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앤의 행복’
예시연: &TEAM이 한국 데뷔를 맞이해 한국 Y2K 감성 예능으로 돌아왔다. 자체 콘텐츠 ‘만앤의 행복’은 스타가 1만 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며 일상 속 절약에 도전했던 2000년대 고전 예능, MBC ‘행복주식회사 - 만원의 행복(이하 ‘만원의 행복’)’의 패러디다. &TEAM은 세 명씩 팀을 나눠, 아홉 멤버 전원이 3일 동안 1만 엔(촬영일 기준 9만 2,800원)으로 생활해야 하는 미션에 도전한다. 이들에게 허용되는 건 1인당 하나씩 주어지는 도시락통에 미리 채운 음식뿐. 스마트폰을 써도, 휴지 한 장을 써도, 음료를 마셔도 모두 가차 없는 지출로 이어진다. 이처럼 엄격한 룰 속에서 멤버들의 대응 방식은 날로 진화해간다. 첫날 도시락을 싸는 요령이 부족했던 의주와 하루아는 제작진 몰래 고기 쌈밥과 치킨을 배달시킨 게 적발되어 공개 사과를 하고, 이튿날 미션에 돌입한 멤버들은 도시락통에 커피와 달걀을 테이프로 감싸 “트로피 같은” 도시락을 제작한다. 특히 인공눈물 구입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하품에서 나오는 눈물로 안구 건조를 버텨내는 조의 모습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이처럼 &TEAM 멤버들은 모든 일상이 지출로 이어지는 ‘만앤의 행복’의 규칙을 몰래 피하거나, 재치를 발휘하거나, 물건을 아끼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션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모든 사소한 행동에 지출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1인당 약 하루에 1만 원의 비용으로 생활해야 하는 ‘만앤의 행복’의 미션은 자연히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하루아는 대기실 바닥에 누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유마의 모습을 트렁크로 가려주는 데 일조하고, 후마는 회식 자리에서 ‘한입만 찬스’ 규칙에 따라 작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조에게 새우전을 가득 올려준다. 그리고 방송국 매점 사장님은 물론, 함께 챌린지를 찍은 TWS 영재, 경민과 템페스트 한빈은 &TEAM 멤버들에게 최대한 많은 간식을 챙겨주기 위해 노력한다. 1만 원의 가치는 MBC ‘만원의 행복’이 방영되던 2000년대와 사뭇 달라졌지만, 주변인의 도움으로 허기를 채웠던 그 시절의 온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첫날과 둘째 날 먼저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잔액으로 마지막 날 멤버들이 생활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결국 &TEAM 멤버들은 3일 동안 1만 엔으로 생활하는 과제를 완수한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해요. 사람의 행복.”이라는 하루아의 ‘만앤의 행복’ 한 줄 평처럼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그렇게 ‘앤팀워크’는 한 걸음 더 견고해진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배동미(‘씨네21’ 기자): 영화가 시작되자 키보드를 두드리는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온다. 고등학교 2학년생 서윤(신시아)이 그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중이다. 입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일기 쓰는 데 몰두하는 건, 서윤이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잠들고 일어나면 기억상실증을 얻은 사고 시기로 되돌아간다. 자신만의 비밀을 지키며 일상을 잘 보내기 위해 서윤은 아침 6시에 기상해 일기를 꼼꼼히 살펴본 뒤 등교한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서윤은 아침 일찍 일기를 챙겨본 뒤 등굣길 만원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사랑은, 서윤이 겪은 사고처럼 갑자기 찾아왔다. 버스가 급정거해 기우뚱 넘어지려는 순간, 훌쩍 큰 키의 같은 학교 동급생 재원(추영우)이 긴 팔로 서윤을 붙잡는다. 서윤의 머리카락을 잡았다는 건 웃기고 난감한 일이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처음으로 서로를 알아차린다. 이때 PLAVE의 ‘이 밤을 빌려 말해요’가 흘러나오며 버스 안은 일상의 장소에서 두 사람을 짝지어준 특별한 장소로 뒤바뀐다. 이처럼 두 사람의 장난스러운 연애가 시작되지만, 그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졸업하면 서로 다른 길을 걸으리란 가능성뿐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는 심장병 때문에 언제까지 재원의 삶이 이어질지 알 수 없어서다. 어린 두 연인은 그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되기보다 주어진 오늘을 충실하게 보내길 택한다. 매일 서윤이 쌓아온 추억을 잊어버리더라도, 재원은 그런 서윤에게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주려 한다.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한국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클리셰를 겹겹이 포갠 하이틴 로맨스다. 기억상실증이 있는 주인공과 시한부의 연인. 두 사람을 돕는 착한 주변 친구들. 온 세상이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것만 같다. 관객은 눈물을 쏙 빼는 슬픈 장면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오세이사’는 사랑으로 반짝이는 두 사람의 ‘지금’에 집중한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가진 입시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 학교 폭력에 대한 민감도는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현실의 어려움이 표백된 이 세계는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설계된 곳이다. 그 속에서 두 배우는 영화 속 윤슬처럼 반짝인다. 말갛고 하얀 얼굴의 두 배우는 보는 관객을 슬며시 미소 짓게 한다.

이찬혁 - ‘We wish’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새해 첫 곡’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노랫말이 지닌 힘을 믿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입 밖으로 내뱉어 부르거나 속으로 쉴 새 없이 되뇌는 문장들이 다가올 1년 위에 행운의 씨앗을 콕콕 심어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은 때로 어떤 논리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새해 첫날이 되면 음원 차트에는 ‘이루리’라는 다짐 또는 ‘내가 제일 잘 나가’고 싶은 욕망, ‘HAPPY’하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것들이 담긴다. 그리고 공유한다. 새해에도 무탈했으면 좋겠는 사람들에게.
이찬혁의 ‘We wish’는 연말과 연초 사이를 노랫말에 담긴 기적으로 따스하게 이어주는 곡이다. ‘We Wish You Merry Christmas’를 이찬혁의 감각으로 새로이 편곡하고 번안하여 만든 이 캐럴은 역설적이게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다정한 문장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좋은 음악을 발견하길, 꿈꾸던 학교에 합격하길, 불면증이 사라지길 바라는 소박한 마음부터 가족의 소망이 이뤄지길, 병원에 기적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까지. 온기를 나누는 마음을 온 마을에 흩뿌린다. 우리가 ‘새해 첫 곡’을 서로에게 공유하는 것도 어쩌면 타인을 향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노랫말의 힘을 믿는 한, 사랑은 종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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