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J-팝 내한 공연
시티팝의 전설에서 현재를 이끄는 아티스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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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King Gnu 인스타그램

일본음악 팬들은 올해 역시 작년만큼이나 쏟아지는 내한 공연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단순한 유행이나 일시적 관심이 아닌, 장르와 형식을 가로지르는 J-팝의 수요가 이 나라에 단단히 뿌리내렸다는 증거라 할 만하다. 오랜 기간 염원해온 아티스트의 감격스러운 방문이나, 이미 국내 관객과 신뢰를 충분히 쌓은 이들과의 반가운 재회는 물론, 새롭게 기반을 쌓아 나가려는 열의 넘치는 뮤지션부터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조차 못했던 올 타임 레전드까지. 단독 라이브와 페스티벌, 공연장과 야외 무대를 아우르며 서로 다른 결의 음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나라와 만날 채비를 마쳤다. 그 선택지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올 한 해는 충분히 설레는 나날의 연속이지 않을까.

킹 누(King Gnu) ‘King Gnu CEN+RAL Tour 2026 in Seoul’
6월 20일(토)~21일(일) KSPO DOME
2024년 킹 누의 내한이 떠오른다. 당시 분위기는 열광으로도 모자라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팬들이 최대한의 열량을 내뿜으며 환대했던 그런 공연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끊이지 않는 환호성과 압도적인 음량의 떼창까지. 이에 화답해 즉흥적으로 ‘Tokyo Rendez-Vous’를 선보이기도 했던 이 라이브는 이후 멤버들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급기야 당시 그 중 몇곡은 정식으로 음원화되며 그날의 열기가 공식 기록되기도 했다. 그렇게 아시아, 특히 서울에서의 경험은 이후 *제프(Zepp) 규모의 팬클럽 한정 라이브 개최 및 공연 중 촬영 전면 허용이라는 운영 방침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의 경험이 팀의 투어 철학을 바꾼 셈이다.

2년 만의 귀환인 이번 방문은,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360도 무대’로 꾸며진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하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만큼 이번 투어만의 연출과 무드로 러닝타임이 꾸려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인 만큼, 한층 파워업한 관객들의 화력이 밴드와 어떤 화학반응을 빚어낼 것인지도 이 재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장르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폭넓은 음악성을 기반으로, 그간 선보인 신곡과의 첫 만남은 물론 재작년에 듣지 못했던 넘버들에 대한 아쉬움도 날려버릴 수 있는 자리. 끝없이 성장해 가는 밴드의 진면목을 마주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을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제프:1,000~2,000명 규모의 중형 공연장

아우(Aooo) ‘Echoes Weekend Seoul’ 
6월 12일(금) YES24 WANDERLOCH HALL
소니뮤직에서 2024년 9월 새롭게 발족한 레이블 에코스(Echoes). 요아소비와 키타니 타츠야, 메종데 등 보카로(ボカロ) 씬과 연관이 깊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세력을 구축, 웹 기반으로 활동하는 원석을 본격 서포트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속에서 아우(Aooo)는 유일한 밴드로, 각자의 필드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낸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지금 세대의 ‘슈퍼 밴드’라 일컬을 만하다. 아카이코엔(赤い公園) 활동을 통해 스타성을 증명해 보인 보컬 이시노 리코, 이미 보카로P로 유명세를 떨친 기타의 스리, 요아소비의 서포트 멤버이자 밴드 마스터로 활동한 바 있는 베이시스트 야마모토 히카루, 역시 보카로P이면서 노멜론 노레몬도 겸직 중인 드러머 츠미키까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야말로 호화 캐스팅인 셈이다.

