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T TO DO’ (TOMORROW X TOGETHER 공식 유튜브)
정다나(객원 에디터): “본격 즐기기만 하는 촬영, 낫-투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자체 콘텐츠 ‘TO DO(이하 투두)’의 변주이자 파생 콘텐츠로 기획된 ‘NOT TO DO(이하 낫-투두)’. ‘투두’의 오프닝 구호에서 음을 반대로 낮춘 ‘낫-투두’의 오프닝 구호처럼, ‘낫-투두’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은 ‘투두’에서와 달리 미션을 수행하지 않는다. 즉, 그들이 직접 해야 할 ‘투두 리스트’가 없다. 멤버들은 모아들이 바라고 제작진이 준비한 콘텐츠들을 그저 마음껏 즐길 뿐이다.
10월 20일 처음 공개된 ‘낫-투두’에서는 수빈, 범규가 박성준 역술가를 만나 관상과 사주 풀이를 체험했다. 이를 통해 다섯 멤버 간의 궁합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래를 살펴보며, 한 명의 개인과 다섯 명의 단체가 조화를 이루는 케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월 27일 공개된 두 번째 ‘낫-투두’에서는 태현, 휴닝카이가 김총기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TCI, 그림, 뇌파, 자율신경계 검사를 통해 서로를 객관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혼밥이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태현이나 잊고 싶은 순간을 담담하게 말하는 휴닝카이의 모습을 통해 아티스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이들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사실 그럴 수 없는데 ‘그럴 수 있지’라고 하는 것들이 저도 꽤 많았거든요.”라는 태현의 말처럼, 멤버들의 진솔한 모습은 그들이 또래의 20대 청년임을 보여주며 시청자와의 거리를 자연스레 좁힌다. 동시에 각기 다른 방식의 치료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의 예능적인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11월 10일 공개된 마지막 ‘낫-투두’에서는 수빈, 범규, 태현이 퍼스널 컬러 컨설턴트 이세령 대표에게 진단을 받기도 한다. 멤버 각자의 베스트 컬러, 세컨드 컬러, 워스트 컬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평소 퍼스널 컬러와 거리가 먼 수빈의 옷장과 이세령 대표의 말이 대비를 이루며 웃음을 주었다. 특히 각 편의 마지막에는 멤버들이 콘텐츠를 체험한 소감을 담은 즉흥 곡이 삽입되어 ‘낫-투두’만의 소소한 볼거리를 더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낫-투두’를 통해 미션을 수행하는 대신 그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하며 그들 스스로를 알아가고, 어느덧 데뷔 6주년을 맞이한 팀의 안정적인 관계성을 확인한다. 비록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맏형 연준이 첫 번째 미니 앨범 ‘NO LABELS : PART 01’ 활동으로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낫-투두’는 멤버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만으로도 여전히 내일을 함께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활기를 보여준다. 결국 그 모습 자체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모아들의 ‘투두 리스트’를 완성하는 셈이다.

‘국보’
배동미(‘씨네21’ 기자): 1964년 큰 눈송이가 소복이 쌓여가는 나가사키의 한 신년회. 야쿠자 두목의 아들 키쿠오(쿠로카와 소야)는 가족과 조직원 앞에서 가부키 공연을 펼친다. 아름다운 얼굴을 타고난 소년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남성 배우, 즉 ‘온나가타’로서 재능이 출중해 유명 가부키 배우 한지로 하나이(와타나베 켄)의 눈에도 든다. 하지만 이날 신년회에서 혈투가 벌어지면서 키쿠오는 아버지를 잃게 되고, 혈혈단신 신세로 어머니 유언에 따라 가부키 배우가 되기 위해 한지로 집안에 들어간다. 키쿠오는 동급생인 한지로의 아들 슌스케(코시야마 케이타츠)와 함께 가부키를 연습하며 배우로, 또 성년으로 성장한다.
