를 둘러싼 모든 대화는 지금까지 설명한 배경에서 출발한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개인사와 압도적 물량이다. 31곡이 나오자마자, 소셜 미디어와 각종 언론은 어떤 노래가 누구에 대한 것인지에 대한 추측을 쏟아냈다. 그중에는 작년 봄에 잠시 교제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밴드 1975의 매튜 힐리, 그 전에 6년간 사귄 배우 조 앨윈, 당연히 현재의 남자 친구 트래비스 켈시, 오래된 불화의 역사를 공유하는 킴 카다시안 등이 있다.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가사에서 개인사를 배경으로 삼는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그가 ‘Midnights’ 이후 2년에 걸쳐 ‘TTPD’를 만드는 동안, 그는 슈퍼스타의 정의를 새로 썼다. 그는 음악 차트를 지배하고, 10억 달러 규모의 역사적 투어를 진행하며,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자,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을 4번 수상한 유일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앞서 자세히 쓴 바와 같이, 모든 플랫폼이 그녀의 신보 발매를 자신들의 홍보 기회로 삼는다. 그가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슈퍼볼이다.

‘빌보드’가 ‘TTPD’를 “지저분하고, 무방비 상태의, 부인할 수 없는 승리”라고 칭찬하는 이유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다른 아티스트가 굳이 선택하지 않는 경력상의 전환을 반복하여 성공했고, 이번에는 커리어의 정점에서 거친 이별 앨범을 내놓는 것으로 다시 한번 매력적인 변신을 해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예상 가능했던 주제, 낯익은 음악적 구성 요소가 너무 많은 트랙과 만나 ‘편집자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는 ‘롤링스톤’이 만점 리뷰와 별개로 테일러 스위프트와 잭 안토노프의 아티스트-프로듀서 조합이 한계에 달했다는 의견을 실은 것과 방향을 같이한다. 요컨대 ‘TTPD’ 앨범에 대한 입장은 이것이 새로운지? 새롭다면 어떤 종류의 새로움인지에 대한 대답과 다름없다. 그 마저도 ‘The Anthology’의 두 번째 장에 대해서 마냥 우호적인 의견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TTPD’의 양은 그 자체로 소화하기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더 많은 곡이 정말 잘못인가? 누군가, 저마다, 그 안에서 자신의 노래를 찾아낸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지난 5년간 5장의 정규 앨범과 4장의 재녹음 앨범, 3시간 30분 동안 40곡 이상을 부르는 공연은 모두, 많을수록 더 좋음을 증명해오지 않았던가? 반면, ‘베니티 페어’의 크리스 머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요하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시장을 포화시키고 지배하려는 시도가 예술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은 어떤가? 결국 ‘TTPD’에 정말 편집자가 필요하다면 여기에 더 좋은 노래와 그렇지 못한 노래가 섞여 있기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의 팬이라면 언젠가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을 충분히 좋아하지 않지만 여전히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지점을 아주 높은 확률로 만들고, 그 이유가 물리적인 분량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우려조차 ‘숫자’로 답변되었다. 2배 늘어난 앨범은 그보다 더 많은 배율의 성적으로 돌아왔다. ‘TTPD’는 발매 12시간이 되기 전에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3억 회를 돌파한다. 1일 스트리밍 3억 회는 플랫폼 역사상 처음이다. 발매 5일 만에는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10억 회를 돌파한다. 주간 스트리밍 10억 회도 역사상 처음이다. 기존 1일 스트리밍 기록을 가진 비욘세의 ‘Cowboy Carter’의 주간 스트리밍 성적이 3억 회였다. 첫 주간의 유료 스트리밍 최종 성적은 7.99억 회로 드레이크의 2018년 앨범 ‘Scorpion’이 가지고 있던 7.46억 회 기록을 드디어 깼다. 5월 4일 자 빌보드 차트에서는 역사적인 기록이 쏟아졌다. 앨범은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14번째 1위 앨범이다. 제이-Z와 함께 공동 2위의 기록이다. 비틀스의 19개가 최고 기록이다. 주간 판매량 261만 단위는 2015년 아델의 ‘25’가 세운 348만 단위 이후 가장 많다. 핫 100에서는 1위 ‘Fortnight’부터 14위까지 독식했다. 그는 이미 ‘Midnights’가 공개된 2022년 톱 10을 석권한 바 있다. 둘 다 역사상 처음이다. 앨범 수록 곡 전체와 ‘Cruel Summer’를 합쳐 총 32곡이 핫 100에 올랐다. 모건 월렌의 36곡 등재 이후 가장 많다.

최대한 많은 트랙을 수록하는 앨범 발매는 힙합, 컨트리 등 유행 장르가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우위를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CD, 바이닐, 테이프 등 다양한 매체와 여러 버전의 실물 앨범을 동시에 판매하는 것은 K-팝과 같이 팬 충성도가 높은 장르의 전유물이었다. ‘TTPD’는 이 둘을 결합하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전통적으로 팬 이론을 자극하는 프로모션 그리고 아마도 현재의 그만이 가능한 전방위적인 플랫폼 홍보를 더했다. ‘TTPD’의 차트 기록이 한동안 깨지기 힘든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TTPD’는 젊은 대중음악가가 약자 또는 언더독의 지위를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때, 슈퍼스타의 위치를 극한까지 활용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비욘세는 일찍부터 조금 다른 전략을 취한 바 있다. 역사를 통하여 블록버스터 앨범에 자신만의 서사를 더했다. 그의 개인사도 역사적 맥락 하에서 의미를 부여받고, 보편적 예술로 승화되었다. 마침 테일러 스위프트의 다음 앨범은 ‘Reputation (Taylor’s Version)’이 거의 확실하다. 그가 대중예술가로 가장 취약한 시점에 냈던 앨범이, 그를 둘러싼 지형이 바뀌는 시점에 나온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TTPD’에 대하여 각자의 입장을 정했다. 이제 우리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다음 수를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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