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 남자친구에게 바칩니다. 들어주세요. ‘싱어송라이터’ / ....(중략) / 그런 나는 싱어송라이터 / 너에게 차인 정도로 살아갈 의미가 없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아 / 전부 다 소재로 써먹을 테니까”
- ‘SSW’ 중
메이저 데뷔작 ‘コレカラ’(2017)의 수록 곡 ‘SSW’의 가사만큼 코레사와라는 아티스트를 설명하기 좋은 자료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연의 경험을 모조리 작품화하겠다는 각오. 이는 ‘소재’의 차원을 넘어 노래와 삶이 연결되며 생겨나는 청명한 울림이 자신의 무기임을 알리는 선언문처럼 다가왔다. 이와 같이 ‘리얼리티’를 중심으로 한 팝 록 사운드로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온 그는, 작년 한 해 SNS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元彼女のみなさまへ’(2024)의 히트를 통해 재차 도약할 준비를 마친 태세다.

어린 시절 그에게 가수라는 직업은 어렴풋하지만 당연하게 여겨지던 꿈이었다. 두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던 덕분이다.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결정적 계기가 바로 아이코(aiko)의 명 발라드 ‘カブトムシ’(1999)를 불러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던 일이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디테일한 생활감’은 상당 부분 이 대선배의 계보를 잇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담배라는 매개체를 통해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담아낸 ‘たばこ’(2017)의 가사를 보면, 그 흔적이 보다 선명히 남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네가 두고 간 담배 /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거였는데 어째서 / 불을 붙여버린 걸까 / 너한테서 나는 향기가 났던 거야 / 너의 향기가”
- ‘たばこ’ 중
이후 수많은 통기타 키드를 낳았던 유이(yui)의 등장 또한 꿈을 구체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당시 아버지가 선물해준 어쿠스틱 기타를 안고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경음부에 들어가 유이를 비롯한 기성 아티스트의 커버 곡을 중심으로 취미처럼 가볍게 워밍업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 작사, 작곡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찰나, 그의 눈을 뜨게 해준 것은 바로 10대이기에 가질 수 있는 풋풋한 질투심과 경쟁심이었다.
같은 서클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노래를 만들어 오자 선수를 뺏긴 기분이 들었던 그는,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는 한시라도 빨리 행동을 통해 그 초조함을 이겨내 보자 결심하게 된다. 그러던 중 눈에 띈 것이 바로 오리지널 곡 콘테스트의 전단지였다. 놀라운 것은 첫 도전에 바로 전국대회에 진출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기쁨도 잠깐, 라이브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전국대회에서 제대로 실력을 펼쳐 보이지 못했고, 이를 계기로 보다 진지하게 꿈을 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는 고교 졸업과 함께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해 음악 활동을 확장해 나갔다. 이듬해엔 페스티벌 ‘서머소닉’의 신인 발굴 코너인 ‘나가는 거야? 서머소닉(出れんの!? サマソニ!?)’을 통해 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의 무대를 선보였고, 사실상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자가제작반 ‘憂鬱も愛して’(2014)과 첫 전국 유통 음반인 첫 번째 EP ‘君のバンド’(2015)까지 한 계단씩 차분히 스텝을 밟아 나가게 된다. 그러던 중 단숨에 몇 단계 뛰어오르는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たばこ’의 히트다. 자신의 연애 경험을 기반으로 써 내려간 이 곡은, 공감대 있게 그려낸 이별의 감정과 그 정서를 극대화하는 뮤직비디오가 맞물리며 입소문을 탔다.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약 6,8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그의 대표 곡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게 마지막 자기 증명을 마치며 ‘コレカラ’를 통해 메이저 데뷔를 완수하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비주얼에 대한 이야기다. 미디어에 나설 때, 그는 쿠마몬과 컨트롤 베어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레코짱(れ子ちゃん)’을 자신의 얼굴로 내세운다. 인디 활동 당시 일러스트레이터 우치보리 신페와의 의기투합을 통해 만들어진,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페르소나인 셈이다. 다만 레코짱을 내세우는 것은 매체를 통해 자신을 보여줄 때뿐이다. 공연 때는 얼굴을 공개하며 관객과 대면하고 있다. 이는 코레사와가 대중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타인의 손을 거칠 때는 조금이라도 왜곡이 있을 수 있기에 고정된 인상을 지닌 가면으로, 공연 시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기에 별도의 가공이 없는 본래의 모습으로 활동한다는 전략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따름이다.
