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KDH)’ 사운드트랙의 새로운 4주간은 더욱 뜨거워졌다. 9월 3주 차 차트에서 마침내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올랐다. 사운드트랙 앨범으로는 2022년 ‘엔칸토: 마법의 세계(Encanto, 이하 엔칸토)’ 이후 약 3년 반 만에 첫 1위다.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 앨범으로는 역대 7번째 1위다. ‘엔칸토’ 외에 2019년 ‘겨울왕국 2(Frozen II)’, 2014년 ‘겨울왕국(Frozen)’, 2006년 ‘호기심 많은 조지(Curious George)’, 1995년 ‘포카혼타스(Pocahontas)’, 1994년 ‘라이온 킹(The Lion King)’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1위에 오른 앨범은 ‘겨울왕국’으로 13번이다. 수록 곡 ‘Golden’과 함께 빌보드 200과 핫 100을 처음으로 석권했다. 이 또한 ‘엔칸토’와 그 수록 곡 ‘We Don’t Talk About Bruno’ 이후 최초다.
‘KDH’는 차트 연속 진입 12주 만에 1위를 차지했다. 현 세대 빌보드 200 차트에는 익숙한 패턴이 있다. 대형 기대작이 첫 주간의 높은 성적을 바탕으로 1위로 데뷔하고, 그 이후 스트리밍 지속 수준에 따라 장기간 상위권에 머문다. 반면, 차트 진입 이후 꾸준히 성적을 쌓아 1위가 되는 일은 드물다. ‘KDH’의 12주보다 오래 걸린 경우는, 2021년 키드 라로이의 ‘F*CK LOVE’로 차트 연속 진입 53주 차에 1위가 되었다. 드문 경우인 만큼, 그 기록의 편차도 크다. 이는 차트에서 탈락한 이후 외적인 모멘텀에 의한 차트 복귀 및 1위 등극과 성격이 다르다. 근래 대표적인 예는 토비 키스의 2008년 작 ‘35 Biggest Hits’로, 2024년 아티스트의 사망 이후 첫 1위로 차트에 돌아온 바 있다.
특히 ‘KDH’는 1위에 오르기 전 2위만 7번 올랐다. 이는 무려 1977년 린다 론스태드의 ‘Simple Dreams’가 2위만 9번 하고 1위가 된 이후 최다 기록이다. 물론 2위만 여러 번 하고 결국 1위가 되지 못한 앨범도 많다. 이 분야의 최다 기록은 1983년 스트레이 캐츠의 ‘Built for Speed’가 남긴 2위만 15번이다. 15번 중 맨 앳 워크의 ‘Business As Usual’이 13번 앞을 가로막았다. 그 다음에는 안타깝지만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있다.
‘KDH’의 주간 추이를 보면, 8월까지 10만 단위를 넘어서며 계속 늘어난 성적이 9월 1주 차부터 12만 단위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 눈에 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8월 23~24일 주말에 걸쳐 북미 전역의 영화관에서 열린 싱어롱(Sing-Along) 이벤트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화제성을 유지했다. 그 직후 싱어롱 버전은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둘째, 8월 22일부터 사운드트랙의 CD 버전이 발매되었다. 단, 처음에는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했다(9월 1주 차 차트 반영). 셋째, 9월 5일부터는 CD 버전이 월마트, 타겟 등 주요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널리 유통되었다. 동시에 싱어롱 버전을 포함한 디럭스 앨범이 음원과 스트리밍으로 공개되었다(9월 3주 차 차트 반영). 이는 9월 1주 차 차트에서 앨범 판매량 1.8만 장(전주 대비 236% 증가), 9월 3주 차 2.3만 장(56% 증가)으로 반영되었다.
