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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셀레나 고메즈 인스타그램

많은 예술이 사랑을 노래한다. 대중음악에서는 단연 가장 중요한 주제다. 반드시 듀오를 이루거나 앨범 단위의 작업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음악가 커플의 공동 작업 사례가 제법 많은 것이 놀랍지 않다. 반대로 협업이 실제 로맨스로 이어지거나. 셀레나 고메즈와 베니 블랑코의 앨범 ‘I Said I Love You First’는 가장 최근의 사례로 관심을 모은다. 물론 세상이 보내는 눈길까지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거 다른 커플들의 슬픈 결말은 팬들조차 직업적 결과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기도록 한다. 보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약혼 발표 직후의 인터뷰 기사나 앨범 발매 자체도 상업적 행보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그 모든 우려가 일정 부분 사실을 반영한다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 ‘I Said I Love You First’는 뭔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셀레나 고메즈는 디즈니 채널의 10대 스타로 시작하여, 인스타그램에서만 4억 명 이상으로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진 여성이 된 것처럼 항상 대중적 관심의 중심에서 살아왔다. 음악적으로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감성적 깊이를 탐험하며 ‘Revival’과 ‘Rare’를 포함한 1위 앨범 3장과 톱 10 히트 곡 9개를 남겼다. 그사이 할리우드에서도 유독 끈질긴 주목을 받은 개인사는 가사에도 종종 반영되었다. 베니 블랑코는 비슷한 기간 동안 프로듀서이자 송라이터로 케이티 페이의 ‘Teenage Dream’, 마룬5의 ‘Moves Like Jagger’, 리아나의 ‘Diamonds’ 같은 2010년대 가장 중요한 히트 곡에 기여했다. 물론 그의 작업 목록에는 셀레나 고메즈도 있다. 10년 전 ‘Revival’ 앨범으로 시작된 인연은 2019년 ‘I Can't Get Enough’나 2023년 ‘Single Soon’ 같은 비교적 최근의 성공적인 싱글로 이어져 있다. 2023년 12월 두 사람은 연애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했으며, 2024년 말에는 약혼을 발표했다. 그간 둘은 집에서 함께 음악을 쓰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I Said I Love You First'가 되었다.

두 사람 간의 애정이 앨범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결과물은 이 관계를 기념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을 예찬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만나기 전부터 사랑에 빠지고 미래를 약속할 때까지 이르는 시간 축이 가로로 놓인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의 흥분만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잘 알려진) 각자의 과거에서 비롯된 상처와 질투,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약간의 불안감, 그것들을 극복하는 성장에 닿는 감정적 진폭이 세로로 엮여 있다. 인터뷰가 전체적으로 강조하듯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낀 편안함은 충분히 길고 솔직한 대화, 그것이 곡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유기적인 과정으로 연결되고, 결국 두 사람의 관계만이 아니라 인생을 반영한 앨범으로 열매를 맺는다. 요컨대 티 없이 매끈하게 전시되는 연애가 아니다.

앨범의 첫 트랙 ‘I Said I Love You First’부터 그렇다. 이는 얼핏 사랑 고백이나 연인에 대한 감사처럼 들리며 쉽게 지나간다. 실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방송된 셀레나 고메즈의 출세작 ‘우리가족 마법사(Wizards of Waverly Place)’의 마지막 날, 그가 동료 배우와 제작진에게 남긴 인사말이다. 이는 현재의 그가 시작된 장면이지만, 동시에 과거와 작별하며 인생의 한 장을 넘기는 순간의 상징이기도 하다. 두 번째 트랙 ‘Younger And Hotter Than Me’도 앨범의 배경을 생각하면 급격한 커브처럼 보인다. 제목은 농담이나 반전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질투와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심이다. 그가 현재의 사랑에 이르기 전에 헤쳐야 했던 감정적 파고는 ‘Call Me When You Break Up’과 ‘Don’t Wanna Cry’에서도 다루어진다.

