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200이 3개월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에미넴의 새 앨범 ‘The Death of Slim Shady (Coup de Grâce)’가 정상에 올랐다. 에미넴의 11번째 1위 앨범이다. 이는 빌보드 200 역사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예(Ye)와 함께 공동 5위에 해당한다. 그 위로는 드레이크 13장, 제이-Z, 테일러 스위프트가 각각 14장, 비틀스가 19장이다. 에미넴은 아티스트 100에서도 1위로, 그의 다섯 번째 정상이다.
‘The Death of Slim Shady (Coup de Grâce)’는 데뷔 주간 성적은 28만 단위로, 올해 랩 앨범으로 가장 좋은 기록이다. 스트리밍 2.2억 회로 16.5만 단위, 앨범 판매 11.4만 장이다. 톱 스트리밍 앨범 1위, 톱 앨범 세일즈 2위다. 참고로 아직 실물 앨범은 발매되지 않았고, 전부 디지털 다운로드 음원이다. 다운로드 앨범으로는 올해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1위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이하 ‘TTPD’)’로 데뷔 주간에 27.4만 장을 팔았다. 최근 추세에 비하면 다운로드 앨범의 버전이 많지는 않다. 공식 웹사이트에서만 7월 12일 발매에 앞서 선주문 버전을 두 종류 판매했다. 각기 다른 보너스 트랙 1개를 포함한다. 7월 17일 수요일에는 앞선 두 보너스와 함께 세 번째 트랙을 추가한 버전을 냈다. CD는 9월 13일, 바이닐은 10월 25일 공개 예정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TTPD’는 12주 동안 1위를 지키다가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4위로 내려왔다. 주간 성적은 8.2만 단위로 지난 주 16.3만 단위의 절반 수준이다. 스트리밍 7만 단위와 앨범 판매 1만 장 수준의 조합으로 자연스러운 성적 하락이다. ‘The Death of Slim Shady (Coup de Grâce)’는 발매와 동시에 대부분의 트랙을 스포티파이 미국 차트에 올리는 등 처음부터 상당한 스트리밍 실적을 자랑했다. ‘TTPD’가 빌리 아일리시와 자크 브라이언의 새 앨범에 대응할 때에 효과적이었던 앨범 판매 프로모션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차트 상위권에 새로운 이름이 많다. 2위는 엔하이픈의 ‘ROMANCE : UNTOLD’로 12.4만 단위 성적이다. 엔하이픈의 4번째 톱 10 앨범이고, 역대 가장 높은 순위다. 앨범 판매 11.7만 장으로 엔하이픈의 역대 최고 성적이고, 에미넴과 근소한 차이로 톱 앨범 세일즈 1위다. 스트리밍 953만 회로 7,000단위 상당이다. 아티스트 100에서도 2위로, 2021년 동 차트에 처음 등장한 이후 가장 좋은 순위다.
또 다른 톱 10 데뷔작으로, 8위는 클레어오의 ‘Charm’으로 4.7만 단위 성적, 9위는 메건 모로니의 ‘Am I Okay?’로 4.3만 단위 성적이다. 각각 두 아티스트의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이자, 최고 순위다.
샤부지의 ‘A Bar Song (Tipsy)’이 지난주 2위에서 다시 1위로 올라와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지지난주부터 1위→2위→1위다. 핫100 성적을 좌우하는 스트리밍, 라디오, 음원 판매에서 모두 각각 2위의 고른 성적이다. 스트리밍과 음원은 성적이 하향 추세이지만, 라디오가 따라붙은 모양새다.
부문별 차트를 보면, 스트리밍 1위는 켄드릭 라마의 ‘Not Like Us(지난 주 종합/스트리밍 1위)’, 라디오 1위는 포스트 말론, 모건 월렌의 ‘I Had Some Help(라디오 4주 연속 1위)’ 그리고 음원 판매 1위에는 갑자기 등장한 톰 맥도날드의 ‘You Missed’가 있다. 이 노래는 커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의 암살 기도 사건의 여파로 나온 트랙이고, 톰 맥도날드는 이전부터 대안우파(Alt-right) 성향의 래퍼로 유명한 만큼 놀라운 시도는 아니다. 이 노래는 버블링 언더 핫 100에 2위로 데뷔하여, 핫 100 진입을 아깝게 놓쳤다. 이 사건 직후 바이럴이 된 오래된 노래도 있다. 50센트의 2003년 작 ‘Many Men (Wish Death)’은 “많은 이들이 내 죽음을 원한다(Many men wish death upon me)”는 후렴구가 화제가 되면서, 스트리밍과 음원 판매가 급증했다. 이 노래는 이번 주 음원 판매 14위로 진입했다.
