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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나, 강일권(음악평론가), 김복숭(작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JTBC

‘최강야구 시즌 3’ (JTBC/Netflix)
정다나: 패배하면 사라진다. JTBC ‘최강야구’의 단장이자 연출인 장시원 PD는 매 시즌마다 승률 7할, 즉 시즌 30경기 중 최소 21승을 달성해야 프로그램의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최강야구’의 구단, ‘최강 몬스터즈’가 팀 스피릿을 가지고 간절하게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강 몬스터즈’에는 올해 83세의 나이가 된 ‘야신’ 김성근 감독을 주축으로 KBO 리그 역대 최다 안타를 기록한 LG의 박용택, 롯데의 ‘레전드 4번 타자’ 이대호 등 과거 한국 야구를 주름잡았던 야구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현재 대학 야구부에 속해 있는, 프로 리그에서 뛰어본 적 없는 야구 선수들도 함께한다. 이렇듯 프로야구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최강 몬스터즈의 선수들은 서로에게 선배의 연륜을 그리고 젊음의 열정을 배워가며 고교, 대학, 독립리그, 프로 2군 등 다양한 아마추어 팀과 경기를 펼친다.
10연승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시즌 3였지만, 최강 몬스터즈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여름엔 5시간 장장의 혈투를 벌이고도 직관 3연패를 기록하며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최강 몬스터즈가 매직 넘버 1을 지우기까지는 단 한 경기, 114회에 방영된 경남대와의 1차전이 남아 있었다. 선취점은 경남대가 가져갔고 최강 몬스터즈는 잔루 만루 두 번, 연이은 병살타, 송구 실책 등으로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8회 말에 3타자 연속 볼넷 출루에 성공한 몬스터즈는 정의윤의 2타점 적시타, 김문호의 역전 희생플라이, 경남대의 와일드 피치*로 인해 7대 5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9회 초 니퍼트의 깔끔한 무실점 투구로 21승을 확정지어 시즌 4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이에 장시원 PD는 남은 전승 시 하와이에서 스프링캠프를 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고, 최강 몬스터즈는 이전 경기들의 아쉬운 점을 짚어가며 다시 전력투구했다. 그렇게 몬스터즈는 대학야구 올스타를 상대로도 승리하여 8할이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만들며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 ‘최강야구’ 시즌 3이 거둔 유종의 미였다. 승패와 관계없이, 야구에 청춘을 바쳤던 은퇴 선수들과 간절한 마음으로 프로에 가고 싶은 선수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나아가는 모습. 이는 야구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 청춘의 서사와도 같았다. 8회 말까지도 승패를 알 수 없는 야구처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오랫동안 쌓은 연륜으로 또는 젊음이 선사하는 열정으로 계속 나아가며 만들어낸, 야구가 선사하는 낭만이다. 어쩌면 이런 낭만이 2024년 KBO 천만 관중 시대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와일드 피치: 폭투(暴投). 정규 투구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거나 옆으로 빠졌기 때문에 포수가 보통의 수비로는 막아내거나 처리할 수 없어 주자를 진루시켰을 경우를 의미한다.

‘EVERYBODY GOES’ - 제임스 키스(James Keys)
강일권(음악평론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제임스 키스는 이제라도 제대로 조명해야 할 아티스트다. ‘이제라도’라는 표현을 쓴 건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고 증명한 결과물과 음악적 재능을 고려했을 때 관심과 인지도 전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키스는 2020년대 한국 R&B/소울 씬에서 장르에 대한 이해와 창작력이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최근 발표한 솔로 앨범 ‘EVERYBODY GOES’만 들어봐도 그렇다. 이 앨범 속엔 네오 소울, 얼터너티브 R&B, 사이키델릭 소울, 소울 블루스, 펑크(Funk)가 절묘하게 혼재되어 있다. 사이키델릭한 기운과 연주 그리고 펑크 그루브가 회합하는 ‘NEO’를 시작으로 밴드 버전의 게임 음악을 연상케 하는 편곡이 흥미로운 얼터너티브 넘버 ‘믿을수가 없어’, 보컬과 프로덕션 모든 부분에서 가장 전형적인 소울을 들려준 ‘운명이란 이름’, 다시 한번 사이키델릭한 기운을 이번엔 느긋한 무드와 단맛 나는 보컬로 밀어 넣은 ‘ENDING’, 역동성과 실험성을 한껏 끌어올린 ‘이상주의’ 등의 음악을 거치는 동안 흐뭇함과 놀라움이 수시로 교차한다. 제임스 키스란 이름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생소하지만, 그는 201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해왔다. 래퍼 스키니 채이스(Skinny Chase)와 몽키바즈(Monkey Bars)란 듀오를 결성하여 싱글과 EP를 발표했고, 송하균 트리오, 향니, 불고기디스코의 멤버들과 슬로우댄스란 블랙 뮤직 밴드로도 활동 중이다. 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한 K-팝 아티스트의 작곡에도 참여해왔다. 그만큼 장르의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 그중에서도 ‘EVERYBODY GOES’ 야말로 제임스 키스의 진가가 드러난 결과물이다. 만약 첫 곡을 듣고 좋은 감흥을 받았다면, 이 앨범은 끝까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리사 리드센
김복숭(작가): 스웨덴 작가 리사 리드센의 수상 경력에 빛나는 데뷔 소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을 소개한다. 이 책은 첫 장을 넘기자마자 독자를 주인공인 보의 삶 속으로 끌어들인다. 과거의 후회와 자신의 마지막 순간들을 통제해보려 고군분투하는 80대 후반의 남성인 보. 겉보기에 그의 일상은 크게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혼자 사는 그에게 소통이라곤 기껏해야 간병인이나 아들, 충직한 반려견 식스틴과 가끔 교류하는 정도다. 그러나 그의 조용한 일상 이면에는 마치 치매로 헤어진 아내와 대화하듯 펼쳐내는 삶과 사랑, 구원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다. 이야기는 보가 평생 동안 자신만의 서툴고 불완전한 방식으로 표현했던 사랑과 생생한 감정들로 가득하다. 또 다른 한편에는 보의 좌절과 상실감에 맞서 관계를 바로잡으려는 아들 한스의 갈망도 있다. 내용 중 한스가 보의 반려견 식스틴을 아버지에게서 떼어내려 하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이 가족의 소중함을 더 밝게 조명하는 역할을 한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세대 간의 트라우마, 용서, 사랑의 표현 방법을 잔잔히 담아내며 우리의 마음에 중요한 진리를 속삭이는 듯하다. 비록 시간은 우리를 낡게 할지라도, 사랑, 용서 그리고 소통은 올곧은 감정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특히 감정이 풍부한 인물 중심의 서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한 번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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