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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스타토(STARTO) 엔터테인먼트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일본의 보이그룹 나니와단시(なにわ男子)가 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에 걸쳐 첫 내한 공연을 했다. 이번 내한은 나니와단시의 첫 해외 투어인 ‘+Alpha’의 일환으로, 11월 30일 대만에서 시작하여 2025년 1월 초 한국을 거쳐 1월 말 홍콩에서 마무리한다. 이에 따라 1월 4일부터 1월 15일까지 약 2주간 더현대서울에서 기간 한정 팝업스토어도 오픈했다. 현재 나니와단시가 소속되어 있는 스타토(STARTO) 엔터테인먼트와 그 전신 쟈니스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아티스트가 내한하는 건 2011년 도모토 코이치 이후 13년 만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나니와단시는 과연 어떤 그룹일까?

나니와단시는 후지와라 죠이치로, 니시하타 다이고, 오오하시 카즈야, 타카하시 쿄헤이, 오오니시 류세이, 미치에다 슌스케, 나가오 켄토 이 일곱 명의 멤버로 구성된 보이그룹이다. 2024년 현재 스타토 엔터테인먼트에는 킨키 키즈(Kinki Kids)나 뉴스(NEWS), 헤이 세이 점프(Hey! Say! JUMP)처럼 데뷔한 지 15년은 족히 넘은 그룹들을 포함하여 35팀의 아티스트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러나 나니와단시는 선배 그룹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21년 11월 12일에 발매한 데뷔 싱글 ‘初心LOVE(Ubu Love)’는 발매 첫날 50만 장을 팔면서 초동 70만 6,000장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이후 총 75만 장 이상이 판매되어 트리플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그뿐 아니라 유튜브에 공개된 댄스 버전 뮤직비디오는 데뷔 후 777일 만인 2023년 12월 29일에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했다.

그들의 기세는 지금까지도 무섭게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1월 22일에 출시한 디지털 싱글 ‘ありがとう心から(Arigato Kokorokara)·勇気100%(YUKI100%)’는 12월 2일 자 기준으로 오리콘 뮤직 랭킹의 주간 디지털 싱글 랭킹에서 2위를 달성했다. 그런가 하면 2024년 기준 공식 팬클럽인 ‘나니팜’의 회원 수는 95만 명을 돌파했다.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의 샛별로 우뚝 서다 
이처럼 탄탄대로를 걸어온 듯한 나니와단시지만, 이들의 데뷔는 생각처럼 순탄치 않았다. 스타토 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쟈니스 엔터테인먼트는 쟈니스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연수생 제도를 운용하고 있었다. 쟈니스 주니어는 활동 지역에 따라 ‘(도쿄) 쟈니스 주니어’와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로 또다시 나뉘는데, 나니와단시는 전원이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 출신이다. 하지만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는 도쿄에 비해 규모도 작고 여러모로 지원도 적게 받는 편이었다. 이곳에 소속된 연수생들이 스스로 “척박한 땅”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에서 데뷔한 그룹의 수도 현저히 적다.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 출범 이후 슈퍼 에이토(SUPER EIGHT, 데뷔 당시 그룹명은 칸쟈니 에이토(関ジャニ∞였다.)가 2004년에 데뷔했고, 그로부터 10년이나 지난 뒤에야 웨스트(WEST.,데뷔 당시 그룹명은 쟈니스 웨스트(ジャニーズWEST)였다.)가 데뷔했다. 이후 또다시 7년이란 시간이 지나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 출신 나니와단시가 데뷔한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나니와단시가 데뷔하기 전인 2018년. 도쿄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을 받는 후배들을 걱정한 슈퍼 에이토의 오쿠라 타다요시와 요코야마 유는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의 프로듀서로 취임하여 후배들을 본격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다. 특히 오쿠라 타다요시의 경우 나니와단시의 데뷔에도 적극 개입하여 멤버 구성부터 본격 데뷔까지 많은 것들을 서포트했다. 

이런 선배들의 지원에 힘입어 2018년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 소속 유닛으로 먼저 활동을 시작한 나니와단시는 차근차근 팬덤을 끌어모았다. 유닛 데뷔로부터 2개월 후인 2019년 1월 오사카성 홀에서 열린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 4회 공연은 전부 만석이었다. 2019년 말~2020년 초에 가졌던 첫 단독 콘서트에서는 추가 공연까지 포함하여 12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들의 인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아, CD 데뷔가 결정되었던 2021년에 나니와단시는 무려 단독으로 아레나 투어를 돌고 있었다. 과연 나니와단시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이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걸까?