코레사와의 노래는 ‘가사 중심’의 결과물들이다. 그는 “여자들이 밖으로 내놓지 못하는 마음을 밝게 노래하는 것”을 핵심 콘셉트로 삼고 있다 말한 바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하지만 평소에는 잘 표현할 수 없던 감정을, 자신의 경험에 기대 직선적으로 구현한다. 예를 들면 이별이라고 해도, 마냥 ‘헤어졌다’, ‘끝났다’로는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을 한 번 더 파고들어 쉬운 언어로 해체시킨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싶다. 가녀리면서도 단단한 힘이 깃든 보컬 스타일은 그러한 일상성에 특화되어 있다. 마치 오래된 우편함에 꽂혀 있던 편지처럼 말이다.
더불어 강한 '자기 긍정감'도 코레사와 음악의 핵심이다. 어떠한 상처나 아픔, 시련도 결국 자신이 더욱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며, 이것이 지나간 다음에는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그녀의 노래 곳곳에 스며 있다. 메이저 데뷔 앨범의 'SSW'에서 “너에게 차인 정도로 살아갈 의미가 없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아(君にフラれたくらいで 生きる意味なくしたりしないよ)”라는 대목이라든지,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元彼女のみなさまへ(전 여자친구 모두에게)”에서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기에 지금의 이상적인 연인을 만날 수 있었다고 표현한 부분은 이러한 긍정적 마인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자기애’와 ‘긍정'은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한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허니웍스의 ‘可愛くてごめん(귀여워서 미안해);(2022)로부터 시작된 이 경향은 프루츠 지퍼나 큐티 스트리트와 같은 인기 그룹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코레사와는 이런 시대적 감각을 일찍이 포착하고 있었던 셈이다. 초도키메키♡센덴부에게 제공한 '最上級にかわいいの!'가 틱톡에서 대히트를 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터. ‘너한테 차여서 오히려 지금 가장 귀엽다.’라는 메시지는 이와 같은 ‘자기애’의 정수를 보여주며, 이는 그가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통해 줄곧 표현해온 것이기도 하다.

최근 선보인 네 번째 정규작 ‘あたしを選ばなかった君へ’(2025)은, 기존의 성격을 유지함과 동시에 언어를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오사카 사투리를 활용해 친근함과 생동감을 살린 ‘浮気したらあかんで’, 고양이 울음 소리를 가사에 절묘하게 녹여내 듣는 맛을 살린 ‘にゃんにゃんにゃん’, 랩을 쓰듯 라임을 구성해 리듬감을 강조한 ‘♡人生♡’, 결혼 후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그림으로 그려질 듯 생생히 묘사한 ‘お嫁さんになるの’과 같은 노래들이 그 시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더불어 차분히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이렇게 반짝반짝하는 감정이 알고 보면 너무나 가까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기에 소홀히 하기 쉬운 삶의 요소들이다. 이러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예쁘게 포장해 손에 쥐어주는 선물, 그것이 바로 이 신보가 지향하고자 했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9월, 코레사와에게는 데뷔 초부터 꿈꿔왔던 특별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일본 음악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부도칸 공연이다. 그렇게 서고 싶던 무대이건만 그는 아직 기쁨보다는 불안함이 더 크다고 언급한다. 그간 음악을 매개로 팬들과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의 공동체를 형성해온 그다. 더욱 규모가 커져가는 공연장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지금의 관계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의 고뇌는, 이제 코레사와로서의 활동이 새로운 챕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만든다.
코레사와의 음악에는 J-팝의 대중성과 인디 음악의 진정성이 절묘하게 공존한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는 대중적 접근성을 확보하며, 가사와 음악적 디테일에서는 인디 씬의 실험성과 솔직함을 유지한다. 이런 균형감은 요즘 일본 음악계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보편적인 언어로 선율로 특별한 감수성을 자아내는 그의 존재감은 ‘자기애’의 시대와 맞물려 더욱 빠르게 대중음악 씬에 뿌리내리고 있다. 보통의 날들 속 디테일한 감성을 포착해 듣는 이의 일상을 깨우는 ‘생활 밀착형 팝’의 활약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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