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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로 보는 뮤직비디오 다섯 가지
뮤직비디오로 읽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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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영화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유니버설 픽쳐스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공개되면서 그의 음악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영화만으로 ‘킹 오브 팝'이라 불릴 만큼 20세기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그의 음악 세계 전체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멜로디와 퍼포먼스, 그리고 영상 매체가 결합된 마이클 잭슨의 음악 세계를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그는 뮤직비디오라는 매체를 단순한 앨범 홍보 수단을 넘어 독립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20세기 대중음악 역사를 바꿨고,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보여주는 음악’의 시작 - ‘Billie Jean’(1983)과 ‘Thriller’(1983)
1981년에 개국한 미국의 음악 전문 채널 MTV에서는 지금으로선 믿기지 않겠지만, 흑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방영하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이 1983년에 발표한 히트 곡 ‘Billie Jean’의 뮤직비디오와 6집 ‘Thriller’ 앨범의 곡들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고 나서야 MTV는 부랴부랴 그의 뮤직비디오 방영을 허가했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영화 ‘마이클’에서도 묘사된다. ‘Thriller’ 앨범의 뮤직비디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뮤직비디오의 제작 방식과 형태를 새롭게 정의했다. 예를 들어 흑인 빈민가를 어지럽히는 갱단의 뉴스를 보고 만든 노래인 ‘Beat It’의 뮤직비디오에는 전문 댄서와 배우뿐만 아니라 실제 갱단도 출연시키는 도전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노래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다.

형식도 혁신적이었다. ‘Thriller’의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를 지닌 단편영화처럼 제작됐다. 연출은 ‘런던의 늑대 인간’이라는 호러 영화를 히트시킨 존 랜디스 감독이 맡았는데, 당시 영화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Thriller’에 등장하는 ‘좀비 댄스’ 군무 장면은 지금까지도 뮤직비디오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마이클’에서도 이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마이클이 직접 출연해 특수분장을 하고 늑대 인간과 고양이 인간으로 변하는 모습은 마이클의 예술가로서의 자의식, 정체성에 관한 고뇌를 보여주는 연출이다.

‘Thriller’에는 당시 일반적인 뮤직비디오 제작비보다 10배가량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고, 특수효과를 위해 무려 40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동원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제작현장보다 더 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투입되었을 정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뮤직비디오는 앨범 판매량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클이 입고 등장했던 어깨가 뾰족한 빨간 재킷은 지금도 그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새로운 페르소나의 탄생 - ‘Bad’(1987)
마이클 잭슨은 새로운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이전과는 다른, 이전보다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앨범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그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 ‘Bad’는 슈퍼스타로서의 삶을 노래하는 자전적인 이야기, 로맨스를 뛰어넘은 인류애, 세계 평화에 관한 메시지 등이 담겨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마이클은 음악적으로는 디지털 신시사이저, 하드록, 펑크록을 디스코에 접목시켜 ‘Thriller’ 앨범 때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한편, 강인한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터프한 이미지가 강조된 가죽 의상을 입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언론에서 다룬 기사나 당시 기록을 찾아보면, 수록 곡 ‘Bad’의 뮤직비디오에서 그가 입고 나온 가죽 의상은 패션계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이 앨범의 여러 뮤직비디오 중에서 단연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은 ‘Bad’다. 브루클린의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한 사립학교의 청년이 과거의 잘못된 실수들과 작별하는 내용을 다룬 이 뮤직비디오의 연출은 아카데미상 수상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맡았다. 형식적으로는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도 했는데, 뉴욕 뒷골목의 실상, 도시의 밤거리를 기가 막히게 포착하는 그는 본인 영화에서도 잘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선보인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립학교에 진학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후 살해당한 한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마이클이 영감을 받아 구상한 이 뮤직비디오에는 그가 직접 연기하는 주인공 대릴의 옛 친구이자 동네 갱단 두목 미니 맥스 역에 웨슬리 스나입스가 출연한다.