한편 에미넴의 1위 앨범 ‘The Death of Slim Shady (Coup de Grâce)’ 수록 곡 중 1분 미만의 스킷(skit)을 제외한 모든 수록 곡 16개가 핫 100에 진입했다. 첫 싱글이었던 ‘Houdini’의 10위를 시작으로, 두 번째 싱글 ‘Tobey’의 24위를 거쳐, ‘Head Honcho’의 72위까지 이른다. 에미넴은 이번 기록으로 핫 100 누적 112곡을 기록하면서, 100곡 이상을 차트에 올린 19번째 아티스트가 되었다. 112곡은 역대 11위에 해당한다. 이 부문에서는 드레이크가 333곡, 테일러 스위프트가 264곡으로 순위를 이끌고 있다.
에미넴을 제외하고 핫 100에 신규 진입한 노래 중에는 아이스 스파이스와 센트럴 씨의 ‘Did It First’가 62위, 케이티 페리의 복귀작 ‘Woman’s World’가 63위로 제일 높다.
케이티 페리의 팝스타로서의 유산은 절대적이다. 2008년 ‘I Kissed a Girl’의 핫 100 7주간 1위를 시작으로, 2010년 앨범 ‘Teenage Dream’에서는 5곡이나 1위에 올렸다. ‘Bad’ 시기의 마이클 잭슨과 함께 단 두 명만 가진 기록이다. 1위 히트 곡은 모두 9개이고, 마지막 1위 곡은 2014년 2월의 ‘Dark Horse’다. 그리고 10년 후 우리는 ‘Woman’s World’를 보고 있다.
이 노래는 2021년 이후 케이티 페리의 첫 신곡이다. 제목이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여성 임파워먼트(women empowerment) 노래의 최신 버전처럼 보였던 노래는 발매를 전후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여성주의 찬가에 대한 낡은 시도이면서, 심지어 실패한다는 지적이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보면, 가사는 표피적이고 단순해서 오히려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을 연상시킨다(“She’s a sister/She’s a mother”). 뮤직비디오는 여성의 대상화하고 불필요한 성적 이미지를 전시하면서, 동시에 여성에 대해 말하기보다 남성을 비하하는 접근으로, 이 주제를 망가뜨리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을 아닐까 의심할 정도다. 여기에 닥터 루크가 송라이팅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래 내적으로만 아니라 그 바깥의 맥락에서도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닥터 루크는 케샤에 대한 성폭력 및 학대 혐의로 지난 10년간의 법적 분쟁을 겪고, 이 사건은 겨우 작년에 비공개 합의로 끝났다. 케샤는 레코딩 계약에서 벗어나 독립 아티스트가 된 이후 첫 싱글 ‘Joyride’를, ‘Woman’s World’보다 한 주 앞서, 독립기념일에 발표했다. 많은 리뷰는 너무 가혹해서 그대로 옮기기 미안할 정도다. 그녀가 2016년에 갇혀 있다고 쓴 것은 많이 점잖은 편이다.
‘Woman’s World’는 케이티 페리의 새 앨범 ‘143’의 첫 싱글이다. 앨범은 9월 20일 공개 예정이다. 가을이 되면 케이티 페리는 그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엔하이픈의 빌보드 200과 아티스트 100 2위 데뷔 외에, 주요 차트에서 K-팝 성적을 살펴보자.
빌보드 200에서 에스파의 ‘Armageddon: The 1st Album’이 지난주 25위 데뷔에 이어 134위다.
톱 앨범 세일즈에서는 에이티즈의 ‘Golden Hour : Part.1’ 11위, 에스파의 ‘Armageddon: The 1st Album’ 14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minisode 3: TOMORROW’ 22위, 나연의 ‘NA: The 2nd Mini Album’ 36위다. 이 중 차트에 가장 오래 머무른 앨범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minisode 3: TOMORROW’로 15주째 진입하고 있다.
아티스트 100은 에이티즈가 48위, 에스파 70위다.
글로벌 200에서 엔하이픈의 ‘XO (Only If You Say Yes)’가 84위로 데뷔했다. 작년에 ‘Bite Me’가 109위, ‘Sweet Venom’이 104위까지 올랐던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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