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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스콘’을 경유해 만나는 한국 밴드 음악의 현재
현재 주목해야 할 한국 밴드 다섯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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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엠피엠지 뮤직, 미스틱스토리

오는 6월 6일과 7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2026 Weverse Con Festival’(이하 ‘위버스콘’) 라인업이 흥미롭다. K-팝 아티스트 가운데 국내 밴드 씬에서 주목받는, 혹은 록을 기반으로 하는 팀의 이름이 올라서다. 지난 3월 방탄소년단의 ‘ARIRANG’ 발매를 기념하며 개최된 ‘BTS THE CITY ARIRANG SEOUL’에서 산만한시선, 전진희, 삼산, 김푸름, 박소은, 레이브릭스, 여유와 설빈, 너드커넥션 등 다양한 인디펜던트 음악가들이 이름을 올린 만큼 완전히 낯선 풍경은 아니다. K-팝이 독특한 음악 산업과 양식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한국 음악 팬들에게는 ‘한국 대중음악’ 전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여겨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흐름 가운데에는 터치드, LUCY, 신인류, 다브다, 이날치 등 젊은 음악 팬들의 대안으로서 규모를 키워 가는 밴드들이 있다. ‘위버스콘’ 무대의 라인업을 중심으로, 2026년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한국 밴드 다섯 팀을 소개한다.

터치드
그야말로 ‘땅울림’이다.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터치드의 존재감은 눈과 귀가 아니라 발 아래에서의 고동으로 맨 먼저 다가온다. 김승빈, 존비킴, 채도현의 단단한 연주로 펼치는 폭넓은 록의 향연 가운데에 방점을 찍는 멤버는 역시 보컬 윤민이다. 능숙한 완급 조절과 감정 표현의 목소리로 현장의 긴장감을 조성했다가, 마침내 힘찬 목소리로 폭죽을 터뜨리는 듯 포효하는 그의 목소리는 근래 등장한 팀 중 터치드를 가장 파워풀한 밴드로 만들어주었다.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후 터치드가 발표한 곡 수나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숱한 축제 및 경연을 통해 대중에 꾸준히 이름을 알리고 한국 페스티벌 씬의 단골 섭외 아티스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서울예대 동문들이 결성한 팀인 만큼 기본적인 연주 실력도 탄탄하고, 숱한 음악가들의 등용문으로 기능하고 있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사상 최초로 밴드 형태 대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만큼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뚜렷한 기승전결을 갖춘 곡 전개와 호응을 유도하는 편곡 및 변주, 사랑과 위로 등 보편적인 주제의 노랫말은 축제 현장에서 가타부타 고민할 필요 없이 힘껏 점프하고 서로 몸을 부딪치기에 충분하다. 터치드의 다음 목표는 카메라 앞, 대회, 프로그램, 축제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통해 팀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개성을 갖추는 것이다. 어느덧 여름 날씨로 접어드는 6월의 잠실 올림픽공원, ‘위버스콘’ 현장에서 커다란 서클 핏을 만들고 서로 몸을 부딪치는 ‘슬램’을 목격할 수 있을까. 그 무대의 주인공은 분명 터치드가 될 것이다.

LUCY
JTBC의 밴드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를 통해 결성된 4인조 밴드 LUCY는 5월 17일 그룹의 9번째 단독 콘서트 ‘아일랜드’를 KSPO 돔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베이시스트 조원상의 입대 전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정규 2집 ‘Childish’ 발표를 기념한 이번 공연은 2020년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팬덤을 확보하며 데뷔한 밴드의 인기가 가요계에 안정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지속적인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경연 당시 앰비언트 사운드를 활용해 주목받았던 LUCY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신광일과 6현 베이스를 연주하는 메인 프로듀서 조원상을 주축으로 록 밴드에게 기대하는 전형적인 소리 대신 음악의 톤과 팔레트를 다채롭게 넓혀 왔다. 특히 신광일의 바이올린 연주는 데뷔 곡 '개화'의 순간부터 제목 그대로 LUCY라는 밴드가 독보적인 소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핵심 장치로서, 지금까지도 팀을 대표하는 소리로 입체적인 감상을 더하고 있다.

LUCY는 팬데믹 이후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J-팝 밴드들의 장점인 멜로디 메이킹과 입체적인 구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페퍼톤스와 데이브레이크, 딕펑스 등 선배 한국 밴드들의 해맑고 푸르른 감성을 음악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전체관람가’에서 어린이합창단 ‘위자드콰이어’와 함께 곡의 말미를 장식하는 합창 구간이 6월의 푸르른 올림픽공원 ‘위버스콘’ 무대에서 펼쳐질 모습을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을 시작하는 아이리시 스트링 라인과 청량한 기타 라인이 인상적인 신광일과 최상엽의 청춘 찬가 ‘발아’를 추천하고 싶다.