“나니와단시만의 길을 걷자”
지금껏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 출신 그룹들은 일본식 개그, 즉 오와라이(お笑い) 분위기가 강했다. 이는 근현대에 오사카를 중심으로 코미디가 발전하며 자리 잡은 지역 정서에 기인한 것이다. 일례로 슈퍼 에이토의 데뷔 곡 ‘浪花いろは節(NANIWA IROHA BUSHI)’를 보면 어떤 느낌인지 잘 알 수 있다. 일본 대중가요 장르인 엔카(한국의 트로트와 가까움) 스타일의 노래로서,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노래하고 춤추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웨스트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채널 ‘THE FIRST TAKE’에서 데뷔 곡인 ‘ええじゃないか(EEJANAIKA)’를 부른 영상을 보면 이 그룹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니와단시는 지금껏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에서는 없던, 도쿄 쟈니스 주니어에게만 주어지던 소위 ‘키라키라’ 왕도 아이돌 콘셉트를 처음으로 내세운 그룹이다. 물론 본분(?)인 개그나 콩트를 게을리하진 않는다. 자체 콘텐츠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에도 모든 멤버가 최선을 다해 망가지며 개그를 선보인다. 앨범에도 코믹한 분위기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공연을 할 때도 세트리스트에 그런 곡들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타이틀만큼은 밝고 순수하고 청량한 분위기의 곡을 선택한다. 웃길 땐 본격적으로 웃겨주지만, 무대에서만큼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 콘셉트를 유지하며 갓 사랑에 빠진 달콤한 순간을 노래하는 아이돌 그룹. 이것이 바로 나니와단시가 가진 가장 큰 특장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하게도 나니와단시는 전 멤버가 프로듀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룹이다. 앞서 말했듯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던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들은 자연스럽게 연말 공연을 직접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출에 관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2019년 쟈니스 자체 뮤지컬 ‘소년들 청춘의 빛에…(少年たち 青春の光に…)’에 출연한 나니와단시는 무대 프로듀싱을 주도했다. 구성과 연출에는 미치에다 슌스케가, 의상은 나가오 켄토가 그리고 굿즈는 오오니시 류세이가 제작했다. 쟈니스 엔터테인먼트 내에서 데뷔 관문처럼 여겨지는 뮤지컬인 만큼 출연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는데, 나니와단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본인들이 능동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이처럼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 시절부터 직접 프로듀싱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멤버들은 ‘나니와단시’라는 그룹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콘서트 투어에서는 니시하타 다이고가 무대 연출을 직접 담당했고, 콩트에 능한 큰형 후지와라 죠이치로는 공연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MC 대본을 쓰고 콘서트 오프닝 영상을 제작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의상은 패션에 소질이 있는 막내 멤버 나가오 겐토가, 콘서트 굿즈는 오오니시 류세이가 맡았다. 나머지 멤버들도 작사나 안무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대한 참여하려 한다. 

이런 자체 프로듀싱은 나니와단시의 아이덴티티처럼 자리 잡았다. 나니와단시처럼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그룹이 자체 프로듀싱을 하는 건 적어도 그때까지의 쟈니스 사단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멤버 후지와라 죠이치로는 후지TV의 다큐멘터리 ‘라이드 온 타임: 그들의 백스테이지’에서 자체 프로듀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역시 연출을 함으로써 우리 의견이 반영되니까 팬들에게 더 전달이 잘되고 유대감도 더 깊어진다고 생각해요. 엔터테이너로서. 또한 프로로서도 그 부분은 꽤 신경 쓰고 있어요.”

나니와단시는 여러모로 지금껏 없었던, 특이한 케이스의 그룹이다. 선배님들이 이미 걸어갔던 가시밭길을 따라가지 말고 나니와단시만의 길을 걷자고 했던 나가오 켄토의 말처럼, 그들은 지금껏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들은 빛나는 미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사실 나니와단시 앞에 가시밭길이 아주 없진 않았다. 일단 멤버들은 모두 주니어 생활을 오래 한 편이다. 이들이 데뷔를 기다린 기간은 평균 9년이다. 특히 가장 나이가 많은 후지와라 죠이치로는 17년 6개월 동안 간사이 쟈니스 주니어에 있었으며, 대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전혀 기회가 오지 않아 취업 설명회에도 참가했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데뷔한 나니와단시는 곧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대위기를 맞았다. 무관중 라이브도 여러 번 했다. 투어 중간에 멤버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공연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일도 왕왕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니와단시는 안정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나니와단시 멤버 개개인의 실력이 출중하다. 나니와단시야말로 ‘잘생기고 재능 많은 꽃미남들이 애크러배틱한 안무를 한다’라는 쟈니스 엔터테인먼트의 원점으로 회귀한 그룹이다. 그렇기에 지금 쟈니스의 왕도를 걷고 있는 그룹을 말하라고 하면 다들 나니와단시를 꼽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나니와단시로 쟈니스(지금의 스타토)를 다시 부흥시키고 싶다는 미치에다 슌스케의 바람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적극적으로 해외를 노리는 모습도 특기할 만하다. 나니와단시는 SNS, 그중에서도 유튜브를 매우 잘 활용하는 그룹이다. 쟈니스 엔터테인먼트는 원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활동을 극도로 제한하는 곳이었으나, 2018년 1월 31일 이후로 SNS 활동을 해금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나니와단시가 데뷔했다. 그래서인지 나니와단시는 틱톡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공식 웨이보 계정을 개설하는 등 꽤 공격적으로 SNS 활동을 펼친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 콘서트 MD 등 굿즈를 프로듀싱하는 류세이가 직접 관리하며 팬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 나니와단시가 일본 대표 아이돌이 됐으면 해.” 2021년 첫 아레나 투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니와단시의 센터 니시하타 다이고는 멤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언젠가 나니와단시가 일본의 보이그룹을 대표하게 되리라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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