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IC BY MISTAKE’의 뮤직비디오에서 르세라핌, 아일릿, KATSEYE 멤버들은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선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묘지에서 석상에 입을 맞추고, 치아를 장난스럽게 뽑아들며, 들판을 집어삼킬 듯한 불길 앞에서 기타를 치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다. 과장과 전복, 혼란으로 빚어진 이 세계에는 코디 크리셸로(Cody Critcheloe) 감독의 손길이 닿아 있다.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사진작가, 그리고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SSION’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기도 한 그에게, ‘ICONIC BY MISTAKE’가 구축한 세계와 그 이면의 미학에 대해 물었다.

KATSEYE와는 ‘Touch’와 ‘Gnarly’의 뮤직비디오로 호흡을 맞춘 반면, 르세라핌, 아일릿과는 이번 프로젝트로 처음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세 팀 각각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코디 크리셸로: 저는 세 팀 모두를 정말 좋아해요. 세 팀이 하나의 강렬한 곡 안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기대됐어요. 각 팀은 이번 컬래버레이션에서 전혀 다른 에너지를 가져다줬어요. 아일릿은 제가 추구하는 미학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팀처럼 느껴졌어요. 이들에게는 미묘하면서도 독특하고, 어딘가 엉뚱한 매력이 있어요. 그런 분위기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뮤직비디오 특유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제가 늘 끌림을 느껴온 비주얼적 감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편 르세라핌에게는 거침없는 록스타의 에너지가 있어요. 저 역시 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그 에너지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KATSEYE는 대담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데, 그 자체로 아주 팝적이에요. 그들에게는 꾸밈없는 매력이 있고, 멤버들 각자 뛰어난 유머 감각도 있어요.
감독님은 SSION이라는 이름으로 본인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오시기도 했는데, 뮤지션이자 감독의 시선에서 ‘ICONIC BY MISTAKE’의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코디 크리셸로: 노래에는 어딘가 위협적이면서도 대담한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퍼포먼스 역시 자신감과 반항심, 그리고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주얼 또한 그와 같은 에너지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 가진 감정과 정서에 맞춰가는 것이었어요. 저 역시 오랜 시간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음악을 중심으로 비주얼 세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아티스트들과 프로듀서들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언제나 곡의 본질을 담아내려 해요. 가사를 단순히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이면에서 음악이 실제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포착하려고 합니다.
가사의 메시지가 매우 명확한 만큼, 비주얼은 조금 더 암시적이고 예상 밖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듣는 것과 보는 것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저는 그런 식의 대비에서 늘 흥미를 느껴요. ‘ICONIC BY MISTAKE’는 저에게 약점처럼 보이는 것을 오히려 자신만의 강점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표현에는 어떤 초연함이 있습니다. 결국 깊은 자신감으로 느껴지는,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가요. 세상이 어떤 고난을 던져와도 결국에는 그것마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내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회복력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콘으로 불리게 되는 것은 의도적으로 좇는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연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죠. 그래서 더욱 강력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세 팀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나 서사가 반영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일릿이 등장하는 장면이 ‘Cherish (My Love)’에서 등장한 ‘사랑니 클럽’의 모티프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처럼요. 이처럼 각 그룹의 정체성과 서사를 반영한 장치들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나요?
코디 크리셸로: 사실 그건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 중 하나였습니다. 각 그룹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더 큰 서사 안에서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르세라핌의 묘비 장면, 아일릿의 사랑니 모티프, 그리고 KATSEYE의 다양한 시각적 레퍼런스는 모두 팬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면서도, 더 큰 이야기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각 그룹이 기존에 선보여온 모티프와 아이디어들을 가져오되, 이를 ‘ICONIC BY MISTAKE’라는 세계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려 했어요.
감독님께서는 퍼퓸 지니어스(Perfume Genius), 로빈(Robyn), 이브 투모(Yves Tumor),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면서 신화, 소속감, 모순 그리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와 같은 주제들을 다뤄왔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KATSEYE, 방탄소년단 제이홉과의 협업에 이어 ‘ICONIC BY MISTAKE’를 통해 K-팝으로 접점을 넓히고 계신데요. 그간의 작업 경험이 K-팝과의 협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코디 크리셸로: 저는 K-팝 작업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제가 K-팝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음악을 중심으로 하나의 비주얼 세계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인다는 것입니다. 세계관과 상징, 이스터에그, 그리고 더 넓은 예술적 비전을 구축하려는 진지한 의지가 느껴져요. 그런 부분은 원래 제 개인 작업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K-팝이 전 세계를 무대로 하면서도 비주얼이나 음악에서 독특한, 예상 밖의 시도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주제들의 조합일 수도 있지만, 초현실적인 스토리텔링과 신화, 모순 그리고 세계 구축에 대한 저의 창작적 본능은 K-팝이라는 생태계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작동한다고 생각해요.
