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빛은 보석에 입체적인 매력을 더해준다. 어느 각도에서 보는가에 따라 색색의 섬광이 드러나고, 같은 색이더라도 색조와 명도를 달리하며 빛의 결을 드러낸다. TREASURE의 음악 또한 그러하다. TREASURE는 한 가지 색으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꾸준히 색을 바꿔 칠하는 팀이다. ‘THE FIRST STEP’ 시리즈에서는 기존의 YG 그룹들과는 달리 ‘BOY’나 ‘MY TREASURE’처럼 청량하고 풋풋한 하늘색을 음악에 칠하기도 했고, ‘사랑해 (I LOVE YOU)’나 ‘음 (MMM)’처럼 감정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노래에서는 채도 높은 빨간색을 품은 듯했다.
이후, ‘THE SECOND STEP’ 시리즈에서는 조금 더 온도를 높였다. ‘직진 (JIKJIN)’처럼 강렬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다라리 (DARARI)’ 같은 포근한 음악을 구사하던 ‘THE SECOND STEP: CHAPTER ONE’은 붉은빛을 넘어 푸른 화염에 가까웠고, 뒤이어 발매된 ‘THE SECOND STEP: CHAPTER TWO’는 에너지 넘치는 댄스 곡 ‘HELLO’를 통해 타오르는 주황빛을 내뿜었다. 정규 2집 앨범 ‘REBOOT’의 타이틀 곡 ‘BONA BONA’는 전투적인 초록빛이 돋보였던 반면, 이후 두 장의 미니 앨범 ‘PLEASURE’와 ‘LOVE PULSE’에서는 노을 진 하늘처럼 따뜻한 노란색의 ‘YELLOW’와 설레는 보랏빛이 감도는 듯한 ‘PARADISE’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색의 스펙트럼으로 기지개를 켜던 TREASURE는 미니 4집 ‘NEW WAV’에 도달해 모든 색채를 소거해 버린다. 그러나 이 소거는 결핍이라기보다 수렴과 확장에 가깝다. 물감의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에 가까워지고 모든 빛이 모이면 흰색이 되듯, 흑백은 색의 부재처럼 보이지만 모든 색을 품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역설적인 상태다. ‘NEW WAV’는 그 역설적인 흑백의 중심에서 그들이 지나온 시간을 섞고 조색하며 새롭게 칠해질 미래의 가능성을 비친다.

모든 색이 뒤섞인 검정의 에너지
‘NEW WAV’의 음악은 정적인 색보다는 움직이는 기류에 가깝다. 깨지고 달리고 질주하고 폭발한다. 그들이 이번 앨범을 강렬한 힙합 사운드로만 채운 것은 YG엔터테인먼트가 지닌 헤리티지의 상속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앨범이 말하는 전부를 대변할 수 없다. ‘NEW WAV’는 그 헤리티지가 지닌 빛이 TREASURE를 통과할 때 어떤 섬광으로 펼쳐지는지 새롭게 보여주는 앨범이다. 다시 말해 ‘NEW WAV’에서 TREASURE는 YG가 쌓아온 시간 위에 날것의 생동감을 덧칠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그들이 레이지(Rage) 장르를 타이틀 곡 ‘IF I’에 차용한 것은 단순히 최신 힙합 트렌드를 끌어온 선택이라기보다 YG가 오래 축적해온 힙합의 질감을 TREASURE의 속도감으로 다시 조색하는 시도에 가깝다. 미니멀한 비트 위로 얹히는 키치한 신시사이저 사운드, 타격감 넘치는 리듬과 다소 공격적인 분위기에 거칠게 내뱉는 보컬, 모든 멤버의 목소리가 모이는 후반부의 챈트까지. 이전까지 TREASURE의 모습을 낯설게 재배치하면서도 그들이 줄곧 표명해온 직진의 감각을 강렬하게 남긴다.