같은 시기 ‘KDH’의 주간 스트리밍 성적은 10만 단위 수준에 이르며 앨범 판매와 합치면 12만 단위 이상의 성적을 충분히 달성하게 되었다. 한편 8월 2~5주 차에 ‘KDH’를 2위에 묶어 놓았던 모건 월렌의 ‘I’m The Problem’은 주간 성적이 12만 단위 아래로 감소하면서 역전이 발생했다. 하지만 9월 1주 차에는 스트레이 키즈의 ‘KARMA’가 31.3만 단위, 9월 2주 차에는 사브리나 카펜터의 ‘Man’s Best Friend’가 36.6만 단위의 초대형 성적으로 1위에 데뷔했다. ‘KDH’가 모건 월렌을 앞질렀지만 여전히 2위를 유지했던 이유다. 달리 말하면 ‘KDH’는 빌보드 200 정상을 결정 짓는 새로운 벤치마크가 되었다.
이제 수록 곡 성적을 보자. ‘Golden’은 지난 4주 내내 1위를 지켰다. 누적 5주간 1위로 차트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첫째, K-팝 장르에서 2021년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남긴 10주간 1위에 이어 역대 2번째 최장 1위 곡이다. 둘째, 여성 그룹의 역사에서 보면 역대 3번째 최장 1위 곡이다. 기존 톱 3는 다음과 같다. 1위는 2001년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Independent Women Part I’으로 11주간 1위다. 2위는 TLC의 ‘Waterfalls’로 7주간 1위다. ‘Golden’과 공동 3위는 1977년 이모션스의 ‘Best of My Love’로 5주간 1위다. 그 아래로 4주간 1위 곡이 5개 있다. 셋째, 애니메이션 수록 곡으로 역대 최장 1위 곡이다. 기존 4주간 1위 기록은 197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Golden’은 9월 3주 차 기준 스트리밍 차트에서 8주 연속 1위다. 직전 6주 동안 주간 스트리밍이 3,000만 회를 돌파했다. 2025년 유일한 기록이다. 켄드릭 라마와 시저의 ‘luther’가 5주간 3,000만 회를 넘긴 바 있다. 8월 5주 차에는 라디오 송 차트에 42위로 진입하고 빠르게 상승하여 4주 만에 20위에 도달했다. 간단히 말해서, 장기 히트 곡으로 가는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
‘Golden’ 외에도 할 말이 많다. 지난 4주간 ‘Your Idol’, ‘Soda Pop’, ‘How It’s Done’은 톱 10에 머물렀다. ‘KDH’는 톱 10에 4곡을 동시에 올린 최초의 사운드트랙이다. 동시 진입이 아니라 할지라도, 톱 10 히트를 4곡 이상 배출한 사운드트랙은 ‘KDH’를 포함해 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4개 앨범의 목록은 사운드트랙 역사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다. 이는 1996년 ‘사랑을 기다리며(Waiting To Exhale)’, 1985년 ‘퍼플 레인(Purple Rain)’, 1978년 ‘그리스(Grease)’와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다.
동시에 ‘KDH’는 1-4-5위로 톱 5 중 세 자리를 차지했다. 사운드트랙 중 1978년 4월 ‘토요일 밤의 열기’가 ‘Night Fever’, ‘Stayin’ Alive’, ‘If I Can’t Have You’로 1-2-5위를 차지한 이후 처음이다. 단, ‘토요일 밤의 열기’는 2주간 같은 기록을 달성했고, ‘KDH’는 이를 3주간 기록한 최초의 사운드트랙이다.
‘KDH’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기록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내년 초 시상식 시즌까지 ‘KDH’를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지난 3개월간 이룩한 것만으로 ‘KDH’는 이미 대중문화라는 밤하늘의 영원한 별자리가 되었다. ‘뉴욕타임스’는 ‘KDH’를 ‘엔칸토’와 ‘겨울왕국’에 비유했다. 감독 메기 강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새로운 세대의 세일러문, 인어공주’를 언급했다.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인어공주’와 ‘Under the Sea’ 또는 ‘겨울왕국’과 ‘Let It Go’는 어린 관객만이 아니라 모든 현대인이 공유하는 문화적 DNA를 이룬다. ‘KDH’와 ‘Golden’이 유사한 지위에 오를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 ‘KDH’가 한층 더 인상적인 이유는, 이 영화와 그 성과가 지난 십수 년간의 맥락이 만나 엮인 하나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2016년 ‘모아나’와 이후 여러 애니메이션은 아시아, 중남미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서를 보편적인 주제의 작품에 반영하는 기회로 이어졌다. 2021년 ‘엔칸토’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극장 개봉 30일 만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디즈니+에서 공개되었고, OTT를 통한 반복 감상과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소비가 만나 인기 폭풍이 만드는 첫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K-팝을 필두로 한국 대중문화가 비영어권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파급력을 확보한 분투의 역사가 있다.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할 수 없다. ‘KDH’는 2025년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당대의 모든 어린이와 어른을 사로잡았다. 자본의 국적을, 이윤의 행방을 좇는 것이 허망한 이유다.

