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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문화 평론가)
디자인김민경

테일러 스위프트의 12번째 정규 앨범 ‘The Life of a Showgirl‘이 10월 3주 차 차트에서 역사적인 데뷔 기록을 남겼다. 먼저 빌보드 200을 보자. 테일러 스위프트의 15번째 1위 앨범이다. 첫 앨범을 제외한 모든 정규 앨범과 재녹음 앨범이 1위에 올랐다. 이번 1위로 드레이크와 제이-Z를 제치고 솔로 아티스트로 가장 많은 1위 앨범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제 비틀스의 19개 1위 기록만이 남아 있다.

‘The Life of a Showgirl’의 데뷔 주간 종합 성적은 400만 2,000단위, 그중 앨범 판매가 347만 9,500 단위다. 1991년 앨범 실적을 전산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기준으로 둘 다 단일 앨범의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는 2015년 아델의 ‘25’가 남긴 종합 성적 348만 2,000단위, 앨범 판매 337만 8,000단위 기록을 경신하는 수치다.

‘The Life of a Showgirl’은 8월 12일 발표와 함께 예약 구매를 시작했다. 10월 3일 공개하면서 예약 구매분을 포함한 전체 앨범 판매량이 집계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10월 3일 당일에만 270만 단위 성적을 올렸다. 이로써 전작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이하 ‘TTPD’)’의 데뷔 주간 기록 261만 단위를 하루 만에 뛰어넘었다. 앨범 버전은 38가지로 출시되었는데, CD 16종, 바이닐 8종을 포함한 실물 음반 27종, 디지털 다운로드 11종이다. 참고로 바이닐만 133만 4,000장 판매되어 1991년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The Life of a Showgirl’의 주간 스트리밍은 6.89억 회로 52만 2,600장 상당이다. 이는 역대 4위에 해당한다. 이 분야의 1위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작 ‘TTPD’가 남긴 8.91억 회다. 단, ‘TTPD’가 31개 트랙으로 달성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12개 트랙에 불과한 ‘The Life of a Showgirl’의 효율은 매우 높다. 역대 순위를 봐도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드레이크, 모건 월렌 등 많은 트랙 수의 앨범을 선호하는 대형 아티스트가 대부분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The Life of a Showgirl’을 포함하여 발매 첫 주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앨범 8개를 보유한다. 1991년 이후 유일한 아티스트다. 1991년 이후 주간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사례는 모두 27번이고, 해당 앨범은 25개다. 앨범 개수가 적은 이유는 아델의 ‘25’가 3주간 기록했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아델을 제외하면 주간 밀리언셀러 기록은 대부분 2000년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다. CD의 마지막 전성기 시절이다. 덕분에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즈, 에미넴,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동 기록의 상위권에서 볼 수 있다.

아델의 ‘25’가 지난 10년간 대기록을 유지한 이유도 비슷하다. 아델은 전 연령대의 앨범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보기 드문 아티스트다. 2015년은 스트리밍 시장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이었고, ‘25’는 공개 직후 수개월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스트리밍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스트리밍도 앨범 발매 이후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발생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청취 시간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감안하면 주간 성적의 한계가 생긴다. 예를 들어 ‘TTPD’의 1위 스트리밍 실적도 환산 실적으로는 68만 3,000단위다. 한 주간이 7일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이 한계를 넘기는 매우 어렵다.

다음으로 핫 100을 보자. ‘The Life of a Showgirl’ 수록 곡은 10월 3주 차 핫 100의 1~12위를 독식했다. 본작은 모든 수록 곡을 1위부터 끊김 없이 줄 세운 최초의 앨범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미 같은 주간 톱 10을 모두 차지해본 유일한 아티스트였고, 2022년 ‘Midnight’, 2024년 ‘TTPD’에 이어 3번째 기록을 달성했다.

1위 ‘The Fate of Ophelia’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통산 13번째 정상이다. 이는 역사상 4위에 해당한다. 1~3위는 비틀스 20곡, 머라이어 캐리 19곡, 리한나 14곡이다. 2020년대로 한정하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1위 곡은 8개로 가장 많다. 방탄소년단과 아리아나 그란데가 6곡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1위 곡 13개 중 1위로 데뷔한 노래는 8개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를 제치고 단독 2위 기록이다. 1위는 드레이크의 9곡이다. 톱 10 히트는 누계 69곡으로 역대 2위다. 1위는 역시 드레이크의 81곡이다.

