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맛 OO’. 어느 순간부터 SNS 상의 패션 관련 포스트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 표현이다. 빅히트뮤직 보이그룹 CORTIS 특유의 스타일링이 대중에게 각인되면서, 이 팀의 의상을 분석하거나 멤버별 스타일링을 따라 하는 영상과 아티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단지 CORTIS가 입은 특정 아이템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착용하지 않은 아이템도 ‘코르티스맛’이라는 단어로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SPA 브랜드의 청바지나 스포츠 브랜드의 빈티지 아우터, 개성 있는 액세서리, 때로는 슬래커 코어나 Y2K 무드까지 이 표현 안에 묶이기도 한다. 하나의 장르로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빈티지하면서 무심하게 툭 걸친 듯한, 그러면서도 의외성을 지닌 패션 감각, 핏, 아이템. 이 모든 요소들은 어느새 ‘코르티스맛’이라는 수식어와 동일시되는 중이다. 한 보이그룹의 팀명이 일련의 스타일을 설명하게 됐다.
최근 CORTIS 패션의 고유함이 대중적으로 각인된 데에는, 지난봄 공개된 앨범 ‘GREENGREEN’ 활동 전반의 스타일링이 주요했다. CORTIS는 타이틀 곡 ‘REDRED’ 무대에서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의 저지나 트랙 팬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상 조합을 선보였다. 예컨대 20여 년 전 출시된 명품 브랜드의 아카이브 피스나 한국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브랜드의 제품 또는 2026년 유행의 최전선이라 하긴 어려운 운동화 모델을 착용하는 식이다. 유행의 정점에 있는 브랜드나 제품만을 활용하기보다, 빈티지 제품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레더 베스트와 피케 셔츠, 사파리 재킷과 트랙 톱처럼 서로 다른 유형의 아이템을 한 착장 안에서 뒤섞는다. 심지어 나이키와 아디다스라는, 종종 금기시되는 조합을 함께 매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CORTIS의 무대의상은 특정 브랜드의 유명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아이템을 적극 끌어들이거나, 통일감을 극대화해 의상을 제작하는 K-팝의 전형적인 스타일링과는 정반대의 어법을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디자이너 고태용이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CORTIS의 패션을 분석하며 한 말은, 이 팀의 스타일링 핵심을 압축한다. “장르, 성별 관계없이 아무거나 가지고 와서 다 입어줄게.”

“동묘, Wassup / 홍대, Wassup”. CORTIS는 그들의 데뷔 앨범 수록 곡 ‘FaSHioN’에서 빈티지 의류 판매점이 많은 서울의 두 장소를 언급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을 갖고, 두 장소를 오가던 CORTIS는 데뷔 초반 중고 플랫폼 ‘후르츠 패밀리’와의 협업으로 자신들의 실제 위시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멤버들은 위버스 라이브에서 각자 오늘 무엇을 입었는지, 이 아이템은 어떻게 샀는지, 요즘은 어떤 스타일에 꽂혔는지처럼 옷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취향과 관심은 어느새 멤버들 각각을 설명하는 수단이 됐다. 예컨대 CORTIS 멤버들은 데뷔 초반 바지를 내려 입는 ‘새깅’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새깅’뿐만 아니라, 각자의 디테일을 지닌 고유의 스타일 또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예컨대 주훈은 슬림한 핏과 비율을 극대화하는 옷과 소재를 종종 선택해왔고, 건호는 비니나 볼캡을 활용하되 스포티한 무드와 빈티지한 정서를 가미해왔다. 마틴은 그의 프로포션을 적극 활용하는 핏이나 과감한 아이템을 적극 시도하곤 했다. 한때 멤버 성현의 본명을 빈티지 패션 플랫폼에 검색하면, 그가 자주 입던 폴로 상의가 결과값에 등장했다는 일화가 온라인에서 종종 등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도 멤버들이 제임스의 스타일을 “록 밴드 티셔츠”에 비유하며 그가 “항상 옷을 잘라서 커스텀한다.”고 바로 답할 만큼, CORTIS 멤버들은 각자의 취향과 스타일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이를 꾸준히 발전시켜 자신만의 방식으로 드러내왔다.