사브리나 카펜터의 ‘Man’s Best Friend’가 9월 2주 차 빌보드 200 1위로 데뷔했다. 주간 성적은 36.6만 단위다. 그중 앨범 판매가 22.4만 단위, 스트리밍은 1억 8,411만 회로 14.1만 단위에 해당한다. 종합 성적, 앨범 판매, 스트리밍 모두 사브리나 카펜터의 역대 최고 수치이며, 2025년 현재까지 여성 아티스트의 최고 성적이다. 참고로 데뷔 앨범 ‘Short n’ Sweet’의 데뷔 주간 성적은 36.2만 단위였다. 2025년 전체 아티스트로 범위를 넓혀보면, 종합 성적은 모건 월렌의 ‘I’m The Problem’ 49.3만 단위, 위켄드의 ‘Hurry Up Tomorrow’ 49.0만 단위에 이러 3위에 해당한다. 앨범 판매는 위켄드의 ‘Hurry Up Tomorrow’ 35.9만 단위, 스트레이 키즈의 ‘KARMA’ 29.6만 단위에 이어 3위다.
앨범 판매의 상당 부분은 바이닐 덕분이다. 바이닐만 16.0만 단위를 팔았다. 이는 추적 가능한 1991년 이후 역대 9위 기록이다. 1~8위 중 7장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작품이고, 나머지 하나는 해리 스타일스다. 이는 사브리나 카펜터가 어느 정도 수준의 핵심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와 같다.
‘Man’s Best Friend’는 여성 아티스트의 앨범으로 약 5개월 만의 1위 작품이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Eternal Sunshine’이 4월 12일 자 1위에 오른 게 마지막이다. 이는 2022년 아델의 ‘30’와 비욘세의 ‘Renaissance’ 사이의 7개월 이후 가장 긴 여성 아티스트의 1위 공백이다.
‘Man’s Best Friend’의 수록 곡 12개가 모두 핫 100 차트에 진입했다. ‘Tears’ 3위, ‘Manchild’ 4위를 시작으로 39위까지 이어진다. 이제 사브리나 카펜터는 핫 100에 총 31곡을 올렸고, 그중 톱 10 5곡, 톱 40 25곡을 기록 중이다. 또한 핫 100 40위 이내에 12곡을 동시에 올린 여성 아티스트는 사브리나 카펜터와 함께, 테일러 스위프트, 시저, 올리비아 로드리고뿐이다.
코난 그레이의 ‘Wishbone’이 8월 5주 차 빌보드 200 3위로 데뷔했다. 주간 성적은 7.1만 단위로 그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앨범 판매가 5.3만 단위로 톱 앨범 세일즈 차트 1위다. 그의 3번째 톱 10 진입이다. 앞서 2022년 ‘Superache’ 9위, 2020년 ‘Kid Krow’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코난 그레이가 10대 음악 유튜버에서 출발하여 만 20세에 데뷔 싱글 ‘Idle Town’을 자체 발매하고, 대형 레이블의 눈에 띄어 녹음 계약을 따낸 사연은 2020년대의 익숙한 성공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사례에서 으레 언급되는 팬과의 소통이나 플랫폼 활용 능력 같은 소셜 미디어 시대의 미덕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대신 그의 경력을 지탱하는 기둥은 자신의 세대에서 손꼽힐 만한 송라이터로서의 탁월함이다. 이러한 세대 단위의 송라이팅 재능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는 성질이 아니라 경력을 시작하면서부터 발산하는 법이다.
