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는 스무살’ (쿠팡플레이)
최민서: 스스로를 국민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국민 개미, 국민 잡초, 국민 새싹도 가능하다.”라고 말한 아일릿 원희. 개미든, 잡초든, 새싹이든, 어떤 모습이 되었든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그가 어느 덧 스무 살이 되었다. ‘원희는 스무살’은 원희의 스무 살을 기념하며, ‘언니’들과 함께 원희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뤄가는 이야기다. 특별한 게스트들이 전국의 ‘언니’들을 대표하여 원희를 마음껏 귀여워해주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주자인 개그우먼 이은지, ‘은지 언니’는 원희의 주량을 체크한다. 2차에 가자는 은지의 말에 수줍어하던 원희는, 어느새 신난 얼굴을 하며 2차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진짜 안 되겠다. 민증 또 다시 챙겨야겠네!”
“귀여운 게 세상을 지배한다, 귀여움은 권력이다.” 마술을 보여준다며, ITZY의 예지와 채령의 머리에서 머리기름을 모은 뒤 필살기인 ‘눈 꼭 주먹’ 애교로 마술을 넘은 마법을 부린 원희를 본 예지의 반응이다. 그리고 그 마법의 원천은 아직 진행이 서툴러 어쩔 줄 몰라 하거나, 애교를 부리며 민망해하는 모습처럼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에 있다. ‘아기맹수’ 요리사 김시현과 캠핑을 떠난 원희는, 이야기 도중 눈물을 쏟는 시현을 덮고 있던 이불로 감싸 위로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향한 감정을 행동으로 바로 옮긴다. 이처럼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원희의 진심은 그만큼 ‘언니’들의 마음에 빠르게, 그리고 깊게 스며든다. 스무 살 원희만의 마법이다.

‘마티 슈프림’
남선우(‘씨네21’ 기자): 때는 1952년 뉴욕. 유대인 청년 마티 마우저(티모시 샬라메)는 탁구를 잘 친다. 하지만 잘하는 것과 잘 버는 것, 그리고 잘사는 것은 언제나 다른 문제. 프로 선수로 불리기에는 생계를 위한 노동이 필수고, 아마추어로 머무르기에는 자존심이 들썩거린다. 미국에서는 탁구가 비인기 종목인 탓에 마티의 재능이 계륵으로 비치기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티에게는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볼 생각이 없다. 남부럽지 않은 동체 시력으로, 그는 자기 앞을 스치는 기회들을 향해 빠르게 손 뻗을 뿐이다. ‘마티 슈프림’은 이 성질 급한 야망가와 발맞추느라 거칠게 달리는 영화다. 관객을 탁구공인 양 다루기에 주저하지 않는.
겨우 숨을 고르고 조쉬 사프디 감독의 인터뷰를 봤다. “당시 탁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사람들은 대개 다른 어디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이었다. 존중받지 못하는 분야였기에 자연스럽게 괴짜, 순수주의자, 집착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말하자면 마티가 싸운 대상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치 않는다는 감각이다. 아무리 익숙해진들 새삼스럽게 모욕적인 상황. 분이 쌓이다 분 자체가 되어버린 마음. 그런 것들을 이고 살면 차분해지기 힘들다. 조용히 있으면 정말 지는 것 같으니까.
삶은 이제 그만하라는 듯 선물을 주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티는 그 꾸러미를 확인하고 오열한다. 바란 적 없을뿐더러 회피해오기까지 한 그 존재가 왜 마티를 울렸을까. 사회로부터 비슷한 대접을 받아온 자신의 모습을 엿본 걸까. 마티는 그제야 현실과 욕망의 부정교합이 늘 최악의 결과만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아프게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겸연쩍은지 서둘러 끝나는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티어스 포 피어스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가 흐른다. 첫 가사가 비로소 성장의 눈물을 흘린 주인공을 다독여준다. “Welcome to your life. There’s no turning back.(당신의 삶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되돌아갈 수는 없어요.)”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 - ‘パッパパラダイス (feat. 甲本 ヒロト)’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언제나 도망칩니다. 귀찮아질 것 같으면 바로 물러나요. 대신 그만큼 여유가 생기죠. 자유로운 시간도 생기고.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요.”
뮤직비디오와 하루의 시차를 두고 공개된 두 아티스트 간의 대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코모토 히로토의 대답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어(好きなことをしてたい) / 바보 같아도 괜찮잖아(愚か者でいいじゃない)”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의 주제의식을 정확히 관통한다. 1980년대에 활동을 시작, 블루 하츠부터 더 크로마뇽즈에 이르기까지 일본 펑크(PUNK) 씬의 영웅으로 활약해온 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로큰롤밖에 없는 것 같다.”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달려온 근 40여 년의 인생은 우타다 히카루가 이 곡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나답게 살아가자.’는 의미를 완성한다. 그 덕분인지 처음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다소 의아했던 협업이, 청취를 거듭할수록 ‘이외의 선택지는 없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노래의 호불호를 떠나, 각자의 삶을 투영한 하모니가 괜스레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오랜 기간 방영되며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자리 잡은 ‘마루코는 아홉살(ちびまる子ちゃん)’의 엔딩 곡으로, 세련된 질감의 블랙뮤직에 누구나 금방 흥얼거릴 수 있는 정겨운 선율을 성공적으로 녹여냈다는 것이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자신의 스타일로 ‘기분 좋은 위화감’을 일으키는 코모토 히로토의 순수한 가창, 경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향성의 코러스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우타다 히카루의 어레인지가 의미와 완성도를 동시에 잡는 관록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만큼은 될 것 같아서 한 게 아니라, 해보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의미 있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거장의 한마디에서, 좋아하는 것을 좇으며 전진하는 삶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하는 여로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광경을 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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