영화 ‘국보’는 1964년부터 2014년까지 한 예술가의 50년 인생을 좇는다. 어린 시절엔 수면 시간을 아까워할 정도로 가부키에 매진했던 견습생 키쿠오는 청년이 되고 나선 슌스케의 가부키 혈통을 내심 부러워하는 열등감에 찬 예술가로 변하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는 성공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부족한 인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약 3시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 동안 이상일 감독은 키쿠오가 겪는 인생 유전을 세세히 묘사하며, 기량으로서의 예술에서 출발해 기술을 넘어선 예술에 관해 사유한다. 그리고 깊어지는 키쿠오의 예술성은 그가 연기하는 가부키를 통해 재차 강조된다. 궁녀로 변장한 공주가 문지기로 위장한 악인을 무찌르는 ‘세키노토’를 무대에 올렸던 키쿠오는 등나무 정령이 슬픔과 짝사랑을 노래하는 ‘두 명의 등나무 아가씨’에 도전하고, 사랑에 빠진 두 여인이 질투심에 멀어 뱀으로 변하는 ‘도죠지의 두 사람’, 결혼할 수 없는 남녀가 동반자살하는 ‘소네자키 동반자살’을 연기하기에 이른다.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국보’는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만큼 친절하고 대중적인 화법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복잡한 동시에 아름다운 존재인 배우를 묘사하는 아포리즘 같은 영화 속 대사만큼은 각별하게 마음에 남는다. 일상과 비교하면 무대는 너무나 아름다우며, 그 속에서 배우는 찰나의 극적인 순간을 살며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키쿠오를 지칭하는 “새해를 맞이한 듯한”, “좋은 일이 일어날 듯한”이란 대사는 배우라는 신기루를 바라보는 대중의 감정을 적확하게 꿰뚫는다.

‘두 발로 움켜쥐기’ - 우희준
나원영 (대중음악 비평가): 아베 코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의 첫머리에서, 서술자는 모래의 불모성이 “그 끊임없는 흐름으로 인해 어떤 생물도 일체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에, 즉 아무리 모이더라도 절대 고정되지 못하는 유동성에 있다고 적는다. 베이시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우희준에게는 삶과 그 “진실”이 발가락 사이에 까끌까끌하게 끼는 모래알 뭉치와 같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고 믿는 것들을 할 수 있는 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끝없이 움직이는 입자들만 있을 뿐이며, 그중 몇 알이 제멋대로 튕기거나 멈출 때 일어나는 건 죽음이니까. 그가 계절마다 한 장씩, 올해 벌써 세 번째 발매작을 내는 과정은 말하자면 삶의 이런 진실을 견디고자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을 지어 올리기를 거듭하는 것처럼 들린다. 모든 음반의 핵을 차지하는 연주 곡들을 듣자면, 중심에서 베이스 기타가 “펌핑”되는 심장 소리처럼 무겁게 퉁기는 동안, 전기기타로 내는 다양한 음색부터 녹음에 잡히는 온갖 잡음들까지 그 둘레로 헤치고 모이며 몸속의 내장들처럼 날것으로 뒤엉켜 웅성인다. 이 광경은 이전에 유라의 음악을 빌려 썼듯 의외로 그로테스크하며, 그만큼 불모의 사구에서 쌓아 올린 인공물의 낯선 생명력을 띤다.
이번 EP에서는 ‘아, 진실이라는 모래알이 내 발밑을 찔러서 따갑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프로듀서 khc가 고막을 따끔히 찔러대는 수많은 소리 부스러기를 잔뜩 흩뿌려 놓았다. 전작들의 음향이 여러 연주자와 음악가 동료가 보탠 실물 악기들로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그런 소리가 디지털 모래알 단위로 곱게 갈린 채 유동적으로 흘러 다니며 음향의 인공미를 슬며시 키운다. 툭툭거리는 베이스 근음, 부산스러운 관현악기, 미지의 일본어 샘플, 오류가 난 어쿠스틱 기타, 스멀거리는 코러스 음성, 물기 없이 버석한 질감까지. 이 모든 것이 뒤엉켜 궁금하게 우글거리는 “나는 영영 모를 것들”을 만들어낸다. 공동 타이틀 곡 ‘두 발로 움켜쥐기’는 거의 한 호흡에 가깝게 죽 이어지는 첫 세 트랙의 종점으로, 산발적으로 들락날락하던 온갖 알갱이 진 소리가 어느새 풍성하게 합을 맞춰, 어렸을 적 모래놀이하다가 흙을 움켜잡아 알맹이를 만들듯 음향의 밀도를 단단히 높인다. 소리는 그저 끊임없이 유동하기만 하고 언어로는 아무리 해도 이를 고정하지 못하겠으나, 이 둘을 이리저리 뒤섞다 보면 “삶을 지탱해주는 탁월한 거짓”이 짧게라도 지어질 수 있는 셈이다. 웅성거리면서 잠시 인공적인 생을 이루는 음악 소리와 함께 우희준이 흥얼거리듯 “두 발로 땅을 움켜쥐지 않으면 존재는 날아가”기에, 우리는 모래밭 한가운데에서 발가락 새로 흘러내리는 낱알들을 어떻게든 붙잡고 뭉쳐보기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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