데뷔 앨범 ‘Kid Krow’, 수록 곡 ‘Heather’와 ‘Maniac’ 등이 코난 그레이 경력의 결정적 순간으로 남아 있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그는 짝사랑의 애틋함(‘Heather’), 친구 관계의 복잡함(‘Maniac’)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보편적인 감정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섬세하게 포착한다. 왕성한 앨범 발매로 음악적 외형은 몽환적 베드룸 팝, 1980년대 신스팝, 1990년대 록 등 다양하게 변화하지만 말 그대로 기둥은 여전히 튼튼하다. ‘Wishbone’은 그 재능의 최신 증거로 충분하다.

레이베이의 3번째 앨범 ‘A Matter of Time’이 9월 1주 차 빌보드 200 4위로 데뷔했다. 그의 첫 톱 10 앨범이다. 주간 성적은 9.9만 단위로 그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앨범 판매가 7.1만 단위로, 스트레이 키즈의 ‘KARMA’에 이어 톱 앨범 세일즈 차트 2위다. 2023년 전작 ‘Bewitched’가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앨범’을 수상하고 누적 95만 단위 성적을 기록한 이후 새 앨범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그리고 데뷔 주간의 우수한 성적으로 레이베이는 대중적 재즈 보컬이라는 카테고리의 현재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빌보드 200 4위는 재즈 장르의 앨범으로 2018년 마이클 부블레의 ‘Love’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레이베이는 고전적 완성도와 현대적 감성을 조화하는 능력으로 주목받아 왔다. 음악과 가까운 성장 환경으로 어릴 때부터 전공해온 재즈와 클래식이 음악적 기반을 이룬다. 하지만 ‘더 보이스 아이슬란드’에 출연했던 것처럼 팝 음악에 대한 접근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현악과 피아노, 감미로운 보컬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동시에 냉소적인 연애 감정, 자기 수용과 자존감 등 현대적인 주제를 노래할 줄 안다. ‘A Matter of Time’은 이 모든 면모가 더 깊고 본격적이다. 요컨대 레이베이의 음악적 발전과 그에 대한 대중적 환대가 함께한다. 기쁜 일이다.
9월 1주 차 빌보드 200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KARMA’가 1위로 데뷔했다. 주간 성적은 31.3만 단위다. 당시 기준으로 2025년 3번째, 사브리나 카펜터의 ‘Man’s Best Friend’ 등장 이후 4번째에 해당한다. 앨범 판매가 29.6만 단위로 2025년 2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톱 앨범 세일즈 차트에서도 1위다. 스트리밍은 2,312만 회로 1.6만 단위 상당이다. 톱 스트리밍 앨범 차트 34위다.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200에 7번 진입했고, 모두 1위로 데뷔했다. 빌보드 역사 상 최초의 기록이다. 같은 주간 핫 100에서 ‘CEREMONY’가 52위로 데뷔했다. 스트레이 키즈의 4번째 100 진입이다.
9월 1주 차 빌보드 200에서 제니의 ‘Ruby’가 153위로 재진입했다. 9월 3주 차 빌보드 200에서 에스파의 ‘Rich Man: The 6th Mini Album’이 14위, 제로베이스원의 ‘NEVER SAY NEVER’가 23위, 몬스타엑스의 ‘THE X (EP)’가 31위로 데뷔했다.
9월 3주 차 핫 100에서 KATSEYE의 ‘Gabriela’가 진입 8주 차, 57위로 최고 순위를 경신 중이다.
글로벌 200 차트의 주요 데뷔 곡으로, 9월 1주차 스트레이 키즈의 ‘CEREMONY’ 10위, 9월 2주 차 아이브의 ‘XOXZ’ 89위, 9월 3주 차 에스파의 ‘Rich Man’ 30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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