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가장 눈에 띈 문화적 흐름 중 하나로 ‘2026년은 새로운 2016년(2026 is the new 2016)’ 운동이 있다. 이름이 스스로 설명하듯, 이는 10년 전을 추억하는 회고적 유행이다. 틱톡에서는 2026년 첫 주 동안 ‘2016’에 대한 검색이 452% 증가하고, 같은 시기를 상징하는 저해상도와 고채도 필터를 적용한 비디오가 5,600만 개 이상 생성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1월 중순까지 ‘#2016’ 해시태그가 3,700만 건 이상 게시되었다. 소셜 미디어는 2016년에 찍은 사진부터 ‘강아지 귀’ 같은 초창기 AR 필터, ‘물병 세우기’ 챌린지 등 당시의 트렌드로 가득 찼다.
‘#2016’은 일견 복고 유행의 최신 버전으로 보인다. 1960년대에서 시작해 세기말까지 10년 단위로 빠르게 복습을 마친 레트로 취향이 이제는 ‘포켓몬 고’와 ‘댑(Dab)’의 시대까지 쫓아왔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2016’은 기존의 복고 유행과 출발점이 약간 다르다. 2025년 많은 이들이 이탈리안 브레인롯으로 대표되는 AI 생성 혹은 ‘6-7’ 같은 무의미한 밈의 범람으로 피로감을 토로했고, 이는 같은 해 말부터 이른 바 ‘밈 리셋’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10년 전은 바이럴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시기로 선택된 셈이다. 10대 시절부터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속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에게는 시티 팝 같은 ‘가상의 향수’가 아닌 최초의 ‘좋았던 옛날(Good Old Days)’이다.
대중음악은 어떨까? 스포티파이는 올해 초 동사의 글로벌 톱 50 차트에서 2015~16년 발표 곡이 1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중 대표곡은 브루노 마스의 ‘That’s What I Like’, 드레이크의 ‘One Dance (Feat. WizKid, Kyla)’, 위켄드의 ‘Starboy (Feat. Daft Punk)’ 등 현재까지 인기가 여전한 톱스타의 곡이다. 또한 같은 기간 2016년을 테마로 하는 사용자 재생목록은 790%나 급증했다. 그런데 사용자가 직접 ‘#2016’ 재생목록에 추가한 노래의 목록은 글로벌 인기 곡과 약간 다르다. 특히 자라 라슨의 ‘Lush Life’가 3번째로 눈에 띈다.

자라 라슨은 스웨덴 출신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둔 팝스타이지만,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2016년을 전후한 시기는 자라 라슨의 상업적 전성기다. 그해 빌보드 핫 100에서 ‘Never Forget You’가 13위, ‘Lush Life’는 75위까지 기록한 바 있다. 이어서 나온 앨범 ‘So Good’은 미국에서만 100만 장 이상 판매하며 빌보드 200 차트 26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로 2019년의 ‘Ruin My Life’ 정도를 제외하면 미국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보여준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핫 100 차트를 보면 자라 라슨은 일시적인 바이럴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3월 21일 자 차트에서 핑크팬서리스와 함께한 ‘Stateside’가 6위, 본인의 2025년 발표 곡 ‘Midnight Sun’은 49위로 각각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 중이다. ‘Stateside’는 자라 라슨의 첫 톱 10 진입이다. ‘Lush Life’도 지난 2월 최고 순위 36위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50위로 2016년 당시 기록보다 높다. 해리 스타일스와 브루노 마스의 새 앨범 수록곡만 합쳐 20개 순위를 차지하는 차트에서, 정점을 지났다고 여겨지는 가수의 성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말 ‘2026년이 새로운 2016년’이기 때문일까? 혹은 자라 라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사실 자라 라슨의 재부상은 ‘#2016’보다 약간 앞서, 2024년 8월 ‘심포니 돌핀(Symphony Dolphin)’ 밈의 유행으로 시작되었다. 이 밈은 돌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밝은 무지갯빛 분위기의 이미지와 ‘우울해(I’m depressed)’ 같은 반어적인 텍스트, 여기에 자라 라슨이 2017년 클린 밴딧과 함께 부른 ‘Symphony’를 덧붙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Symphony’의 신나는 EDM 팝 사운드와 새로운 사랑에 대한 희망으로 넘치는 가사가 이미지와 메시지의 충돌에 재미를 더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자라 라슨은 갑작스러운 바이럴을 맞은 대부분의 아티스트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노래가 애초의 맥락을 벗어나 쓰인 것에 당황한 목격자로 남거나, 그것을 단순한 일회성 마케팅 기회로 삼는 것에 그치는 사례가 훨씬 많다. 하지만 자라 라슨은 밈에 내재한 부조리함을 활용하면서 이를 현실 세계의 매력으로 연결했다. 그의 초기 반응은 틱톡 이용자와 바이럴 트랙 사이의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관계에 현실 세계의 아티스트를 끼워 보다 튼튼한 유대감의 초석을 놓았다. 미국 투어를 앞두고는 “돌핀 트렌드를 활용해 미국 투어를 매진 시킬 방법 고민 중”이라는 포스트로 노골적이지만 유쾌한 적절한 홍보 포인트를 증명했다. 팬의 요청을 빠르게 수용해 자신의 공연 중 ‘Symphony’를 부를 때 돌고래 영상을 배경에 띄우기도 한다.