뒤이은 ‘ZOOM ZOOM’에서는 YG 헤리티지를 더 짙게 조합한다. 원타임이 구사하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 위에서, TREASURE는 운명의 상대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자동차의 질주감에 빗댄다. 힙합에 EDM 사운드를 결합한 TREASURE 유닛 ‘현하요’의 ‘난리나 (NALLY-NA) (HYUNHAYO)’에서는 반복적인 훅과 적절하게 배치된 드롭을 앞세워 에너지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마지막 곡 ‘DANGER’에서는 앨범의 검은 에너지가 고딕 만화나 기묘한 유령의 집을 연상시키는 방향으로 번진다. 고전적인 호러 무드의 편곡은 곡에 음산함과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TREASURE는 이를 무겁게 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만화적이고 익살스러운 에너지를 더해 ‘눈먼 자들의 소유’인 사랑이 주는 재미와 불안을 표현한다.
본래 힙합이라는 장르가 지닌 묵직한 무게감, 강렬한 사운드, 거친 태도 위에 레이지의 날카로운 신시사이저, EDM의 드롭, 클럽 뱅어의 즉각적인 반응성, 고딕 호러의 키치한 분위기까지 뒤섞이며 ‘NEW WAV’의 검정은 완성된다. 이 앨범의 검정은 어둠이라기보다 과잉에 가깝다. 모든 소리와 속도, 장르와 태도가 한곳으로 몰려들어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을 때, TREASURE의 음악은 비로소 가장 짙은 색에 도달한다.

하얀 팔레트 위, TREASURE를 증명하다
사운드의 질감이 모든 물감이 뒤섞인 묵직한 검정에 가깝다면, 앨범을 관통하는 태도는 무한의 가능성을 품은 하얀 팔레트와 같다. 원하는 색을 고르고, 담아내고, 섞고, 새로 칠해낼 수 있는 공간. TREASURE가 ‘NEW WAV’라는 팔레트 위에 맨 먼저 짜낸 색은 자기 증명이다.
그 중심에는 타이틀 곡 ‘IF I’가 있다. 이 곡에서 TREASURE가 말을 던지는 상대는 외부의 경쟁자라기보다 자기 자신이다. “Hiding my potential like it’s criminal(마치 범죄인 것처럼 내 잠재력을 숨겼다면?)”이라는 문장은 숨겨둔 가능성을 더 이상 감추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고, “Me versus me errday(매일 나 자신과의 싸움)”라는 구절은 전장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면에 있음을 보여준다. TREASURE는 여기서 자신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하기보다 무엇을 원하는지, 결국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발화하는 것을 택한다. 소음과 열기, 한 장소를 지배하는 것, 모두를 뛰게 만드는 존재. 관중을 지배하는 무대 위 페르소나 혹은 얼터 에고(Alter ego).
‘난리나 (NALLY-NA) (HYUNHAYO)’에서도 그 맥락이 이어진다. ‘현하요’는 파티라는 공간 안에서 주도권을 갖는다. “Movin’ to the left / Now bring it back for finesse (왼쪽으로 움직여 / 다시 돌아와서 멋지게 마무리)”로 지시하며 듣는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We like to party(우린 파티를 좋아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숨김없이 외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한 단계 성장해 도시를 장악 중이며, 판을 짜는 것은 그들(“Whole squad leveled up and running this town / Callin’ shots”)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도권의 감각은 그들이 등장하면 ‘난리나’는 이유의 근거로 자리한다.
자기 증명의 태도는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이어진다. ‘NEW WAV’에서 사랑은 화자를 무너뜨리거나 감상에 머물게 하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TREASURE의 자기 확신을 더욱 또렷하게 세우는 계기다. ‘ZOOM ZOOM’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빠른 속도감으로 바꿔 사랑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DANGER’는 사랑에 빠지는 감정으로 뒤덮이는 순간에 이성의 껍질이 벗겨진 본래의 모습을 재치 있게 묘사한다.
TREASURE는 하얀 팔레트 위에 데뷔 이후 자신들이 만들어온 색들을 올려두고 그것들을 과감하게 뒤섞어 ‘NEW WAV’라는 짙은 검정을 빚어냈다. 그러나 그 팔레트는 검정 하나를 만들기 위해 닫히지 않는다. 언제든 다시 새로운 색을 골라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고 조합해낼 수 있다. 흑과 백, 모든 색이 강렬하게 뒤섞인 결과물과 어떤 색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하얀 바탕 사이에서, ‘NEW WAV’는 TREASURE가 어떤 색이든 다시 고르고 섞어낼 수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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