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또또 KWONTTOTTO’ (유튜브)
박수민: “또또랑 놀래? 우리 다 같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고!” 첫 영상의 엔딩 송처럼, 또또는 정말 ‘같이 놀자’는 말에 진심이다. 페이크 다큐 ‘디바마을 퀸가비’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또또는 주위 사람들에게 열정적으로 결혼을 권장(?)하는 신혼부부, 가상 아이돌 그룹 ‘리얼가이즈’의 대표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러나 ‘권또또’ 채널에서는 예능적 설정 없이 인간 ‘권도연’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 ‘어버’를 비롯한 가족, 댄서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 ‘퀸가비’의 지인들 등 그의 주변 사람들과의 일상을 모두 생생하게 드러낸다. 정리정돈 특기를 살린 콘텐츠 ‘청또부(청소부)’에서는, 친구들의 공간을 함께 비우고 정리하며 ‘조닝(Zoning)’*에 집착하면서도 그들의 공간에 담긴 삶의 흔적을 다정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5분 동안 웃겨드리겠습니다.”를 표방하는 ‘5분 웃음소’ 시리즈는 제목과 무관하게 10분이 넘을 정도로 점차 영상이 길어지고, 화면 상단의 카운트다운이 돌아가지도 않는다. 매회 달라지는 게스트가 촬영 감독이 되는 설정 속에서, 마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1인칭 시점으로 그들과 함께 웃다 보면 콘텐츠가 5분보다 훨씬 짧게 느껴질 정도다.
또또는 남편 어버와 함께 요즘 유행하는 ‘에겐남’, ‘테토녀’ 조합의 정석을 보여주지만 정작 또또 본인은 해당 트렌드에 대해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또또 특유의 엉뚱한 톤과 웃음기 가득한 리액션 덕분에 신기할 정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의 일상들이 정말 그의 실제 모습인지, ‘디바마을 퀸가비’ 세계관의 확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처럼 ‘권또또’와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엉뚱하고도 순수한 에너지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또또가 즉흥적으로 춤과 노래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매번 익숙한 듯 웃으며 장난을 받아주고,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엄청 잘해주는 날’을 선물하며 그만의 방식으로 쑥스럽지 않게 진심을 전한다. ‘디바마을 퀸가비’에 이어 그들이 꾸준히 여러 채널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항상 ‘사람’을 중심을 세우는 콘텐츠. 아마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이렇게 모두가 순수하게 함께 놀고 걱정 없이 웃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조닝(Zoning): 공간을 사용 용도에 따라 기능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일.

‘KOREA’ - 킴제이(kimj) & 엑스트라 스몰(Extra Small)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올해 한국에서 주목받는 여러 힙합 음반, 특히 방달(Vangdale)의 레이지 비트로 대표되는 힙합 레이블 KC의 노선은 일렉트로 팝의 쨍한 질감을 왜곡해 팽창시킨 부피감을 자랑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런 과잉되게 전자적인 음향이 2020년대 중순의 다양한 유행으로 퍼져나가고 있을 때,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 킴제이의 경우를 주목할 만하다. 2020년대 상반기 동안 영미권 웹에서 출현한 다양한 음악가들에게 주로 멜로디컬한 트랩과 번쩍이는 전자 음향을 혼합한 디지코어 비트를 제공해온 그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의 작곡 활동 또한 차근차근 넓혀가는 중이다. 흥미롭게도, 올해 같은 날(3월 28일)에 나온 그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세 발매작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한국성’을 들을 수 있다. 저스트비(JUSTB)의 곡 ‘Chest’에선 투홀리스 풍의 데모가 아이돌 팝 프로덕션에 제공되고, 에피(Effie)의 EP ‘E’에서는 200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의 미감이 한국 힙합·R&B를 거쳐 재해석된 하이퍼 팝으로 옮겨지는 것처럼.
그 중에서도 킴제이의 이름으로 발매된 정규 음반 ‘KOREAN’에는 흥미롭게도 제목에 비해 직관적으로 한국답지는 않은 덥스텝 계열의 EDM들이 가득하다. 한미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힙합 듀오 엑스트라 스몰과의 협업곡인 ‘KOREA’도 그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여기에서 한국은 오히려 세차고 둔탁한 전자 음향 속에 박힌 낯선 조각들, 이를테면 레비(Levy)가 잔뜩 일그러트려 내뱉는 한국어 낱말들이나 뮤직비디오에 보이는 LA 한인타운 미주 양곡 교회와 각종 한국 간식의 꼴로 분산되어 있다. 스크릴렉스의 유명한 드롭을 차용한 듯한 후반부는 도리어 국적을 가늠하기 힘들게끔 정신없던 진행을 롤러코스터처럼 아득히 추락시키는 것만 같다. 이때 흥미로운 건 고국을 피상적이고 분절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을 교포의 관점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채 존재하는 이런 한국의 모습들이, ‘E’에서 접두사 K와 직결될 온갖 멜로디와 텍스트와 이미지를 줄줄이 나열하며 과시하는 모습으로 재현하거나, 수많은 바깥 장르를 끌어들여 한 덩어리로 보여주는 아이돌 음악을 ‘K-팝’이라 부르는 문화적 흐름과 그리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KOREA’라는 뻔뻔할지 모를 제목과 곡에는, 조각조각 분산된 특징들을 과잉되게 혼합해 이름표만 그럴싸하게 붙이더라도 쉽게 성립되는 동시대의 한국성이 숨어든 셈 아닐까.
‘예술이라는 일’ - 애덤 모스
김복숭(작가): “예술이라는 일(원제: “예술이라는 일: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기”)”은 제목부터 이미 ‘좋은 예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 그리고 저자 애덤 모스의 이 수작 역시 같은 재료, 즉 ‘노력’으로 빚어졌다는 점에서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책장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예술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회화, 영화, 음악뿐 아니라 농담, 요리, 크로스워드 퍼즐까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주로 뉴욕의 예술가들이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와 접근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다채롭다. 모스는 이 과정에서 대담한 선택의 필요성, ‘예술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격언의 진실성 등 보편적인 진리를 짚어낸다. 꼭 육체적인 고통이 아닐지라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은 정신적으로 고되고, 정서적으로도 소모적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책은 실패에 대한 좌절감도 조명하며, 특히 사색적인 대목에서는 그 감정의 깊이를 더 정밀하게 파고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모스가 창작의 과정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창작을 번뜩이는 ‘유레카’의 순간으로 축소하지 않고, 예술가들이 완성된 작품 뒤에 숨겨진 초기 스케치와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보여주도록 이끈다. 또한 독자들에게도 직접 창작 실습을 해보라고 권유하며, 이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예술이라는 일”은 이를 묵묵히 강조한다. 2주 뒤 'NoW' 코너로 다시 돌아올 서평에서도 이 주제를 더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독자분들이라면 그때의 서평을 기대해주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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