자라 라슨은 한 발 더 나아가 ‘심포니 돌핀’의 미학을 2025년 새 앨범 ‘Midnight Sun’의 비주얼 전략으로 삼았다. 자라 라슨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다. ‘이것을 어떻게 내 세계에 통합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동물과 무지개 같은 이미지가 앨범 무드보드에 큰 영감을 주었다.’ 실제로 앨범 ‘Midnight Sun’과 동명의 타이틀 곡의 각종 시각 요소는 조금씩 다르지만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애니메이션 분위기로는 ‘Midnight Sun’의 리믹스 커버 이미지, 1980년대 네온풍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리사 프랭크와 협업한 앨범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앨범 투어를 위한 의상과 분장은 ‘인어공주’ 룩 혹은 글리터가 반짝이는 팝스타 글램의 재림이다.
명확한 비전을 갖춘 음악은 업계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앨범 ‘Midnight Sun’은 좋은 평가와 함께 2025년을 충실히 채웠고, 노래 ‘Midnight Sun’은 202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댄스 팝 레코딩’ 부문 후보에 올라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즈 등과 경쟁했다. 핑크팬서리스가 2025년 5월 공개한 믹스테이프 ‘Fancy That’의 리믹스 프로젝트 ‘Fancy Some More?’를 위해 자라 라슨과 연락을 취한 것도 2025년 가을이다. ‘Fancy That’은 2025년 수많은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서 톱 10에 든 작품이다. 리믹스 프로젝트에서는 ‘Stateside’의 리믹스만 네 종류나 되고, 그중 하나는 카일리 미노그가 참여했다.

이 모든 역사가 쌓인 상태에서 ‘#2016’ 혹은 2026년이 시작되었다. 연초부터 ‘#2016’ 열풍을 타고 ‘Lush Life’가 1월 17일 자 핫 100 차트 70위로 재진입했다. 자라 라슨에 대한 관심은 ‘Stateside’로 이어져 리믹스 버전이 같은 주간 100위로 데뷔했다. 여기에 그래미 어워드 효과가 합쳐지며 ‘Midnight Sun’ 역시 1월 31일 자 차트 82위로 데뷔했다. 그리고 2월 21일,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여자 싱글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알리사 리우가 ‘Stateside’의 리믹스 버전으로 갈라 쇼를 펼치면서, 이 노래의 인기에도 가속이 붙었다. 이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져 자라 라슨은 3월 21일 자 차트에서 50위권 이내에 3곡을 모두 유지하고 있다.
운이 좋은 걸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10년 전 노래의 바이럴이 터지고, 때마침 자신의 전성기와 같은 시절이 재조명받고, 미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24년 만에 여자 싱글 금메달을 손에 넣어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갈라 쇼에서 자신의 노래를 선택했다. 당연히 이 모든 사건은 계획하거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대응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라 라슨은 첫 단계부터 그것을 알았다.

2024년 ‘롤링 스톤’ 인터뷰를 보자. “만약 매니저가 노래를 대박 나게 만들 아이디어로 돌고래 트렌딩 계획을 말하면, 나는 바보냐고 했겠죠.” 하지만 동시에 그는 ‘심포니 돌핀’ 밈이 등장한 이상, 그것이 발랄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일기장에 우울한 감정을 쏟아내는 사춘기 소녀와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원을 갖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밈을 재미있게 활용하는 것과 그게 뭔지 아는 사람들에게 슬쩍 윙크를 보내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남용해 진부해지지 않도록 조절해야 해요.”
반복하자면, 자라 라슨은 첫 단계부터 그것을 ‘즉시’ 알았고, 섬세하게 행동에 옮겨 자신의 브랜드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다. 덕분에 그는 단순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가 아닌 재생목록을 만드는 부지런한 사람들 사이에서 2016년을 떠올리게 하지만 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댄스 팝 진영에 함께 속하지만 다음 세대에 해당하는 핑크팬서리스가 리믹스 녹음을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었다. Z세대 금메달리스트가 일생일대의 순간에 선택하는 음악의 주인공이 되었다. 소셜 미디어가 음악을 발견하는 방식을 바꿨고, 틱톡의 트렌드는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하지만 그 기회가 우연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자라 라슨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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