기술로 구현한 메시지 - ‘Black or White’(1991)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마이클 잭슨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영상 기술을 뮤직비디오 제작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여덟 번째 앨범인 ‘Dangerous’의 첫 번째 싱글 곡 ‘Black or White’에는 당시 ‘터미네이터 2’ 등에 쓰이던 디지털 모핑 기술을 이용해 수많은 등장인물의 얼굴이 마치 한 덩어리처럼 이어지고 변형된다는 느낌을 부여했다. 세상의 모든 인종 간의 화합을 노래하는 이 곡은 팝, 로큰롤, 랩,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조합해 보다 강한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 이런 사례는 뮤지션이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어떤 시각효과 기술을 써야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뮤직비디오의 등장하는 4분 분량의 ‘팬서 댄스(Panther Dance)’ 시퀀스는 일부 성적인 제스처와 파괴적인 행동 묘사로 논란을 빚었고, 이후 해당 장면이 삭제되기도 했다. 마이클이 검은 표범으로 변신한 뒤 펼쳐지는 이 장면은 스스로를 사회를 어지럽히는 질서를 깨부수려는 표범 같은 존재로 묘사하거나, 혹은 현실과 페르소나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로서의 고민을 담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앵글에 담긴 현실 - ‘They Don’t Care About Us’(1996)
마이클의 1990년대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 바로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They Don't Care About Us’의 뮤직비디오다. 마이클의 9번째 앨범 네 번째 싱글 곡인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됐다. 하나는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펠로리뉴 지구,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산타마르타에서 촬영했다. 두 번째 버전은 롱아일랜드의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했다. 마이클에 따르면 이는 억울한 사연을 지닌 수감자들, 백인보다 유색 인종이 더 많은 교도소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 현장의 다큐멘터리 푸티지 영상도 삽입해 만들었다.

그는 ‘They Don’t Care About Us’의 노래 가사를 통해 권력 남용과 이를 가능하게 한 정치적 부패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반항적인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야말로 이 뮤직비디오의 연출자로 제격이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훗날 미국 전역에서 흑인 인권에 관한 시위가 번졌을 때, 두 개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한 편으로 합쳐 새로운 2020년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를 향한 도전 - ‘문워커’(1988)와 ‘고스트’(1996)
‘Thriller’와 ‘Bad’ 앨범을 발표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적인 뮤직비디오를 시도했던 마이클은 추후 장편영화 제작에 도전하게 된다. 그는 ‘Bad’ 앨범의 수록 곡 뮤직비디오와 자신의 공연 투어 영상, 사적인 공간 묘사가 담긴 영상 등을 이어 붙여 옴니버스 형태의 뮤지컬 영화 ‘문워커’를 발표했다. 영화 전체의 만듦새는 장편영화로서의 예술성을 논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Smooth Criminal’의 뮤직비디오만큼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드벤처 무비 세계 속으로 들어간 마이클 잭슨의 모험담 같은 기운을 뿜어낸다. 특히 중력을 거스르는 춤 동작, 훗날 무대 아래 장치를 통해 구두 뒷굽을 고정한 뒤에 몸을 기울였다는 기술이 밝혀진 트레이드마크 댄스가 이 작품에서 등장한다.

영화는 동명의 비디오 게임으로도 제작되었는데, 이러한 사업과 마케팅 전개는 당시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실험이었다. 몇 년 후 프린스가 자신의 소속사와 계열사인 워너 브라더스 영화 ‘배트맨’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렸던 사례와도 비교할 수는 있으나, 두 라이벌의 미디어 전략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마이클 잭슨은 기존의 IP와 협업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의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이클 잭슨이 1996년에 발표한 ‘고스트’의 뮤직비디오는 제작비 전액인 1,500만 달러를 그의 사비로 충당해 제작되었는데, 당시로서는 가장 큰 규모를 투자한 뮤직비디오였던 셈이다. 이 작품은 1997년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되었고, 전체 러닝타임이 38분에 달해 2013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뮤직비디오 기네스 세계 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다. 마이클의 이전 뮤직비디오에서 메이크업과 시각효과를 담당한 스탠 윈스턴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의 스토리는 하필 동네 이름이 노멀(평범한) 밸리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 마에스트로(마이클 잭슨)가 사는 저택으로 쳐들어와 그를 ‘괴짜’로 몰아세우고 추방하려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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