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은 2024년 4월 첫 솔로 앨범 ‘청춘의 포말 (YOUTH)’에 이어, 2025년 6월 약 1년 만에 두 번째 앨범 ‘Soar’로 돌아왔다. 이는 그가 속한 그룹 NCT 127이나 K-팝 전반의 솔로 활동 지형도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행보다. 지난 2년 사이 NCT 127 멤버 중 절반 이상이 솔로로 데뷔하는 등 개별 활동이 왕성하다. 요즘 K-팝 아이돌의 솔로 활동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그룹과 병행 가능한 연속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도 생겼다. 그럼에도 1년 남짓한 간격으로 연이어 앨범을 발표하며 자기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것은 여전히 흔치 않다.

청춘이라는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파편들을 그려모았던(‘청춘의 포말’) 소년은, 이제 ‘꿈’이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Soar’)을 시작한다. 제목처럼 앨범은 희망과 도약을 노래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제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어쩌면 주제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이끌어 나가는 흥미로운 탐구가 함께 한다. 요컨대 ‘Soar’는 1990-2000년대 초 한국 대중음악의 정서와 사운드를 탐사하고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이 시기 한국 대중음악은 폭발적인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며, 이후 K-팝의 토대 중 하나를 이루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요’라는 모호한 용어로 뭉뚱그려져 때때로 부정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탐구나 업데이트에 선행해야 하는 것은 동 시대에 대한 ‘긍정’이다. 동시에 그것을 현재에 맞게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필요하다. 도영이라는 보컬리스트가 그 계기가 된 것은 아닐지 상상하면 무리한 가정일까?
1990년대 발라드부터 2000년대 초의 R&B의 작법은 피아노, 현악, 밴드, 고음과 기교를 쌓아 올리며 고조되는 극적 흐름에 바탕을 둔다. ‘Soar’는 그 시대의 방법론 자체가 아니라, 그 덕분에 남성 보컬이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할 기회를 얻었다는 아이디어에 집중한다. ‘편한 사람’은 익숙한 짝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와 도영의 보컬만으로 감정적 폭발을 재현한다. “가끔은 널 안고 싶고 가끔은 널 알고 싶어”라고 노래하던 화자는 마지막에 “널 갖고 싶”다고 “터질 듯 울컥”한다. 반면 ‘소네트’는 주제를 전환하여 불안정한 관계와 격정적인 감정이 아닌, 곁을 지켜준 이에 대한 깊은 감사를 그만큼 강렬하게 전달한다. 현대 K-팝의 세련됨은 방법론과 주제의 변주로 과거를 재검토할 수 있다.

물론 앨범 전반은 원하는 이야기를 위해 가장 좋은, 그리고 지금 어울리는 방법이 밴드 형식임을 잘 알고 있다. 단, ‘Soar’는 앞서 말한 계승과 업데이트의 가치를 굳게 유지하며 밴드 사운드의 유행 중에도 자신을 차별화한다. 서양에서 비롯한 장르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최근 유행이라는 이유로 J-록 밴드를 연상시키는 접근과도 거리를 둔다. 대신 이 프로젝트를 ‘청춘의 포말’과 구분 짓는 가장 명시적인 증거는 협업에서 온다. ‘Soar’에는 YB의 윤도현, 자우림의 김윤아, 넬의 김종완이 각각 송라이터로 참여했다. 덕분에 ‘Soar’가 과거와 맺는 관계는 아무리 정확하다고 해도 여전히 일방적인 이해를 넘어, 각자 자신의 세대에서 가장 젊었던 아티스트 사이의 진지한 대화가 된다.
윤도현은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내면의 평화를 간절히 원할 때 썼던 ‘고요’를 도영에게 주었다. 윤도현의 매우 개인적인 작품은 낯익은 록 발라드의 문법을 따르되, 도영의 맑고 정교한 톤은 노래의 사색적 주제를 부각한다. 김종완은 ‘Sand Box’로 제목부터 노래의 의도를 드러낸다. 이는 꿈에 관한 노래일 수도 있고, 팬 송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개방적인 가사는 물론이고, 신스로 시작하여 기타로 확장되는 사운드다. 이는 장애물을 밀고 나가는 둔중한 질주의 감각을 재현하고, 도영의 보컬은 이 앨범이 왜 ‘비상’인지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도영이 ‘동경’에서 김윤아의 손맛이 가득한 가사 속에서 ‘아무런 동경도 품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노래할 때, 이 앨범의 기획은 온전히 완성된다.
‘Soar’는 향수나 복고와 거리가 멀다. 대신 미완성의 사랑, 사회적 고민에 대한 문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던 과거 발라드와 포크의 정서를 소위 청춘의 ‘오글거림’으로 무시하지 않고 수용한다. 대신 꿈과 성장이라는 도영이 원하는 주제를 그에 어울리는 장르로 노래한다. 이를 위하여 K-팝 솔로의 일반적인 소재인 발라드를 재검토한다. 현대 한국에서 밴드 음악의 대중적 인식을 상징하는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스쿨밴드 보컬 출신인 도영의 배경을 되짚는다.

마침내 타이틀곡 ‘안녕, 우주’는 현 세대의 창작자를 통한 선언이 된다. 우리는 과거를 긍정하여, 지금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다. 현대적인 발라드의 완성도 높은 기승전결을 구사하는 작곡가가 곡을 쓴다. 그 시대의 가사를 모범으로 삼고, 일관된 스토리텔링을 선호하는 작사가가 가사를 쓴다. 의도적이라고 보일 만큼 영어 가사를 배제한다. 이 또한 주제를 완성하는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도영이 목소리로 완성하는 ‘안녕, 우주’의 시원한 청량감은 1990년대에서 바탕을 두지만, 그 완성도는 2020년대의 K-팝의 기준에 부합한다. 그리하여, 도영이 “시간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게 있어”라고 노래할 때, (젊으니까 말할 수 있는) 패기와 (젊을 때는 말할 수 없던) 성숙이 동전의 양면처럼 꼭 붙어 돌아간다. 여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10곡이 담긴 앨범이 필요하다, 조금 급해 보일지라도. 우리도 앨범의 첫 머리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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