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켄드(The Weeknd) 혹은 에이블 테스페이(Abel Tesfaye)의 최신작 ‘Hurry Up Tomorrow’는 2020년 ‘After Hours’, 2022년 ‘Dawn FM’에 이은 3부작의 마무리다. 그는 이 사실을 진작에 알렸다. 3년 전 ‘Dawn FM’ 공개 직후 소셜 미디어에 다음과 같이 썼다. “혹시…새로운 3부작를 경험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 그냥 3부작이 아니라 ‘새로운’ 이라고 썼다. 2011년 위켄드의 경력이 시작되었던 전설적인 3부작의 후속이라는 뜻이다. 당시 위켄드는 ‘House Of Balloons’, ‘Thursday’, ‘Echoes Of Silence’로 이어지는 믹스테이프 3부작으로 이른바 얼터너티브 R&B의 분위기와 사운드, 가사의 주제 등에서 장르의 전범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3부작이 단지 후속작이 아니라, 위켄드라는 한 시대의 끝이 된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다. 2023년 8월 ‘W’ 매거진 인터뷰를 보자. “나는 위켄드 챕터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음악을 만들겠지만, 위켄드를 죽이고 싶고 결국 죽일 것이다. 나는 그 피부를 벗어버리고 다시 태어나려 노력 중이다. 지금 작업 중인 앨범은 아마도 위켄드로서의 대단원(last hurrah)이 될 것이다. 위켄드로서 해야 할 말은 모두 했다.” 대부분 2022년 9월 북미 투어 중 목소리를 잃고 공연을 연기했던 사고, HBO 드라마 ‘더 아이돌’의 제작과 주연을 맞아 공연과 촬영을 병행하며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 등을 이유로 언급한다. 하지만 이유가 중요할까? 지난 10년간 스트리밍 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음악가의 예정된 결말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다.
이후 위켄드의 인터뷰, 소셜 미디어 포스트, 스니펫 등은 약속된 대단원으로 향하는 약속처럼 보였다. 2024년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단 하룻밤 열린 특별 콘서트는 대형 예고편이었다. 공연을 며칠 앞두고 영상을 통해 앨범 제목 ‘Hurry Up Tomorrow’를 공개했다. 영상은 일종의 선언문을 담고 있다. “어제는 14년 전이었다. (중략) 새로운 길이 기다린다. 오늘이 끝나면, 나는 내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서둘러라, 내일아(Hurry Up Tomorrow).” 위켄드는 상파울루 공연에서 미발표 곡 9개를 공개하고, 그중 ‘Dancing In The Flames’, ‘Timeless’, ‘Sao Paulo’의 세 곡이 선행 싱글로 연이어 나온다. 2024년 12월 말에는 세계 전역에서 ‘The End Is Near’라는 전광판 광고가 등장했다. 모두 위켄드의 지난 6장 앨범의 디자인에서 ‘Weeknd’의 1, 2, 4번째 글자를 지운 것이다. 음악만이 아니다. 앨범과 같은 이름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영화는 에이블 테스페이 본인과 함께 제나 오르테가와 배리 키오건이 출연하고, 5월 16일 미국 개봉 예정이다.

요컨대 ‘Hurry Up Tomorrow’의 등장은 의례적인 카운트다운과 티저는 물론이고, S급 아티스트가 택할 만한 홍보 물량전과도 개념을 달리하는, 이 모든 것이 마지막이라는 정점을 원한다. 에이블 테스페이가 영화 ‘언컷 젬스(Uncut Gems)'에서 과거의 자기 자신으로 출연한 이후 그는 종종 자기 자신과 캐릭터로서의 위켄드를 구분했다. 점차 이 캐릭터는 음악 활동의 전면을 장식하고, 우리는 ‘After Hours’ 시대에 붕대를 감은 캐릭터의 연대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Dawn FM’에서 허구의 라디오 방송국인 103.5 Dawn FM의 안내를 받아 연옥을 통과하며, 쾌락적 삶에서 반성과 자기 성찰에 이른다. 지옥과 연옥을 거친 ‘캐릭터’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주제에 앞서 눈에 띄는 것은 22곡, 90분에 가까운 분량을 빈틈없이 채우는 화려함이다. 음향적일 뿐만 아니라 영화적이다. 이는 마이크 딘, 다니엘 로파틴(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저스티스, 조르지오 모로더 등 유명 프로듀서가 기여하는 다양한 장르와 믹스로 강조된다. 트랙 내부만이 아니라 매 트랙을 다음 트랙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라디오 또는 전화 통화를 모사하는 효과로 극적 효과를 배가한다. 요컨대 방법적으로 ‘Dawn FM’을 더 크게 부풀린 것처럼 보인다.
이는 한마디로 대담하다. 첫째, ‘Dawn FM’은 위켄드 기준에서 충분한 성공작은 아니었다. 첫 주간 판매량 14.8만 단위로 그 이전까지 4연속 빌보드 200 1위 데뷔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2위에 올랐다. 바로 앞선 ‘After Hours’의 첫 주간 판매량은 44.4만 단위였다. 둘째, 위켄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경계를 넓혀온 음악적 경력을 자랑하고, 여기서 또 한 번의 방향 전환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Sao Paulo’에서 아니타와의 협업으로 브라질리언 펑크(Brazilian funk) 장르를 선보이는 이질적인 순간이 있다. 하지만 앨범의 전반적인 인상 덕분에 일탈이나 확장이 아니라 서사 과정의 환기처럼 느껴진다.
그는 앨범이 시작하자마자 캐릭터의 퇴장을 선언한다(“내가 가진 건 나의 유산뿐이야, 사후 세계도 없고, 다른 세상도 없어(‘Wake Me Up’)”). 현세의 그는 외롭고, 머물 곳이 없다 (“펜트하우스 감옥에서 나는 혼자야, 나는 내 집을 태우고 있어(‘Cry For Me’)”). 10대 시절에 시작된 거친 삶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나는 더 이상 내 몸을 학대하지 않아. 아무도 내가 24살을 넘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Enjoy The Show’)”). 신에게 기도하고(“신께서 내 영혼을 지켜주시기를 기도해(‘Big Sleep’)”), 자비와 용서를 구한다(“당신처럼 나에게 자비를 베풀고 당신처럼 나를 용서해줘(‘Give Me Mercy’)”). 그는 불로 정화되기를 원하고, 삶이 끝난 뒤로는 천국을 원한다(“너의 불로 나를 씻어줘”, “나는 삶 이후에 천국을 봐, 죽을 때 천국을 원해”, “이 고백이 충분하길 바라(‘Hurry Up Tomorrow’)”).
그의 바람처럼 이 반성과 고해가 충분하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Hurry Up Tomorrow’의 마지막 순간은, 그의 첫 믹스테이프 ‘House Of Balloons’의 시작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들린다. 캐릭터, 위켄드를 무한한 순환의 고리에 올려두고, 에이블 테스페이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길 원하는 것일까? 만약 이 해방 혹은 도피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대중예술 역사에서 본 적이 없는 정체성 서사를 보게 될 것이다. ‘Hurry Up Tomorrow’가 이 계획의 한 단면이라면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단면은 동명의 영화를 거쳐, 이후 에이블 테스페이가 보여줄 새로운 활동이 책임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끝이 아니라 변곡점을 보고 있다. 어쩌면 그의 유산은 몇 개의 성공적인 앨범과 싱글, 트로피가 아니라, 토론토의 거친 동네에서 시작된 캐릭터의 영화적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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