“CORTIS 멤버들은 선입견이 없는 편이에요. 옷을 직관적인 언어로 생각하고 단순하게 옷으로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비주얼브랜딩팀은 CORTIS 멤버들이 지닌 기본적인 애티튜드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7월, 주훈은 위버스 라이브에서 10~20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 좋은 스터드 가죽 팔찌를 구매했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물론 멤버들은 잘 알려진 것처럼 자신들이 구매할 수 있는 선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빈티지 아카이브 피스나 희소성 높은 컬래버레이션 제품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다만 그러한 요소들만 옷을 판단하는 가치로 두지는 않는다. 예컨대 ‘3am haul’ 영상에서 마틴은 멤버들과 후 디사이즈 워(WHO DECIDES WAR)와 나이키 조던의 컬래버레이션 운동화를 언박싱하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때 멤버들의 관심사는 신발의 희소성이나 가격보다, 그 독특한 질감의 신발 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다. 곧이어 마틴이 여성 브랜드 ‘망고(MANGO)’의 빈티지 가죽 재킷을 꺼내들자, 성현은 자신도 “우먼스 많이 사긴 해.”라며 공감을 표한다. 멤버들은 일관되게 그 재킷이 여성복이라는 사실보다, 몸에 꽉 맞는 마틴의 재킷 핏에 대해 “이런 맛으로 입어야 한다.”거나 지퍼를 열어 입는 게 더 예쁘다는 의견을 보탠다.
이처럼 CORTIS에게 옷이란, 옷일 뿐이다. “멤버들은 생각하거나 계산하는 걸 앞세우기보다, 직감적으로 옷이 지닌 무드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 태도를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방법으로 표현해냅니다.” 비주얼브랜딩팀의 설명처럼, CORTIS에게 옷은 그 자체의 매력을 탐구하고 발견하는 영역이자,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건호는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노래 ‘ACAI’를 설명하며, 아사이볼에서도 위에 얹는 토핑보다는 그 베이스가 맛에서 가장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다. 아사이볼에 대한 이 일화는 CORTIS가 옷을 대하는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다. 본질에 집중하되 다양한 토핑을 시도할 수 있는 이들의 자세는, 자연스레 패션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나아간다. ‘틴 보그(Teen Vogue)’ 콘텐츠를 통해 “스타일을 한 단계 높이고 싶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한 제임스의 한마디처럼 말이다.

2025년 가을, 데뷔한 지 막 한 달이 넘었을 당시 CORTIS는 한복을 독특하게 해석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업로드된 ‘Chuseok FaSHioN’ 영상에서 멤버들은 숙소의 거실과 드레스룸을 오가며, 각자 가위를 들고 옷을 자르거나, 서로에게 액세서리를 추천하는 등 정신없이 움직인다. 마틴은 한복 위에 블레이저를 더하고, 건호는 베레모를 매치한다. 주훈은 팔 부분을 잘라내 한복 상의를 민소매로 만들고, 성현은 고름을 허리띠처럼 묶어 연출한다. 제임스는 바지를 내려 입는 ‘새깅’ 유행을 과감하게 한복에 적용한다. 세미 오버핏, 숏한 기장, 깊은 암홀의 상의. 볼륨감 있고, 허리선이 높으며, 통이 크지만 발목은 좁아지는 팬츠. CORTIS가 일관되게 모든 옷에 대해 취하는 편견 없는 태도는, 이전까지의 세대가 상상해본 적 없는 의외의 시도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건 패션을 대하는 멤버들의 자유로운 애티튜드가 콘텐츠에 녹아져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CORTIS 유튜브 콘텐츠를 담당 중인 빅히트뮤직 아티스트콘텐츠3파트는 패션과 관련된 영상의 방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시즌, 한국의 상징적인 응원복 컬러에 맞춘 코디를 보여주는 ‘빨간티 빨간티 fit check’ 또한 마찬가지다. 멤버들은 영상 내내 선글라스, 베스트, 스카프 등 다양한 아이템을 끝없이 레이어드한다. 빨간색 옷 위에 또 다른 빨간색을 더하거나, 대비감 있는 컬러를 여럿 매치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 보일지라도 일단 입어보고, 거울을 살펴보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다시 새로운 걸 더한다.
