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는 밴드다.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가 프런트-우먼이자 송라이터라고 밝히지만, 달리 말하면 여전히 밴드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상자는 미셸 자우너를 밴드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하고 음악적으로 기여하는 존재 이상으로 본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미셸 자우너의 프로젝트 혹은 미셸 자우너라는 아티스트 그 자체와 동격으로 여긴다. 물론 처음에는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에는 좀 더 깊은 이유가 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처음 등장한 2016년 데뷔 앨범 ‘Psychopomp’는 2014년 미셸 자우너의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어머니의 암 진단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돌보고, 동시에 자신을 위해 곡을 썼다. 앨범 커버는 어머니의 20대 시절 사진이다. 앨범과 이름이 같은 연주 곡 ‘Psychopomp’는 “괜찮아,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어머니의 전화 녹음을 담고 있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한국 음식으로 달랬고, 이는 2016년 매거진 ‘글래머(Glamour)’에 실린 에세이, ‘사랑, 상실 그리고 김치’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2018년 ‘뉴요커(The New Yorker)’에 게재한 ‘H마트에서 울다’로 구체화되었다. 제목이 익숙한가? 맞다. 이 에세이는 출판사의 권유로 2021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책의 첫 챕터는 2018년 에세이와 거의 같다. 그리고 책에서 어머니의 “괜찮아, 괜찮아”는 그가 평생 들었던 위안의 말로 다시 등장한다. 요컨대 미셸 자우너의 상실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시작이다.

2021년 ‘H마트에서 울다’ 출간 직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발표한 3번째 앨범 ‘Jubilee’는 미셸 자우너의 적극적인 의도에 따라 앞선 5년간 다루었던 슬픔보다 즐거움에 대한 작품이 되었다. ‘Be Sweet’ 같은 대표 트랙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녹음까지 마친, 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신스 팝, 뉴웨이브 스타일의 최상급 구현이었다. 같은 해 ‘H마트에서 울다’는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Jubilee’는 다수의 매체에서 연말 리스트 상위권에 올랐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2022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후보로 지명되었다. 상실 다음이 극복 혹은 전환이었다면, 다음은 무엇일까?
미셸 자우너는 이에 대하여 솔직하고 명쾌한 답변을 남겼다. “책과 앨범의 성공 덕분에 재정적 안정을 기쁘게 누리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같은 종류의 일을 하지만, 규모가 더 크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드라마가 보통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알고 있다. 에피소드 제목은 ‘왕관의 무게’ 또는 ‘성공의 역설’ 정도가 된다. 같은 인터뷰를 보면 미셸 자우너도 알고 있다. “난 지금 흥미로운 지점에 있다. 새 앨범이 나올 무렵 ‘그는 엄청난 한 해를 보냈지만, 그의 내면은 비참했다.’ 내러티브에 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노리는 것이 전혀 아니다. 나는 덜 외향적이고, 더 섬세하고 복잡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의 말은 무슨 뜻일까? 그래서 그는 어떤 앨범을 만들었을까?

‘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전적 상상력이다. 앨범 타이틀은 미국 소설가 존 치버의 단편 ‘The World of Apples’에서 유래한다.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한 남성의 환상 속 여인들 중에 ‘우울한 갈색 머리’ 또는 ‘슬픈 여인’이 있다. 이는 미셸 자우너가 ‘반쯤 거슬리는(semi-obnoxious)’ 앨범 타이틀을 선호한 결과다. 그는 자신의 의도와 비슷한 타이틀의 예시로,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1999년 작 ‘When the Pawn…’ 또는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 1995년 작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들었다. 여러 트랙에서 비슷한 관계, 문학적 인용과 음악적 영향의 결합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앨범의 리드 싱글 ‘Orlando In Love’를 보자. 노래 제목은 르네상스 시인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Matteo Maria Boiardo)의 서사시 ‘Orlando Innamorato’와 같다. 모험에 떠난 기사 올랜도의 이야기는 해변에서 캠핑을 하다 세이렌에 유혹을 받는다는 현대적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여기에 비너스의 탄생은 ‘코첼라 밸리 뮤직&아츠 페스티벌’ 무대의 조개껍데기 조형물까지 이어지고, 버니지나 울프의 ‘올랜도(Orlando: A Biography)’는 뮤직비디오의 젠더 유동적 1인 2역에 직접 영향을 주어 맥락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미셸 자우너는 그랜트-리 필립스(Grant-Lee Phillips)가 아메리카나-포크 장르와 낭만적 인디록을 결합한 1990~200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로 주제를 아우른다.

이 특정한 시기와 음악은 앨범 전체에 걸쳐 존재감을 자랑한다. 두 번째 싱글 ‘Mega Circuit’은 피오나 애플의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앨범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Picture Window’는 월 플라워스(The Wallflowers)의 2020년대 업데이트 같다. 예상도 기대로 못했지만 더없이 만족스러운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와의 듀엣 ‘Men in Bars’도 있다. 영화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의 그 사람 맞다. 제프 브리지스는 연기만큼이나 음악에도 열정이 보여준 역사가 있지만, 이 협력은 여전히 놀랍다. 이 듀엣은 하나의 상황을 남녀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노래하는 컨트리 트랙으로, 닉 케이브(Nick Cave)부터 하위 겔브(Howe Gelb)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상상하도록 한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정식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그 이전에는 창고, 다락 등 즉흥적인 공간이었다. 여기에 피오나 애플, 퍼퓸 지니어스(Perfume Genius) 등의 앨범에 꾸준히 참여하고, 앨라배마 셰이크스(Alabama Shakes)의 2015년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프로듀서 후보에 올랐던 블레이크 밀스(Blake Mills)가 참여했다. 밴드가 음악적으로 확장되는 것만이 아니라, 완성도와 일관성을 두루 갖춘 이유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DIY 인디 아티스트가 주류로 발전하는 과정이 아니다. 미셸 자우너는 솔직하지만 상황을 직시한 인터뷰처럼, 자신의 목소리와 세계관을 잃지 않는다. 더 나은 녹음 환경,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 대중적 성공 이후에도 이 앨범은 여전히 그의 것이다. 혼자 방에서 녹음했던 날것의 감성은 여전하지만, 정교한 프로덕션과 세련된 구성은 그것을 스타일로 구축하고 설득한다.

요컨대 ‘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는 과거의 사건에서 시작되는 정반합의 마지막 장도 아니고, 빛 다음의 그림자도 아니다. 대신 미셸 자우너는 자신의 내면에 쌓인 음악적 영향 중 가장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재료를 마음껏 활용하는 창작적 자유를 누리고, 그것을 매끄럽게 구현할 수 있는 프로덕션 자원을 충분히 투입했다. 재정적 안정이 허락한 ‘대담한 시도’란, 실은 이 정도의 소박함이기도 하다.
앨범 커버로 돌아가자. 미셸 자우너는 음식과 술이 풍요롭게 놓인 식탁에 엎드려 있고, 그 옆에는 해골이 보인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니타스 정물화(Vanitas Still-Life)의 인용이다. 미셸 자우너에게 해골이 상징하는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메시지는 (앞서 언급한 진부한 드라마처럼) 인생의 허무가 아니라, 외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슬픔을 곁에 두는 삶의 태도를 뜻할 것이다. 성공은 허무나 비참의 열쇠가 아니다. 기쁜 일이다.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오는 6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미셸 자우너는 2024년 1년 동안 한국에 머물며 한국어를 배웠다. 더 많은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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