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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지, 강일권, 김복숭
디자인MHTL
사진 출처tvN

‘백패커 2’(tvN)
오민지: “백종원 시키신 분~”. tvN ‘백패커 2’는 전국 팔도에서 ‘백’종원을 시킨 사람들에게 출장 요리로 한 끼를 대접하는 프로그램이다. ‘백패커 2’의 출연진들은 충청도의 바지락 어촌계부터 강원도의 작은 초등학교, 경기도의 소방서, 인천광역시의 공항, 서울특별시의 국립극장과 경상도의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다양한 직업, 연령대의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사연을 듣고 그와 관련된 키워드에 맞춘 요리를 준비한다. 한 공연에 필요한 팀만 13팀, 참여하는 스태프만 평균 200명인 국립극장에서는 다양한 부서가 모여 하나의 멋진 공연을 만들어가듯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요청하고 이에 맞춘 22가지 토핑의 비빔밥 뷔페를,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없는 일들, 험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견디며 일하는 국과수 직원들을 위한 스트레스 타파 요리를 주문하면 맵고 시원한 비빔냉면을 준비하는 식이다.

매번 달라지는 시설, 사람, 재료들. 어떨 땐 제대로 된 조리 시설도 갖추지 못한 허허벌판에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대용량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국자 대신 커다란 삽을, 삽조차 들어가지 않을 땐 뜨거움을 감수하고 온몸을 사용해 요리해야 한다. 짧은 시간, 열악한 시설에서 일하다 보니 배식 직전까지 요리가 완성되지 않거나 예상했던 것만큼의 요리가 나오지 않아 아쉬울 때도 있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예능임에도 말 한마디 없이 요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시키지 않더라도 알아서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고, 말하지 않더라도 바빠 보이는 멤버에게 다가가 서로의 일을 도와주고, 잘못은 빠르게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메인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식판 가득 채울 수 있는 한 끼가 완성된다. 정작 사연을 보낸 사람들이 업무 때문에 밥 먹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밥 먹다 말고 업무 전화를 받고, 일에 쫓겨 허겁지겁 밥을 먹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요리는 가장 마지막의 혹은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기다리고, 가장 맛있는 상태로 준비된다. “밥 먹었어?”, “밥은 먹고 다니냐?”가 인삿말인 우리나라에서 ‘백패커 2’의 한 끼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을 넘어, 각자의 자리를 빛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쁘더라도 밥 잘 챙겨 먹으라며 보내는 위로이자 응원이다.

‘탓’ - 정인 & 마일드 비츠
강일권(대중음악평론가): 살면서 누군가를 탓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본인에게 제일 관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의 논리로 상대를 탓하곤 한다. 싱어송라이터 정인은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와 함께한 ‘탓’이란 곡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따지고 보면 다 그래 나도 인간이잖아 / 오늘도 난 내게 제일 관대해 / 탓해 (you) 살기 위해서였겠지”. 따뜻한 질감의 힙합 드럼, 서정적이고 재지한 프레이즈, 바람이 산들거리듯 흐르는 보컬, 삶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가사가 어우러진 이 곡은 소울풀하고 신선한 두 아티스트의 합작 앨범을 대변한다. 아마도 꽤 많은 이가 마일드 비츠란 이름을 생소해할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동부 힙합에 기반을 둔 음악으로 한국 힙합 씬에서 묵직한 커리어를 쌓아온 베테랑이다. 특히 전통적인 샘플링의 미학을 고수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보적인 음색의 보컬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까지 쌓아온 정인이 전혀 다른 필드에서 활약하던 그와 EP를 만들게 된 건 마일드 비츠의 2021년 작 ‘Fragment’를 듣고 나서다. 실험적인 재즈와 전위적인 인스트루멘탈 힙합이 융화된 ‘Fragment’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음악이었으며, 그해 최고를 다툴만큼 완성도가 훌륭했다. 평단의 찬사도 뒤따랐다. 발라드를 주로 불렀지만, 뿌리 깊은 곳부터 R&B/소울 아티스트이자 마니아였던 정인은 ‘Fragment’에 깊은 감흥을 받아 마일드 비츠에게 작업을 제안했다. 평소 보컬리스트와의 합작을 갈망해온 그리고 정인의 열렬한 팬인 마일드 비츠는 ‘Fragment’ 스타일에 기반을 두는 한편, 노래와의 조합을 신경 써서 다시 한번 탁월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소울풀하고 재지하며, 일부분 전위적이지만 너무 실험적이진 않다. 그리고 정인은 래퍼를 방불케 하는 라임 설계와 위트 있는 메시지를 녹인 가사의 노래로 ‘정인 & 마일드 비츠’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다. 보컬 또한 더할 나위 없다. 이제서야 정인의 보컬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R&B 싱어와 힙합 프로듀서의 합작 앨범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그래서 ‘정인 & 마일드 비츠’가 더욱 반갑다.

‘엑터베이티드’ - 노바 맥비
김복숭(작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모험 소설이라고 해서, 그 안에 듣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질 것만 같은 수학 이야기가 없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런 수학과 수식이 가득한 이야기라고 해서 그 안에 문학적인 진심이 없을 거라 단정 짓진 말자. 작가 노바 맥비의 ‘캘큐레이티드’ 시리즈의 최신작 ‘액터베이티드’는 주인공 조 리버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풀어낸다.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조는 이전 시리즈에서 그 능력을 강제로 이용당하고, 심지어 완전히 빼앗겼던 적도 있다. 그리고 이번 신작에서는 다른 동료들과 새롭게 세계를 위협하는 오작동 인공위성을 처리하기 위해 얼어붙은 핀란드로 떠난다.
하지만 정작 조는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 뭔가 더 거대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확신한다. 조와 비슷한 천재였던 노블은 뭔가 풀기 힘든 암호를 남기고 사라졌고, 조가 (이야기는 또 복잡하지만) 사랑하는 카이도 신분을 감춘 채 어디선가 몸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오랜 친구인 라파엘도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진실을 좇는 조의 여정은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책의 절반을 넘어가게 만든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액터베이티드’는 또 다른 즐거움의 고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오랜 독자들은 익숙한 캐릭터들의 등장에서 특히 보람을 느낄 것이고, 처음 읽는 독자들도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전작들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네 번째 책도 곧 출간 예정이고, 첫 번째 책의 영화화도 진행 중이다. 고로 이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니, 놓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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