작년 ‘WONDERLIOVET 2025’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만큼, 이번 내한은 지난해의 기세를 이어받되 더욱 두터워진 세트리스트로 무장한 ‘심화판’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최근 크로스오버 기반의 밴드들이 대세를 점하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순도 높은 기타 록 사운드로 무장한 이들의 방문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2000~10년대를 수놓은, 이른바 ‘록킹온계’라는 그릇에 자신들만의 커리어를 아낌없이 투하한 새 시대의 소리. 그들의 대표곡인 ‘サラダボウル(Salad Bowl)’과 같이, 독자적인 레시피로 버무린 신선하고 풍미 있는 음악을 맛보고 싶다면, 이날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 

백넘버(Back Number) ‘Grateful Yesterdays Tour 2026 Asia’ 
9월 12일(토)~13일(일) KINTEX Hall 9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를 밴드맨에게 빼앗겼다. 차여 버린 나는 그에게 그저 ‘Back number’일 뿐.”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잡지의 과월호를 뜻하는 영단어를 가져와 활동을 개시한 지도 어느덧 20여 년. 물론 이 요소 하나만으로 팀을 정의할 순 없겠지만, 이들의 노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정서는 바로 ‘자격지심’이다.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자신의 자격부터 검열하기 시작하는 사람.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그래도 “여름의 마물에게 이끌려(夏の魔物に連れ去られ)” 기적과 같이 내 옆에 와줬으면 하는 무의미한 바람 혹은 연애 중에도 본인의 부족함으로 하여금 “미안해 미안해 고마워 미안해 정도의 균형감이 될 위험성이 있지만 용서해줘(ごめんごめんありがとうごめんくらいの バランスになる危険性は少し高めだけど 許してよ)”라며 미리 양해를 구하는 찌질함. 언뜻 보면 과하다 싶다가도, 듣는 이들은 어느샌가 노래에 자신의 경험을 겹쳐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의 언어로 누구나 공감 가능한 감정을 포착하는 독자적 수사학이야말로, 이들을 스타디움 투어를 도는 대형 밴드 포지션으로 이끈 일등공신일 것이다.

더불어 기타 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팝적인 멜로디 감각을 놓지 않아,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이 3인조 밴드의 또 하나의 장점이지 싶다. 기존에도 내한을 원하는 팬들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 성시경이 한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화제가 된 ‘ヒロイン’이 일반 대중에게도 각인되며 티켓팅 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무대를 장식할 정직하고 진정성 어린 날것의 고백. 그 선명한 감수성이 현장에서 어떻게 울려 퍼질지, 이제 직접 확인할 일만 남았다.

에이루(eill) ‘ACTION ASIA TOUR 2026’
5월 31일(일) YES24 WANDERLOCH HALL
해외 공연의 전제 조건은 아무래도 ‘그곳에 단독 공연을 열 만한 수요가 있는가?’일 것이다. 수익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엔 이 공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아직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미미할지라도, 시장의 가능성과 분위기를 믿고 지지 세력을 처음부터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개척자라 일컬을 만하다. 에이루가 바로 그런 아티스트다. 15살 무렵부터 재즈 바에서 노래해온 그의 뿌리는 R&B와 소울이지만, 장르에 제한 없이 여러 방향성으로 커리어를 전개해 나가는 모습은 K-팝 아티스트의 실루엣을 닮아 있다. 이전부터 태연과 EXID의 일본 음반에 참여하며 한국과의 연을 맺었고, 2023년 페스티벌 내한 이후 두 번의 단독 공연을 거치며 조금씩 국내에서의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지에서 2월까지 진행한 ‘ACTION TOUR’의 연장 일환으로 진행되는 본 투어에서, 그는 재차 팝, 록, 댄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24년 내한 이후 정규작 ‘my dream box’, EP ‘ACTION’ 등 디스코그래피도 차곡차곡 쌓아왔기에 새로운 곡이 대거 세트리스트에 포함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한국 팬들과의 관계가 이제 막 무르익기 시작한 시점에서 맞이하는 이번 공연은, '처음 만나는' 이들과 '이미 알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충분히 어필할 채비를 마쳤다. 지지 세력을 직접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의 여정 위에서, 이번 공연은 조금 더 강하게 그의 이름이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의미 있는 한걸음이 될 것이다.