‘The Fate of Ophelia’의 주간 스트리밍은 9,250만 회다. 이는 2020년 9월 사용자 콘텐츠를 제외하고 공식 음원만 차트 성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기존 1위는 포스트 말론, 모건 월렌의 ‘I Had Some Help’가 남긴 7,640만 회다. 스트리밍 송 차트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10번째 1위 곡이다. 이는 드레이크의 21곡에 이어 역대 2위다. 라디오 송 차트에도 즉시 7위로 데뷔하여, 테일러 스위프트의 22번째 톱 10 진입이다. 1998년 이후 라디오 송 차트 톱 10으로 데뷔한 노래는 5곡에 불과하다. 나머지 4곡은 리한나의 ‘Lift Me Up’, 아델의 ‘Easy on Me’,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 자넷 잭슨의 ‘All for You’다.

‘The Fate of Ophelia’만이 아니라 모든 수록 곡이 막대한 스트리밍 성적을 냈다. 수록 곡 12개가 톱 스트리밍 송 차트 1~12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하고, 2025년에 발매된 모든 노래 중 주간 스트리밍 기록 1~12위를 새로 썼다. 12위인 ‘Honey’조차 4,220만 회로 헌트릭스의 ‘Golden’이 가지고 있던 3,570만 회 기록보다 많다. 2024년 이전 발매 곡의 2025년 기록으로는 연초 차트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7,190만 회, 올해 봄 켄드릭 라마의 ‘Not Like Us’가 4,900만 회, 켄드릭 라마와 시저의 ‘luther’가 4,520만 회를 기록한 바 있다.

먼저 지난 한 달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KDH’)’의 빌보드 200 실적을 보자. 9월 3주 차에 처음으로 1위에 올랐던 ‘KDH’ 사운드트랙의 성적은 당시 12.8만 단위를 정점으로 천천히 감소 중이다. 그사이 트웬티 원 파일럿츠, 카디 비,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작이 높은 데뷔 성적과 함께 1위로 등장하는 중에도 2위를 지켰다. 10월 2주 차에는 톱 10에 5장의 앨범이 데뷔하는 혼전 속에서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10월 3주 차 현재, 톱 스트리밍 앨범 차트 2위, 톱 앨범 세일즈 차트 3위로 여전히 탄탄한 성적이다.

‘Golden’은 9월 4주 차부터 10월 2주 차까지 핫 100에서 6~8주간 1위를 추가했다. 2001년 영화 ‘물랑 루즈’의 ‘Lady Marmalade’, 2022년 ‘엔칸토’의 ‘We Don’t Talk About Bruno’가 세운 5주간 1위 기록을 넘어섰다. 8주간 1위는 영화 수록 곡으로 역대 8번째 기록이다. 이 분야의 1위는 1992년 영화 ‘보디가드’에 수록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로 14주간 정상에 올랐다. 또한 여성 그룹으로는 2번째 많은 기록이다. TLC의 ‘Waterfalls’가 가진 7주간 기록을 넘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Independent Women Part I’이 남긴 11주간 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Independent Women Part I’은 2000년 영화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의 수록 곡으로 영화 삽입 곡 역대 5위의 기록도 보유 중이다.

같은 기간 부문별 성적을 보자. 스트리밍은 3,000만 회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며 스트리밍 송 차트에서 9~11주간 1위를 유지했다. 2013년 동 차트가 시작된 이래 1위는 총 170곡이다. 그중 10주 이상 1위에 오른 노래는 ‘Golden’을 포함하여 20곡에 불과하다. 라디오 송 차트에서는 16-9-8위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아티스트가 라디오 송 차트 톱 10에 진입한 최초의 기록이다. 2000년대 고릴라즈가 톱 40에 진입했던 사례와 비교할 수 있다.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는 2-2-1위로 최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10월 3주차 차트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1~12위를 독식하면서, 13위로 내려왔다. 스트리밍 성적에 큰 하락은 없지만 같은 이유로 스트리밍 송 차트 13위다. 라디오는 5위로 다시 한번 뛰어올라 톱 5에 진입했고,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도 1위를 유지 중이다.

