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넷플릭스)
이희원: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다. 처음은 서투르고 실수할 수도 있고 그렇게 멋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하고 특별하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의 출연자들은 학창 시절의 기억, 이성에 대한 안 좋은 기억, 까다로운 이상형 때문에 저마다의 이유로 아직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 아직 호감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는 경험에 서툰 이들은 서로 약속을 잡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기존 연애 프로그램들의 출연자들과는 달리 철저히 프로그램의 룰 안에서만 움직인다. “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건데!”라는 서인국의 탄식처럼, 남녀 3명씩 함께 나간 롤러스케이트 데이트에서 잘 못타는 이성을 내버려두고 각자 유유자적하는가 하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그렇기에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에서는 타 연애 프로그램이 주는 짜릿한 설렘이나 자극적인 순간이 덜할지도 모른다. 대신 출연자들은 하루가 갈수록 서로를 이해하려, 좋아하는 상대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는 ‘오 분 책방’에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공부하고, 실전에 적용한다. 자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보고 숙소에 들어가 ‘이름 부르기’ 연습을 할 정도로 사랑에 진심이다. “약간 걸음이 느리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카더가든의 표현 그대로다.
출연자들을 향해 마치 친언니, 친형처럼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패널들의 리액션 또한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더한다. 이은지와 카더가든이 출연자들을 향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통쾌한 조언을 던지는 한편, 강한나와 서인국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한마디를 적재적소에 전한다. 그리고 “원래 이렇게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아 성찰을 하나요?”라는 카더가든의 말처럼, 출연자들은 첫 연애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결국 그들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다. 초반에는 다소 차가운 성격처럼 보이던 민홍은 “내가 너무 까다롭나?”라고 말하는 지수에게 “아니면 그냥 아닌 거야. 단순히 연애하고 싶다고, 네가 갖고 있는 그 모양을 결딴내면서 네모를 만드는 연애를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답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살핀다. 그의 말처럼, 자신의 고유한 모양을 지키면서도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우리 모두에게 남기는 질문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
배동미(‘씨네21’ 기자):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누적 조회 수 2억 뷰에 달하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웹소설은 단행본과 웹툰으로도 옮겨졌고 게임으로도 개발 중일 정도로 성공한 IP다. 그 상상력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VFX(시각특수효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게 아쉽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고르게 준수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 안효섭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강단 있는 표정으로 극을 잘 이끌어 나가며, 웹소설 멸사법의 주인공으로서 김독자와 만나는 유중혁 역의 배우 이민호 역시 분량은 적으나 나름의 인상을 남긴다. 김독자의 직장 동료 유상아를 연기한 배우 채수빈, 아픔을 가진 군인 이현성 역의 배우 신승호도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옮기며, 특히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는 유희원 역의 배우 나나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안에서도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가 이번 영화로 두 번째 연기 도전에 나섰다. 전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는 대사가 없는 특별 출연 정도였다면, ‘전지적 독자 시점’에선 대사와 액션 모두를 소화해낸다는 면에서 배우로서 그의 진짜 면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FAMOUS’ - ALLDAY PROJECT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가히 충격적이었다. ‘FAMOUS’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마주하고 든 생각이다.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로움이다. 대중에게 먼저 이름이 알려진 멤버는 그룹을 알리는 데에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그 멤버가 그룹과 조화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그룹에 둘이나 있는 ‘미디어에 노출된 멤버’들이 과연 한데 녹아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심지어 능력이 아닌 집안으로 먼저 알려진 멤버도 있었다. 이 멤버들이 한 그룹으로 모여 대중에게 아직은 낯선 혼성 그룹이 되면 어떤 시너지가 날까? 시너지가 나기는 할까? 나의 의문이 완전히 박살이 나는 데에는 뮤직비디오를 재생한 뒤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FAMOUS’에서는 기타 리프와 둔탁한 베이스로 정신을 홀리더니, ‘WICKED’에서는 비교적 미니멀한 비트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혼성 그룹이라는 성별 정체성이나 이미 K-팝 씬에서 성공한 프로듀서의 손길이 담긴 (래퍼만 네 명인!) 힙합 그룹. 이 정도로는 ALLDAY PROJECT를 정의 내리기 힘들다. 다섯 명의 멤버는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비트 위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닌다. 후렴에선 결국 “We”를 외치며 그룹의 하나 됨을 강조한다. 기존의 라벨링으로는 구별될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의 탄생.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일출을 목도하고 있다.
- 땀방울로 써 내려가는 인간 ‘최민호’2025.07.18
- ‘쥬라기 월드’가 돌아왔다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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