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마틴 “다시 태어나도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CORTIS ‘GREENGREEN’ 컴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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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인
인터뷰윤해인
사진 제공BIGHIT MUSIC

음악과 무대. 친구들과 코어. 경험과 사랑. 마틴의 낭만을 이루는 것들.

지난겨울 ‘도파민 디톡스’를 시도하셨더라고요.
마틴: 당시 좀 다른 길을 가보고 싶었어요. 소셜 미디어에 비치는 면만 보고 판단하는 걸 피해보려고요. 도파민에 중독된 것 같기도 했고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많은 걸 직접 경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경험할 시간이 없더라고요.(웃음) 정보 수집용으로 SNS를 다시 시작하면서 실패한 상태인데, 활동이 시작되면 디톡스를 다시 해볼 생각이에요.

오히려 활동하면서는 어렵지 않나요?
마틴: 대기 시간에 책을 읽는다거나 문화 생활을 더 해보려고요. 유명한 책도 워낙 많고, 영화로 나온 작품들은 특히 책으로 먼저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글에서만 느껴지는 심상이 있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책으로 먼저 읽었는데, 책에서 받은 이미지와 영화가 달라서 더 재밌었어요. 최근에는 주훈이가 산책하다 들어오는 길에 ‘구의 증명’을 추천해줬거든요. ‘이런 상황에 이런 음악이 잘 맞겠다.’ 상상하게 된다거나, 가사에 인용해보고 싶은 문구도 있었어요. 문학은 작가의 머릿속을 탐방하는 느낌을 주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라 생각했어요.

마틴 씨가 그런 시도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틴: 어린 나이였지만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이 일을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계속 연습실에서 살듯이 지냈는데, 그래서 경험은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나 봐요. 경험이라는 게 어디 산맥을 가볼 수도 있고, 다양한 걸 먹어볼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해보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책이 대안이 된 것 같아요. 누군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나오는 영감이 많아요.

데뷔 이후 무대에 서고, 코어를 만나는 건 또 다른 영역의 경험이었겠어요.
마틴: 팬분들이 어떤 걸 좋아해주시면 그걸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팬분들의 이야기가 저희 팀 자체를 발전하게 만드는 요소라 느껴지고요. 저희가 ‘같이 만들어 나간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 정말 그런 거라서요.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코어분들을 ‘샤라웃’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아티스트라는 직업에서 팬분들은 없어서 안 되는 존재니까요. 그래서 팬분들에게 정말 솔직하고 싶은 것 같아요. 저는 펑크 문화를 좋아하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게 펑크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거든요.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보여지는 걸 신경 쓰지 않고요. 그런 걸 팬분들께서도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팀에게서 록 밴드를 떠올리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록 밴드’적인 아우라에는 마틴 씨의 패션 스타일도 한몫할 것 같아요.(웃음)
마틴: 문학 소설을 읽는 것처럼 패션도 그 사람의 생각이 담긴 것 같아요. 한 사람이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인상일 수도, 누군가의 기분을 표현하는 장치일 수도 있고요. 그날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옷을 맞춰 입기도 하잖아요. 오늘은 찢어진 티셔츠에 맞춰 디스트로이드 된 바지를 매치했거든요. 살짝 더워졌으니 바람도 잘 들어오고,(웃음) 다음 스케줄에 연습 일정이 있는데 바지만 바꾸면 되는 복장이에요. 그리고 저는 헤어스타일도 패션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제 뾰족한 머리를 코어분들이 좋아하시면 뾰족한 머리를 보여드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으면 긴 머리를 하고 나가기도 하고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패션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부분 같아요.

마틴 씨가 그간 보여준 생각과 태도는 결국 이번 앨범과 타이틀 곡 ‘REDRED’의 메시지와 연결되는 듯해요.
마틴: 그동안 다양한 무대를 해본 만큼, 무대를 했을 때 재미있는 노래를 쓰는 데 집중했어요. 새로운 경험에 맞는 새로운 텍스처와 사운드를 만들고자 했고요. 처음에는 앨범을 작업하다가 너무 안 풀려서, 멤버들과 PD님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한 번 돌아보는 미팅을 가졌어요. 저희 모두 힘들었던 게 처음 방향성을 잡는 일이었어요. 정처 없이 떠도는 느낌이었던 거죠. 요즘 듣는 음악, 요즘 봤던 영화,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 요즘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눴어요. 그 끝에 나온 결론은 ‘장르 불문하고 시도해보면 좋겠다.’였어요. 대신 우리의 유니크한 사운드는 있어야 된다. 다양한 리듬을 써보면서 나온 게 ‘REDRED’였는데, 그 과정이 쉽진 않았어요. 데모도 정말 여러 개 있었고 버전도 많았거든요. 저희 모두 만장일치로 좋아했던 게 최종 버전이었어요.