이전부터 감독님의 뮤직비디오에서는 특정한 신화를 비틀어 현실을 드러내는 연출이 자주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To Die in L.A.’에서는 LA라는 도시를 둘러싼 클리셰와 환상을 뒤섞어 오히려 그 공간의 본질을 보여줬고, SSION으로서 발표하신 ‘Inherit’에서는 화려함을 극대화해 쇼비즈니스의 공허한 이면을 포착했는데요.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어떤 신화 혹은 현실을 재현하고자 했는지, 이를 ‘mistake’라는 개념과 연결해 어떻게 전복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코디 크리셸로: 뮤직비디오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경찰과 감시, 그리고 끊임없는 평가와 검증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포괄적 은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결국 아티스트들입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감시받고, 평가받고, 분석의 대상이 되면서도 결코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그들이 지닌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들은 장난스럽고 초연하며, 주변의 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들은 자신들이 끊임없이 분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선을 부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주도권으로 삼습니다. 그들에게 닥치는 어떤 예상 밖의 상황도 결국에는 그들의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실수와 우연 그리고 불완전함조차 누군가를 아이콘으로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ICONIC BY MISTAKE’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각자의 선택에 따라 행동합니다. 예를 들어 르세라핌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고, 아일릿은 장난스럽게 이를 뽑고, KATSEYE는 옥수수를 던져 불을 붙입니다. 이 선택들은 논리적이지 않고, 때로는 과격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예상을 깨고 유머와 불편함을 동시에 유발하는 행동과 이미지들을 통해 어떤 무드를 구현하고자 했나요?
코디 크리셸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중 하나는 멤버들이 뮤직비디오 안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저뿐 아니라 세 팀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어요. 멤버들이 과장되고 낯설며, 때로는 기괴하게까지 느껴지는 상황에 놓이길 바랐지만, 그 모든 장면에는 언제나 유머가 깔려 있기를 원했어요. 핵심은, 그 진지함마저도 유머와 풍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아티스트들은 결코 그 부조리함의 희생양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주도하며 즐깁니다. 그런 장난스러움 덕분에, 이러한 이미지들이 단순히 어둡거나 기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작업에서 기존의 규범을 비틀고 전복하는 것을 좋아해요. 때로는 이런 요소들을 보다 은근하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ICONIC BY MISTAKE’에서는 이를 더욱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많은 아이디어들은 자칫 순수한 캠프(camp) 미학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저는 뮤직비디오 전체가 어둡고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길 바랐어요. 이를 위해 기존의 캠프 미학을 비트는 새로운 시각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미학들은 인물을 전형적으로 아름답게 조명하는 K-팝 고유의 연출 문법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뮤직비디오를 통해 어떤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그리고 동시에 K-팝의 어떤 매력은 유지하고자 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코디 크리셸로: 제가 K-팝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스토리텔링의 깊이입니다. 세계관과 상징, 그리고 팬들이 스스로 해석하고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무엇보다도 제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비주얼적으로는 관습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멤버들에게는 모두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덜 정제되고 예상 밖의 방식으로 이들을 보여주는 데에도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 방식들은 자유로움을 갖게 해주거든요. 그 덕분에 멤버들은 더욱 장난스럽고, 인간적이며, 풍부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저는 미의 기준에 도전하는 것이 건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나 예상치 못한 순간 같은 불완전함이야말로 어떤 것을 살아 있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라도, 사람들에게 기존의 규범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용기를 주길 바랍니다.
‘ICONIC BY MISTAKE’의 뮤직비디오에는 혼란이 가득하지만, 그 혼란이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연대인 듯합니다. 뮤직비디오는 르세라핌이 시작한 노래를 아일릿이 이어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이후에는 모두가 함께 모여 캠프파이어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감독님은 ‘ICONIC BY MISTAKE’에서 연대라는 주제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코디 크리셸로: 저에게 그 의미는 마지막 캠프파이어 장면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온갖 혼란을 지나고 나면 결국 모두가 함께하게 되거든요. 놀랄 만큼 단순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어딘가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순간을 농담처럼 ‘캠프파이어식 화합’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 모든 화려함과 비현실성 아래에는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그리고 함께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감정이 있습니다.
마지막 캠프파이어 장면 이후에는 경찰차가 들이닥치면서 다시 처음의 서사로 돌아간다는 암시가 등장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현실의 순환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뮤직비디오 내내 드러나는 멤버들의 주체성을 바탕으로 한 끝없는 저항 또는 즐거운 연대에 대한 암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해석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코디 크리셸로: 두 가지 해석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시작과 끝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꿈의 논리(dream logic)를 바탕으로 작동하거든요.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고,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순간들의 집합이 됩니다. 그것이 벗어날 수 없는 반복처럼 느껴질지, 아니면 스스로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순환처럼 느껴질지는 보는 이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되는 순간이나 경험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디 크리셸로: 한국에서 작업하는 경험은 언제나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 팀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멤버들이 이번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정서와 방향성에 깊이 몰입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고,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진정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Gnarly’에 이어 다시 협업을 하게 된 한국의 프로덕션 앰비언스(AMBIENCE)에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어주고, 야심찬 아이디어들을 현실로 구현해주셔서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KATSEYE와 작업하는 과정에서 움베르토(Humberto Leon, KATSEY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주앙(João Moraes, KATSEYE의 비주얼 디렉터), 제이(Jay, HxG 인정현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와도 매우 가까워졌어요. 세 사람 모두 제가 깊이 존경하고 아끼는 분들입니다. 제가 처음 K-팝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바로 그들 덕분입니다.
한국 스태프들의 헌신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작업하는 것을 사랑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ICONIC BY MISTAKE’의 뮤직비디오가 이렇게 완성된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이번 기회를 얻게 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믿음이 팬들과 이 작품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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