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과자’ (ootb STUDIO)
배지안: 전 세계 모든 학과를 리뷰하는 ‘전과자’ 시즌 6이 EXO 카이와 함께 돌아왔다. 대학 생활이 익숙했던 1대 전과자 이창섭과 다르게 소집 해제 하루 만에 촬영을 시작한 카이는 아직 캠퍼스 생활도, 이 사회도 낯설다. ‘새내기 OT’에서 ‘대출(대리 출석)’, ‘중도(중앙 도서관)’, ‘동방(동아리 방)’ 등 대학 생활 필수 용어들과 학교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까지 공부를 마친 카이는 호기롭게 가장 가보고 싶은 학과로 과학 관련 학과를 외치고, 결국 카이스트 화학과로 첫 ‘전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기세등등했던 모습과 달리, 대학교 수업은 즐겨 듣던 과학 유튜브와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전과자’는 프로그램을 위해 쉽고 간추려진 ‘방송용’ 수업을 학교에 요청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등교 시간에 맞춰 실제 수업을 듣고, 본래 진도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며, 어쩌면 대학 탐방 때도 알 수 없었던 진짜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을 알려준다. 그 덕분에 ‘전카자(전과자+카이)’는 교수님이 쏟아내는 어려운 화학물질 명칭들 속에서 관자놀이 마사지를 하며 겨우 버틴다. 간단하다던 코딩 실습은 지금 여기가 화학과인지 컴퓨터공학과인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그럼에도 매 수업 교수님에게 질문을 하고, 학과를 미리 알려주면 예습해 오겠다는 카이의 열정은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해 패기 넘치는 새내기 대학생들과 닮아 있다. 등교 시간이지만 전날 뒤풀이의 여파로 아직 취해 있는 신입생들, 클라이밍 동아리지만 클라이밍은 해본 적 없는 동아리원들, 학식 대신 떡볶이를 시켜 먹는 학생들 덕분에 카이의 대학 동아리와 학식에 대한 로망은 깨져버렸지만 그래서 더욱 ‘전과자’는 현실적인 대학 생활의 즐거움을 보여준다. 데뷔 13년 차의 풋풋한, 좌충우돌 대학 탐방기다.

‘올파의 딸들’
배동미(CINE21 기자): 강인한 튀니지 여성 올파는 딸만 넷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남편과 남자 친구를 떠나 홀로 딸 넷을 키웠다. 아이들이 나쁜 길로 가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올파는 폭력을 서슴지 않는 억압적인 엄마였다. 하지만 딸들이 언제고 아이에 머물 수는 없는 법. 시간은 부지런히 흘러 아이들은 자라 저마다 삶의 형태를 만들어 간다. 엄마의 감시를 피해 남자 친구를 사귀고 외양을 바꾸며 올파에게 히잡을 쓰라고 요구한다. 모녀간 힘의 균형점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첫째 고프란과 둘째 라흐마는 가족을 떠나 IS에 합류하기에 이른다. 이제 올파가 아무리 애원해도 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수상작 ‘올파의 딸들’은 한 가정을 통해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를 뒤덮은 혼란을 포착한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사라진 두 딸을 대신할 배우들을 투입해 올파 가족과 함께 일련의 사건을 재연하도록 하면서 감정의 응어리가 스스로 드러나도록 만든다. 카메라는 재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담기보다 올파와 남은 두 딸이 설명하는 맥락과 그들의 감정이 끓어 넘치는 순간에 더 집중한다. 한마디로 ‘올파의 딸들’은 두 번 관람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의 파고가 대단한 다큐멘터리다. 한 가정의 사적 기록을 뛰어넘는 걸작이다.

별이 된 R&B소울 스타들을 추모하며
강일권(음악평론가): 전 세계 R&B/소울 팬들에게 2025년은 가장 잔인한 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고 불과 3개월 사이에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비보가 남긴 충격과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비보가 날아들었다.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아티스트가 우리 곁을 떠났던 때가 있었던가. 2월 23일엔 그룹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의 멤버 크리스 재스퍼(Chris Jasper)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암 진단을 받은 지 두 달 만이었다. 그의 탁월한 연주와 작곡 솜씨는 위대한 소울/펑크 밴드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초기 댄스 곡과 R&B 발라드가 탄생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바로 다음 날인 2월 24일엔 ‘Killing Me Softly’의 주인공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였다. 플랙은 지난 2022년 루게릭병(ALS) 진단을 받은 이후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소울, 재즈, 가스펠, 포크 그리고 사랑의 메시지가 융합한 그의 음악 세계는 후배 아티스트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었다. 3월 1일엔 네오소울 전성기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 앤지 스톤(Angie Stone)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 공연을 마치고 애틀랜타로 돌아가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랩 그룹 시퀀스(Sequence)와 네오소울 그룹 버티컬 홀드(Vertical Hold)를 거쳐 솔로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는 전통적인 소울과 현대 R&B 사운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아티스트였다. 3월 4일엔 재즈와 R&B를 넘나든 거장 로이 에이어스(Roy Ayers)가 오랜 병환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였다. 그는 비브라폰 연주자,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힙합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1976년 명곡 ‘Everybody Loves The Sunshine’은 가장 많이 샘플링된 소울/재즈 넘버 중 하나다. 3월 7일엔 그룹 토니 토니 톤(Tony! Toni! Tone)의 창립 멤버이자 기타리스트 드웨인 위긴스(D’Wayne Wiggins)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세였다. 그는 의학적 합병증을 앓고 있었다. 위긴스는 리듬 앤 블루스와 펑크에 기반을 두고 현대적인 그루브를 입힌 토니 토니 톤의 전통적인 동시에 진보적인 음악 세계가 구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오하이오 플레이어스(The Ohio Players)의 클래런스 윌리스(Clarence “Chet” Willis), 더 갭 밴드(The Gap Band)의 프레드 젠킨스(Fred Jenkins), 제리 버틀러(Jerry “The Iceman” Butler), 샘 앤 데이브(Sam & Dave)의 샘 무어(Sam Moore), 랜디 브라운(Randy Brown) 등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전설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부디 그들이 하늘에서 고통 없이 편히 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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