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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지, 배동미(‘씨네21’ 기자),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짜잔씨 misstada YouTube

‘짜잔씨 misstada’ (유튜브)
오민지: 유튜버 짜잔씨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여자’다. ‘상위 0.01% 똑똑한 여자’가 되어 택시를 타고 일본 거리를 돌아다니다가도 ‘맨날 집에만 있는 20대 집순이’가 되어 투니버스 메들리를 들으며 케이크 던지기 게임을 한다. ‘상위 0.001% 초미녀’가 되어 새로 산 안경을 끼고 외출해서 아이폰6와 장난감인 ‘라라 폰’으로 셀카를 찍다가도 ‘한국의 흔한 20대 여자 오타쿠’가 되어 집에서 좋아하는 옷을 입고 만화책을 보며 컵라면을 먹는다. “공주들도 눈치 챘겠지? 내 취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단 걸. 사실 나도 날 잘 모르겠어. 변덕이 워낙 심해서 정착을 잘 못하겠어. 그냥 모든 스타일을 도전해보려고. 갑자기 너무 변해도 놀라지 말아줘♡” ‘시골 아싸의 브이로그’ 편에서 말한 것처럼 짜잔씨는 조금씩, 계속해서 바뀐다. 어떨 땐 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여러분들이 저한테 맨날 행복해야 된다고 해주시는데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이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이 안경 여자 오타쿠가 방에서 안나가는 이유’ 영상의 말미에서 온통 좋아하는 것들에 파묻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짜잔씨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짜잔씨’ 채널은 짜잔씨의 행복을 빌어주는 여자들과 행복한 짜잔씨가 다시 그 여자들의 행복과 행운을 ‘증인’함으로써 완성된다. 짜잔씨는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를 언박싱하거나 좋아하는 빙수를 먹으러 가고, 좋아하는 곳으로 여행에 갔다가 친구랑 싸우더라도 30분 만에 화해의 포옹을 하고, 마음에 드는 예쁜 물건들을 잔뜩 사서 자랑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곳에 가고, 좋아하는 걸 보고, 먹고, 하는 이야기로만 채워진 채널에 여자들이 모여든다. “늘 자신을 예뻐해주고 칭찬해주고 다독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용기를 얻었어요! 짜잔씨를 응원하다 보니 어느새 저를 응원하고 있네요.” 한 구독자의 말처럼, 서로의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아임 스틸 히어’
배동미(‘씨네21’ 기자):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1년간 군부독재를 겪었다. 브라질의 전 국회의원 루벤스 파이바(셀튼 멜로)는 군부가 집권하자 망명했다가 다시 브라질로 돌아왔고, 1971년 군부로 끌려가 실종된다. 아내 유니스 파이바(페르난다 토레스)는 남겨진 5명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국가를 상대로 남편의 생사를 확인해달라고 싸웠다. 그리고 25년의 투쟁 끝에 남편의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한 가족에게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영화 속 캐릭터들의 이름은 실제 사건 당사자들의 이름이다. 영화의 원작 자체가 파이바 가족의 막내아들 마르셀로가 집필한 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고,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에 호명된 브라질 영화 ‘아임 스틸 히어’는 1970년대 군부독재 시기에 자행된 국가 폭력을 한 가족의 프리즘에 비춰 재현한다. 당시 리우데자네이루는 누구나 자유롭게 바다에 풍덩 빠져 수영할 수 있는 도시지만, 군부가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명목 아래 강압적으로 시민들의 신분증 검사를 자행하던 곳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루벤스는 군부에 끌려가 실종되었는데, 20년 넘는 브라질 군부독재 기간 동안 총 191명이 살해당했고 243명이 실종되었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한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재현하며 루벤스가 겪은 고초를 재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임 스틸 히어’는 남겨진 가족, 특히 아내 유니스에게 시선을 돌린다. 유니스가 다섯 명의 아이를 어떻게 다독였는지, 남편 서명 없이는 은행 예금도 찾을 수 없자 어떻게 생활을 꾸려나갔는지, 그러면서도 길가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 지붕 위를 나는 헬기 소리에 얼마나 깜짝깜짝 놀랐는지. 누구나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연인과 가족, 친구들에게 기대고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은 세상이 건네주는 무게를 잠시 잊게 한다. 그를 잘 알고 있듯이 ‘아임 스틸 히어’는 소소하지만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가족의 시간을 자주 비춘다. 막내아들 마르셀로(길헤르메 실베이라)가 해변을 떠도는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게 해달라고 응석 부리는 모습, 막내딸 파비우(코라 모라)의 유치가 빠지자 아버지인 루벤스가 바닷가 모래사장에 소중히 묻는 광경, 첫째 딸 베로카(발렌티나 에르사지에)에게 유니스가 젊은 시절에 입던 코트를 물려주며 깊게 포옹하는 장면, 언론에 실릴 루벤스 없는 가족사진을 촬영할 때도 가족들이 “스마일”이라고 말하는 순간. 파이바 가족은 루벤스 실종이란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기 전에도 친밀했고 사건 이후에도 끈끈했다. 한 편의 영화를 봤을 뿐인데 이 가족을 오랜 시간 알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Grace’ - 욘욘(YonYon)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최근 한일 양국 음악계에서 기존의 국가적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SNS을 기반으로 서로 간의 취향과 트렌드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거나, 아티스트 간 협업이 빈번해지는 ‘경향’에서 나아가, 뮤지션 스스로가 보더리스를 지향하는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한일 혼혈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양국에서 활동한 싱글을 한 앨범에 모아 동시 타격을 지향한 챤미나의 ‘Naked’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음악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아티스트로서도 명확히 국적을 정의할 수 없는 결과물의 등장은, 전 세계 시장이 조금씩 하나로 묶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가속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와중에 예시로 제시할 만한 작품이 하나 더 늘었으니, 바로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이자 DJ, 욘욘의 첫 정규작이다.

그간 성실히 쌓아온 네트워크는 충실한 크레디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키린지와 슬롬이라는 꿈의 이인삼각을 통해 도회적인 댄서블함을 구현한 ‘Moonlight Cruising (feat. KIRINJI)’, 일본 힙합 씬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군림 중인 챠키 줄루가 각각 비트와 선율 중심으로 방향성을 달리해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구현한 ‘U’와 ‘Life is Beautiful’, 엠플로의 타쿠와 수민이 목소리를 보태 마치 존재했던 유닛 마냥 좋은 합을 보여주는 리드미컬한 신스팝 ‘Dreamin’' 등 좀처럼 보기 힘든 양국 간 호화 컬래버레이션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선 추천. 더불어 스스로 구축한 탄탄한 스태프들의 지원 아래, 특별히 벽을 두지 않고 그때그때 느껴지는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양국 언어를 오가며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이 음악 씬에 새로운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권하고 싶은 앨범이다. 단순한 언어적 선택을 넘어, 음악이라는 매체가 가진 보편성에 대한 신뢰를 이 작품은 담고 있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꾸준히 내디딘 걸음은 ‘Grace’라는 결실을 통해 그것이 분명 의미 있는 과정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조금은 비약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절감한다. 모든 음악은 결국 다 같은 음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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