신인류
지난 3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펼쳐진 ‘BTS THE CITY ARIRANG SEOUL’에서 인사를 건넨 밴드 신인류는 지난해 첫 번째 정규 앨범 ‘빛나는 스트라이크’로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음반 부문을 수상하며 밴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2018년 ‘너의 한마디’ 싱글로 데뷔한 밴드는 5인조로 출발해 현재 신온유, 문정환, 하형언 3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첫 정규작 이전에도 ‘우리에게 여름은 짧다’와 ‘희망서’ EP, 수록 곡 ‘날씨의 요정’이 인디 팬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대중적으로도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빛나는 스트라이크’는 밴드가 오래도록 단단하게 지켜온 아련한 스토리텔링과 서정적인 송라이팅이 동화적 상상력을 만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안식처다.

‘영혼 빌리지’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인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위로와 응원, 보살핌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쉽게 남용되어 가는 시대에 매우 많은 밴드가 공유하는 주제다. 핵심은 설득의 방식이다. 1970~80년대 일본 AOR과 시티팝의 도시적 팝 감수성, 이후 롤러코스터와 러브홀릭 등 21세기 초 한국의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들과 밴드들의 정수를 이어받은 단단한 송라이팅이 빛난다. 그렇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의 층마다 서로 다른 색으로 반짝이는 영혼들이 있다. 해맑게 뛰노는 청춘, 날개를 펼치고자 하는 젊음,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를 안고 있는 고독 그리고 이 모두를 끌어안는 신인류의 안온한 음악이 있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 음악 팬들이 인디 밴드에 바라는 정서를 효과적으로 집약하고 있는 팀이다.

다브다
김지애, 박정웅, 노거현, 이승현으로 구성된 4인조 매스록 밴드 다브다는 2016년 데뷔 EP ‘저마다 섬’을 시작으로 올해 활동 10주년을 맞이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첫 정규작 ‘But, All The Shining Things Are’를 통해 장대한 사운드스케이프 가운데 요동치는 활력을 전달한 밴드는 일본 매스록 밴드 토(Toe)의 다카시 카시쿠라(Takashi Kashikura)와 함께 싱글 ‘Jungle Gym’을 발표하고, 이후 EP ‘Yonder’와 함께 월드 투어를 진행하며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결성과 활동 초기에는 ‘파스텔 사이키델릭’이라는 지향을 소개하곤 했던 밴드는 이제 별도의 부연 설명 없이도 자신의 음악을 증명할 수 있는 단단한 음악적 기틀을 갖췄다. 서정적인 보컬과 역동적으로 끝없이 변주되고 변형하는 음악, 마침내 마주하고 마는 거대한 꿈과 희망에 대한 아름다운 믿음이 다브다라는 밴드의 음악에서 휘몰아친다.

현재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다브다는 지난 3월 ‘Dear Hope’를 통해 끝없는 소리의 잔향으로 다듬어낸 밴드만의 희망을 노래했다. 6분 10초에 달하는 러닝타임 가운데 서로 다른 소리의 층이 겹쳐가다가 분리되고, 각자 작동하다가 마침내 하나로 융합되어 마구 별빛을 쏟아 내리는 순간은 지난 10년간 밴드가 겪었던 희로애락을 찬란한 오로라처럼 펼쳐 들려준다. 무대마다 폭발적인 음악의 힘으로 감동 그 이상의 마음을 울리는 라이브 무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는 팀이다. 올여름 그들이 설 한국 록 페스티벌 주요 무대와 정규 2집을 기대한다.

이날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한국인이든 한국인이 아니든, 한국이라는 나라와 관련된 콘텐츠를 접한 적이 있다면 이날치라는 밴드를 한 번쯤은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한국관광공사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의 합작으로 만든 한국 관광 홍보 영상 덕이다. 전 세계가 폐쇄된 가운데 한국 각 지역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제시한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라는 제목의 홍보 시리즈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흥겨운 춤사위 아래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이날치의 팝 디스코 음악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히트 곡 ‘범 내려온다’와 전하는 다섯 마당 가운데 익살스러운 ‘수궁가’를 재해석하며 밴드는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제 이날치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 곳곳의 음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바탕으로 소리를 보존하는 밴드 토킹 헤즈의 데이비드 번이 설립한 레이블 루아카 밥과 계약을 체결했다. 변동이 잦았던 멤버 구성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100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하며 어어부 프로젝트, 씽씽을 거쳐 이날치의 중심을 잡은 음악 감독 장영규와 밴드 효도앤베이스 및 솔로 활동을 펼치는 이재가 두 대의 베이스로 리듬을 깔고, 소리꾼들의 중심 안이호를 주축으로 최수인, 박수범, 라서진이 판소리 대목을 풀어 놓는다. 방대한 판소리의 대목을 샘플링하듯, 아이디어에 맞춰 자유롭게 변형하고 가공하는 팀의 목표는 국악의 세계화라거나 한국의 소리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국수주의적 사명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저 신나게 춤을 추고 즐기는 한국의 밴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올 6월부터 북미와 유럽을 도는 월드 투어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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