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1 제대로 파본다 🏁’ (엔하이픈 유튜브)
최민서(객원 에디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익숙한 엔하이픈 제이가 이번에는 먼저 사인을 부탁한다. F1의 열성 팬으로 알려진 그는 쿠팡플레이의 F1 해설위원, ‘케로’ 윤재수와 함께 사심 가득한 ‘F1 덕토크’를 펼친다.
제이는 스스로를 “뭐 하나 빠지면 매우 무서운 유형의 사람”이라 설명한다. 이번에는 F1에 깊이 빠진 그는, 윤재수 해설위원도 놀랄 만큼의 지식과 팬심을 드러낸다. 프로 해설가와 프로 팬의 만남이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F1을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친절하다. F1의 출발선 앞에 서면 많은 사람들은 잠시 멈칫한다. “그거 그냥 운전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경기 아니야?”라며, 단편적인 인상만 남긴 채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F1의 가장 기초부터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11개 팀과 22명의 드라이버, 드라이버 챔피언과 컨스트럭터 챔피언이라는 기본 구조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레이스 전략과 서킷의 위험성, 각 팀들이 쌓아온 경쟁의 역사까지 이어진다. 두 사람의 대화는 어느새 F1의 구석구석을 훑어 간다.
윤재수 해설위원은 레이스를 두고 “가끔 이게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아무리 달려도 순위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시간이 있고, 전략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단번에 역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변수로 가득한 그 흐름이 마치 우리 인생과 닮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F1이 단순한 자동차 경주로만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머신의 속도와 우렁찬 배기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끝에 다다를 즈음 운전석에 앉아 있는 한 개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제이와 같은 팬들이 F1을 오래 바라보게 되는 이유도 어쩌면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가을의 온도’ (유튜브)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가을의 계절이 왔다는 사실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으랴. ‘After LIKE’에서 킬링 파트를 담당하며 ‘가을 선배’라는 별명을 얻었던 IVE의 멤버 가을이었지만, 지금의 흐름은 다르다. 대중은 이제 가을이 맡은 파트에게 주목하지 않고, 가을이라는 인간 그 자체에게 주목하고 있다. 작년 10월 아이브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에서 선보였던 솔로 곡 ‘Odd’는 팬 직캠 영상의 조회 수가 189만 뷰를 돌파했고(3월 13일 기준), 컴백 후 IVE 공식 유튜브에서 2월 24일에 업로드한 퍼포먼스 비디오의 조회 수는 179만 뷰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자신이 직접 작사부터 안무 디렉팅, 의상 등을 담당한 이 솔로 무대로 가을은 그간 숨겨져 있던 자신의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최근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스게임: 천만원을 걸어라’에 출연해 무려 2연승을 거두기까지 한 가을이 드디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첫 영상에서 가을은 자신의 비전 보드를 꾸미면서 “제 성격처럼 차분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볼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서늘하게 느껴지는 계절인 가을처럼, ‘가을의 온도’를 통해 가을이 우리 곁에 슬몃 가져다줄 ‘눈이 부실 미지’를 기대해본다.
‘소원 게임’ - 메그 섀퍼
김복숭(작가): 메그 섀퍼의 소설 ‘소원 게임’은 포근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시작부터 마냥 따뜻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랑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주인공 루시는 대신 책 속에서 위로를 찾으며 성장한다. 독서에 대한 열정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보조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루시에게도 과거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루시가 아끼는 학생 크리스토퍼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다. 루시는 고아인 크리스토퍼에게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을 주고 싶어 입양을 결심하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그 소원을 이루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이야기는 마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올리게 하는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동경해온 은둔자 스타일의 아동문학 작가—한 번 더 윌리 웡카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수수께끼를 푸는 네 명의 참가자 중 한 명에게 그의 신간 단 한 권을 내거는 대회를 연다고 발표한 것이다. 초콜릿 공장을 연상시키듯 작가의 ‘시계섬’ 역시 기발하고 독특한 공간이지만, 그 이면에는 역시 어딘가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책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는 루시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우리가 함께 따라가게 되는 것은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의 상처와 맞서는 루시의 여정이다. 그럼에도 이야기 전반에는 여전히 따뜻한 ‘마술적 사실주의’의 기운이 흐른다. 책 속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보며,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기쁨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선택된 가족’, 즉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가족의 의미가 얼마나 깊고 소중한지 조용히 되새기게 되는 것 또한 이 이야기의 작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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