올리비아 딘의 2번째 앨범 ‘The Art of Loving’이 10월 2주 차 빌보드 200 8위로 데뷔했다. 그의 빌보드 200 첫 진입이다. 부문별 순위에서도 톱 스트리밍 앨범 차트 8위, 톱 앨범 세일즈 차트 7위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다. 스트리밍 반응만큼 핫 100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미 25위에 있던 선공개 싱글 ‘Man I Need’는 12위까지 급상승했다. 그 외에도 ‘Nice to Each Other’가 97위, ‘So Easy (To Fall in Love)’가 98위로 진입했다.

10월 3주 차에도 스트리밍 기세를 꺾이지 않았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 데뷔에도 불구하고, ‘The Art of Loving’은 빌보드 200 7위로 상승했다. 핫 100에서 ‘Man I Need’는 20위로 하락했지만, ‘The Life of a Showgirl‘ 수록 곡이 1~12위에 깜짝 등장한 것을 감안하면 선전에 가깝다. 특히 ‘So Easy (To Fall in Love)’는 스트리밍 성적이 54% 증가하면서 87위로 상승했다. 버블링 언더 핫 100 차트에도 두 곡을 올렸다.

올리비아 딘의 2023년 데뷔작 ‘Messy’는 네오-소울과 팝의 성공적인 결합으로 호평받고 영국 앨범 차트 4위까지 올랐지만,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올해 8월에 낸 싱글 ‘Man I Need’ 이전에는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적도 없다. ‘The Art of Loving’이 발매와 동시에 보여준 차트 존재감이 인상적인 이유다.

그의 가능성을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기대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Messy’ 시절부터 그는 ‘나만 아는 아티스트’로 사랑받았다. 영국의 권위있는 앨범 시상식 머큐리(Mercury Prize)는 2023년 7월에 발표한 후보작 12개 중 하나로, 불과 한 달 전에 나온 ‘Messy’를 지명한 바 있다. 그해 말에는 BBC의 연말 음악쇼 ‘줄스 애뉴얼 후터나니(Jools' Annual Hootenanny)’에 출연하여 인상적인 공연을 남겼다. 한국에서도 작년의 방한 이후 ‘Dive’의 커버가 크게 늘었다.

결국 그는 2025년 ‘The Art of Loving’ 시대에 들어, 음악으로 증명했다. 5~8월에 걸쳐 나온 ‘Nice to Each Other’, ‘Lady Lady’, ‘Man I Need’는 올해 가장 성공적인 선공개 싱글 캠페인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영국 차트에서 ‘The Art of Loving’은 앨범 1위, ‘Man I Need’는 싱글 1위를 동시에 기록했다. 양 차트를 석권한 영국 여성 솔로 아티스트는 2021년 아델 이후 처음이다. 그는 본인의 첫 앨범 1위와 첫 싱글 1위를 동시에 기록한 최초의 여성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의 부상이 영국에서도 충분히 갑작스럽다는 뜻이다. 그는 고국 또는 영어권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오른 것이 아니다. 영국도, 미국도, 그 외 모든 글로벌 청취자가 거의 동시에 올리비아 딘을 발견했다. 좋은 노래란 그런 일을 한다.

  • 코르티스의 ‘Color Outside The Lines (EP)’가 9월 4주 차 빌보드 200 15위, 톱 앨범 세일즈 3위로 데뷔했다. 같은 주간 ‘GO!’가 글로벌 200 180위로 데뷔했다.
  • 채영의 ‘Lil Fantasy, Vol.1’이 9월 4주 차 빌보드 200 38위, 톱 앨범 세일즈 6위로 데뷔했다.
  • KATSEYE의 ‘Gnarly’가 9월 4주 차 핫 100 97위로 재진입했다. 같은 주간 ‘Gabriela’는 45위로 트랙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SIS (Soft Is Strong) (EP)’가 10월 2주 차 톱 앨범 세일즈 34위로 재진입했다.
  • 아이브의 ‘Secret: IVE, The 4th EP’가 10월 1주 차 톱 앨범 세일즈 16위로 데뷔했다.
  • P1Harmony의 ‘EX (EP)’가 10월 2주 차 톱 앨범 세일즈 2위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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