‘REDRED’를 비롯해 이번 앨범의 퍼포먼스도 정말 무대 위가 기대될 것 같거든요. 마틴 씨가 전반적으로 제스처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한 듯했고요.
마틴: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보다 팬들과 함께 ‘커넥팅’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동안 모니터링하면서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좀 더 팬분들을 즐겁게 할 수 있었는데…’,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남을 때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TNT’ 같은 경우에는 한창 제임스 형과 ‘롱’한 가죽 재킷에 빠져 있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옷을 입고 했을 때 나오는 아우라 자체가 유니크하게 어울리는 것 같아 제스처에서 그런 포인트를 살리면 좋을 듯했어요.

이번에도 곡 작업부터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 많은 영역에 멤버들이 함께 참여했잖아요. 다 같이 무언가를 완성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마틴: 멤버들과 스태프분들이 하나의 크루이자 ‘팀 코르티스’로 움직인다고 생각해서, 참 감사해요. 제임스 형이 영상에 워낙 빠삭해서 주훈이와 함께 뮤직비디오 쪽으로 도움을 줬고요. 저는 음악 쪽에서 데모나 가이드도 많이 녹음하고, 송라이팅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려고 하고요. 성현이가 감각이 좋아 옆에서 짚어주고, 건호는 가사를 잘 쓰다 보니 글 쓰는 영역을 도맡아 잘해줬어요. 저희가 함께 팀을 해서 다행이다 싶어요. 저희가 ‘일하자.’라는 마음으로 쓴 곡과 친구로 지내면서 만들었을 때 나오는 바이브가 다르더라고요. LA에서 농구하고 스케이트보드 타고, 떡볶이 먹고, 들어와서 작업하고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그런 게 영향을 주지 않나 싶어요. 

그 일상 속에서 ‘ACAI’도 나왔겠네요.
마틴: PD님께서 저희 작업 과정을 보시면서 “너희 맨날 아사이 먹는데 곡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해주셨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할수록 재밌겠더라고요. 곡 주제가 ‘아사이’니까 ‘너무 딥(deep)할 수는 없고, 재미있게 가자.’ 싶어서 말도 안 되는 단어를 나열해보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당나귀’라는 단어가 PD님과 대화하면서 나왔는데, 곡에 의미심장한 느낌도 생긴 듯하고요.

반면 ‘Wassup’ 같은 곡은 멤버들끼리 일상을 넘어 진지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마틴: 제가 그 곡의 주제를 피칭했어요.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내가 내 내면을 바라보듯 멤버들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내용으로요. 예전에 저희끼리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매 순간 같이 있고, 집에 가면 또 볼 텐데, 우리끼리는 굳이 인사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사이 같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거예요. 서로의 상황과 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제목은 ‘Wassup’이지만 사실 ‘Wassup?’할 필요가 없는 거죠. 

팀이라는 게 일상을 끊임없이 공유하면서 같이 일을 하는, 흔치 않은 관계잖아요.
마틴: 되게 독특한 관계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냥 친구들인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 모임. 활동기에는 서로 예민해질 수도 있고 잠깐 다투더라도 “무대에서는 잘하자.” 한 뒤에 끝나고 내려가면 없던 일처럼 화해가 되어 있어요.(웃음) 아이디어 논의를 하면서 친해지고, 메신저로 릴스 하나 보내면 그거에 맞춰서 웃고.(웃음) 그 반복이에요. 무엇보다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이 있어서, 동지애라는 게 있나 봐요.