“CORTIS 멤버들은 스스로 의상을 고르거나 연출하기도 합니다. 서로 입은 옷을 봐주면서 ‘이게 너다운지, 나다운지, 평소에 내가 입고 구매할 법한 의상들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비주얼브랜딩팀은 ‘GREENGREEN’ 앨범 재킷 촬영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며, 당시 “기획부터 피팅까지, 멤버들과 특히 많은 논의를 하며 디벨롭했다”고 말했다. 잘 알려져 있듯 ‘GREENGREEN’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녹색 다리는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오가던 길목에 있는 ‘길마중교’다. 앨범 포토 ‘BRIDGE’ 버전에 있는 담장 배경은 ‘What You Want’ 가사에 등장하는 “넘어버려 담장”의 바로 그 장소다. 촬영 당시 의상에도 멤버들의 의견이 구체적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비주얼브랜딩팀은 “마틴 씨는 커트 코베인의 스타일링을 오마주하고 싶어 바지에 패치워크를 추가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건호 씨는 실제로 들고 다니는 본인의 가방을 활용”한 것이라는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멤버들의 실제 서사와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고,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에서 평상시 멤버들의 모습을 최대한 담아낸 재킷 사진은 CORTIS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물이 되었다. 멤버들이 실제로 LA에서 자주 먹었던 ‘아사이볼’을 노래로 만들어버린 것처럼, “바지 내려 입고 우린 studio로 가지”라며 그들의 작업하는 일상 풍경을 가사에 담았던 것처럼.
빅히트뮤직 마케팅3팀은 멤버들이 의상뿐만 아니라 위버스 포스트와 인스타그램 사진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는 편이라고 전했다. “멤버들은 촬영 현장에서도 먼저 감각적인 구도나 비주얼 연출을 제안할 정도로 시각적 표현에 적극적입니다.” 실제로 CORTIS 인스타그램에는 멤버들이 선글라스 렌즈에 비친 서로의 모습을 담거나, 비율이 왜곡된 사진도 과감하게 시도한다거나, 네일이나 모자 같은 요소를 극단적으로 줌인해서 보여주는 사진도 여럿 있다. CORTIS는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을 넘어,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표현하고, 그 결과물을 보여준다. 마케팅3팀은 이 팀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패션과 비주얼에 있어 자신들을 표현하는 중요한 예술적 도구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팀”.

“한 사람이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마틴은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그가 생각하는 패션의 범주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의 말처럼 사람들은 누구를 만날지, 만나서 무엇을 할지, 어디에 갈지에 따라서 혹은 요즘의 관심사나 추구하는 생활상, 가치관에 따라서도 옷을 고른다. 빈티지와 새 제품, ‘테무템’과 하이엔드 브랜드, 남성복과 여성복. CORTIS는 그 선택지 사이를 편견 없이 오가며, 자신들이 고를 수 있고, 고르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골라 잡아 입는다. CORTIS에게 옷이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다름없다. 다만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네고를 하는 동시에 파리 패션위크에 초대받는 CORTIS의 생활이란, 어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지칭한 ‘YOUNGCREATORCREW’라는 표현을 그저 “영크크”라는 밈으로 바꿔버렸듯, CORTIS에게 그러한 구분이나 경계는 무의미하다. 2020년대는 모든 시대의 아카이브를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고, 세상 모든 가격대의 의상을 미디어로 접할 수 있으며, 수많은 ‘추구미’와 ‘코어’가 공존한다. 그런 시대에 10대 시절을 맞이한 ‘영크크’ 세대에게는, 그들을 특정 카테고리에 분류하려는 기존의 문법은 의식적으로 깨뜨릴 수 있는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CORTIS는 ‘REDRED’에서 팀이 추구하는 가치를 ‘GREEN’으로, 경계하거나 멀리할 것들을 ‘RED’로 표현한다. ‘REDRED’를 통해 보여준 패션 또한 그 메시지와 동일할 것이다. 기존에 누군가가 어떤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는 중요치 않고, 조금 이상해 보여도 “알 바가 아니”다. 눈치 보지 않고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입는 기세와 태도가 그들의 패션에서는 핵심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바로 이러한 태도야말로 이 팀의 이름이 어느새 하나의 스타일을 정의하게 된 이유일 테다. ‘코르티스맛’을 위해서는 특정한 제품을 입어야 하는 것도, 특정한 핏을 입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해진 선 밖을 칠하는 것을 괘념치 않는 태도에 가깝다. ‘꼰대희’에 출연한 주훈이 연예계 대선배인 예능인 김대희에게 너무나 평온한 표정으로 건넨 그 말처럼 말이다. “누구나 CORTIS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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