바로 이어지는 ‘Sunset Blvd’가 농담과 윙크를 섞어서, ‘Cowboy’가 글로릴라의 랩을 통해 셀레나 고메즈의 좀 더 노골적인 자아를 드러내는 느낌으로 성적 뉘앙스를 전달하는 것은 주제와 분위기의 전환처럼 보인다. 이는 찰리 XCX가 함께 쓴 ‘Bluest Flame’에서 일종의 축제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 확고함은 ‘How Does It Feel To Be Forgotten’이 과거의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이 어떤지 묻는 것으로 이어진다. 셀레나 고메즈는 이를 내성적 발라드로 하지만 슬픈 것이 아니라 통렬한 질문으로 남긴다. 복잡한 감정인가? 당연히 그렇다. 그것이 ‘그녀의 과거’가 아니라 ‘그의 과거’로 향할 때는 어떨까? ‘Don’t Take It Personally’가 더 미묘해지는 이유다. ‘그가 한때 당신을 사랑했음을 알지만, 당신의 행운을 빈다’는 접근은 대중음악에서 현재의 연인이 과거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보통의 (혹은 고정관념의) 공격적인 메시지를 뒤집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자신만만해 보이기도 한다.

피니어스가 참여한 ‘Scared Of Loving You’가 앨범의 주제와 내러티브를 아우르는 음악적 피날레에 위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밸런타인데이에 공개된 티저로는 애절한 사랑 노래만으로 보였지만, 앨범의 맥락 안에서는 앞선 복잡한 관계의 그물을 아우른다. 제목은 오해를 살 수 있지만, 화자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노래는 발랄하거나 순진한 목소리의 팝이 아니라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의 소품으로 남을 때 적절하다.

이는 ‘I Said I Love You First’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되는 지점일 수 있다. 앨범의 많은 트랙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찰리 XCX와 빌리 아일리시가 이미 언급되었고, 라나 델 레이의 슬픈 발라드와 서부 해안의 고독한 정서,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쓴 듯한 비유적 이별의 감정을 말할 수 있다. 셀레나 고메즈가 음악적 스타일을 확장했다고 보지 않고, 이를 연기에 가깝게 소화한다는 지적마저 있다. 하지만 어떤 앨범은 조금 다른 기준으로 우리에게 호소한다.

다른 역사적인 커플 앨범과 비교해보자. 현대의 가장 유명한 예시는 2018년 카터스 혹은 비욘세와 제이Z의 ‘Everything Is Love’일 것이다. 이들은 공공연했던 부부간의 갈등을 해소하며 가족의 결합을 축하한다. 음악계의 가장 강력한 듀오에게는 승리 선언과도 같았고, 앨범의 완성도는 장르적 스웨그 이상으로 탄탄했다. 이는 기존의 많은 커플 협업과 현재의 사랑에 집중하는 감정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이들의 유명세와 R&B/힙합의 장르 특성 덕분에 강력하고 거대해 보인다. 하지만 ‘I Said I Love You First’는 굳건한 승리보다 취약함에 대한 탐구와 발견을 담는다. 무엇이 더 낫다는 말이 아니다. ‘Everything Is Love’를 예로 드는 것은 그만큼 ‘I Said I Love You First’가 택한 낯선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1980년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Double Fantasy’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앨범에서 두 사람은 번갈아 노래하며 각자의 사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I Said I Love You First’에서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셀레나 고메즈이고, 베니 블랑코는 여전히 프로듀서로 배경에 남는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베니 블랑코가 메인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이례적일 정도다. 그러나 앨범이 만들어진 과정에서의 감정적 기여는 물론, 트랙마다 다양한 장르적 완성도는 베니 블랑코의 업적이다. ‘I Said I Love You First’의 커버가 제안한 바와 같이, 셀레나 고메즈와 베니 블랑코도 그들의 사적인 순간을 엿보도록 한다. 단, 개인 작업의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프로듀서 중심으로 다양한 조력자와 함께하는 현대적인 작법을 통한다.

두 사람은 소셜 미디어와 팬 이론의 시대에도 순수한 마음으로 믿어줄 수 있는 러브 레터를 써냈다. 특정 아티스트를 연상시키는 것은 흠결로 남기보다 동시대의 문법을 효율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좋은 노래의 연속으로 증명한다. 덕분에 이 러브 레터는 우리의 걱정과 냉소는 물론, 미래의 불확실성에도 퇴색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증거하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반복컨대, 많은 예술이 사랑을 노래한다. 그중 이 정도로 만족스러운 경우는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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