그런 동지애를 동갑내기인 주훈 씨에게 더욱 편하게 느끼는 듯하고요.(웃음)
마틴: 저도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분명 무너질 때가 있어요. 생각보다 많아요.(웃음) 그냥 옷 입다가 “나 옷 못 입는 것 같아. 다 접을래.” 이러고 티셔츠에 바지만 입고 나가기도 해요. 노래 만들다가 “뭔가 느낌이 안 와.” 하고 꺼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주훈이랑 얘기하면 항상 풀렸던 것 같아요. 제가 없는 경험을 이 친구가 갖고 있고, 이 친구가 없는 경험을 제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서로의 내면에 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심도 깊은 대화를 자주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는 생각이 엄청 많고 깊게 들어갈 때가 있는데, 그 친구는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해줄 때가 있어요. 저는 막 파도가 쓰나미처럼 일어나고 있으면,(웃음) 주훈이는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해요. 그래서 서로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마틴 씨의 그 깊은 생각은 다른 사람들의 성향을 잘 고려하는 노력과 배려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요?
마틴: 리더로서 맞춘다기보다 한 사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같아요. 저도 저만의 색깔이 있고, 고집이 있고 특이하거든요.(웃음) 그래서 존중받고 싶은 게 있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아, 이 사람은 이게 참 특이하네. 이런 고집이 있네. 되게 보기 좋다.’ 생각하는 편이에요. 건호가 빈티지를 좋아한다거나, 제임스 형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 ‘나도 해봐야겠다.’ 하며 호기심을 가져요. 어린아이가 많은 걸 궁금해하고, 스펀지처럼 흡수하려는 마인드로 살고 싶어서요. 그랬을 때 제게도 좋더라고요.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창작에 대한 일을 하다 보면 자칫 시니컬해지기 쉽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데 마틴 씨처럼 세상의 다채로움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요?
마틴: 저는 행복도 쟁취하는 거라 생각하고, 좋은 면들을 바라보려고 해요. 그런데 너무 많은 희망은 절망으로 이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음과 양’처럼 양면성을 항상 보는 것 같아요. 예전에 현대무용을 하면서 선생님께 배운 개념이거든요. 행복 뒤에는 불행이 있고 불행 뒤에는 행복이 오니까, 어느 한 면만 바라봐서도 안 되고 균형을 유지해야 된다고요. 불행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물질적으로 좋은 삶이어도 내가 불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불행과 행복은 같이 존재하기 위해 서로가 있다는 걸, 조금 어릴 때 배운 것 같아요.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서 자각하거나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건, 결국 마틴 씨가 종종 언급했던 ‘낭만’과 ‘초심’으로 귀결될까요?
마틴: 한 번 느꼈던 좋은 기억에 대해 집착을 하게 되는데, 낭만이 그 예시 같아요. 저는 물건도 잘 못 버리거든요. 어릴 때 입던 옷도 그 기억이 좋으면 더 아끼게 돼요. 예전에 먹던 분식집이 닫혔을 때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고.(웃음) 멤버들과 모여 작업하는 것도 저에겐 소중한 하나의 행복이에요. 여전히 어린 나이지만(웃음) 저에겐 저의 10대가 낭만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성인이 되고, 20대, 30대가 되면 그때 바라본 낭만이 있겠죠. 지금 저의 10대가 그리운 건 아마 팬데믹 때 많은 게 변해서 그런가 봐요. 모든 게 원격으로 바뀌며 ‘회색회색’해져서, 유채색이었던 세상이 무채색으로 변한 느낌이었어요. 그런 게 미련이 남아 집착하게 되는 게 아닐까.(웃음)

‘Blue Lips’의 가사를 빌려 하나 질문하자면, 마틴 씨가 “Get to the end and hit rewind” 할 수 있는 이 모든 것의 동력은 뭘까요?
마틴: 그냥 뭔가… 사랑인 것 같아요. 음악을 너무 사랑하고, 제 주변 사람들을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요. 어떤 걸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고, 빠져들고.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 하고 끝까지 갔을 때도 다시 처음부터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 ‘끝’이라는 건 어떤 한계나 벽을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것 같아요. 그 끝이 느껴져도 다시 할 수 있는 건, 그 낭만과 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그런가 봐요. 다시 돌아가서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또 새로운 걸 시도하게 돼요. 그래서 연습생 시절의 불확실한 미래와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던 감정들을 가사로 표현했어요. 아마 어떤 것에 너무 빠져있어서 그런 가사가 나왔나 봐요.

누군가는 그 끝에 ‘완성’되는 순간에 매료되기도, 도달하는 ‘과정’ 자체에 끌리기도 하잖아요. 마틴 씨는 어느 쪽일까요?
마틴: 저에게 과정은 되게 긴 흐름이에요. 단순히 곡 하나를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 곡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퍼포먼스가 끝난 뒤 곡이 에이징되는 시기도 있고, 먼 훗날 누군가 다시 그 곡을 찾아듣기도 할 테니까요. 그러면 먼 미래에 ‘그때 이랬었지.’ 하게 되고, 마치 일기 쓰듯이 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 전체 과정에 빠져서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랑 같이 작업하는 걸 가장 좋아해요. 옆 사람과 대화하면서 느끼는 영감이 있고, 그걸 곡에 녹여냈을 때 더 잘 되는 것 같아서요. 그 모든 과정 때문에 음악을 접는 날이 없을 거예요. 사실 이거 아니면 어떤 길을 선택했을까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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