바운디(Vaundy) ‘Vaundy ASIA ARENA TOUR 2026 "HORO" IN SEOUL’
9월 19일(토)~20일(일) 인스파이어 아레나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기다려온 바운디도 올해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명실공히 2000년 이후를 대표하는 ‘21세기 출생’ 싱어송라이터, 남성 솔로 역대 최연소 돔 투어 아티스트, 2025년에만 10곡이 넘는 타이업 곡을 발표한 시대의 목소리. 바로 바운디의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활동이 활발했던 만큼 한국 내 일본음악 주요 소비층과 명확한 교집합을 이루고 있어, 이제껏 우리나라를 찾은 그 어떤 이들보다도 환영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나 싶다. 2019년 선보인 데뷔 곡 ‘東京フラッシュ’를 시작으로 매 작품마다 예측 불가능한 사운드를 내놓고 있으며, 직접 아트워크와 영상 디렉션까지 다루며 ‘멀티 크리에이터’의 개념을 정의하기도 한 그다. 내한을 바라던 목소리의 크기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기대감이 응축되었기에 관객과의 멋진 시너지를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에게 라이브란 녹음과는 또 다른 ‘시도의 순간’이다. 매번 다른 연출과 사운드를 시도하며, 그 순간이기에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창조성을 탐색해왔다. 한국, 나아가 인스파이어 아레나라는 곳에서만 태어날 경험은, 그의 현재를 경신하는 연대기 속 새로운 챕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방대한 디스코그래피 속에서 어떤 곡들이 선택되고 어떤 방식으로 무대 위에 펼쳐질지, 또한 광활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그의 음악이 무대 위에선 어떤 유기성을 가지고 전개될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 이번 그의 내한 공연은 21세기가 그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자신감 있게 낭독하는 그런 ‘선언’의 자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ASIAN POP FESTIVAL 2026)’ 1일 차
5월 30일(토) 파라다이스시티
“나는 요즘 인기 있는 팀들은 다 본 것 같은데.”라든가, “조금 더 색다른 느낌의 일본음악이 없을까.”라든가 하는 이들이라면, 이제 조금씩 ‘중급반’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라 권하고 싶다.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J-팝 열풍은 가히 전대미문의 것이지만, 10~20대 수요를 등에 업은 보카로P 혹은 애니메이션 타이업 담당 아티스트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흐름이 조금은 식상하다고 느껴진다면, 트렌드와 무관하게 ‘믿고 듣는’ 이들을 중심으로 출연진을 꾸리는 이 이벤트의 라인업에 주목할 만하다. 진성 음악 마니아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는, 바로 ‘아시안 팝 페스티벌’이다.

이틀 중 하루를 고르자면 아무래도 1일 차에 더 눈이 간다. 기타 록과 슈게이징, 펑크(Punk) 사이에서 유니크한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이는 기미시마 오조라, 1990년대 후반 결성해 장르적 유연함을 견지하며 록 씬의 고유한 좌표를 점해온 쿠루리, 장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밀도 높은 라임과 뛰어난 완급 조절로 다른 이들과의 선을 긋는 래퍼 키드 프레시노, 대중음악의 영역을 넘어 소리에 대한 순수한 탐구를 지속 중인 하세가와 하쿠시까지. 이런 개성 강한 이들의 무대를 하루에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에 또 하나, 야마시타 타츠로가 속해 있던 것으로 유명한 슈가 베이브의 멤버이자 일본 시티팝의 전설적 존재인 오누키 타에코의 가세까지 언급한다면 더 이상 고민의 여지는 사라진다. 이날 마주치게 될 ‘내가 모르던 일본음악’의 진면목이 이 장르에 대한 당신의 지형도를 완전히 다시 그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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