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9트쫑’, 에이티즈 우영과 산이 발견하는 새로운 얼굴
이 주의 유튜브, 영화, 앨범
Credit
정다나, 남선우(‘씨네21’ 기자), 강일권(음악평론가)
사진 출처9트쫑

‘9트쫑’
정다나: 그러면 우리가 총 9개를 찍을 수 있는 거네?” 에이티즈의 우영과 산이 아홉 번의 시도 안에 조회 수 50만 회를 넘기지 못하면 ‘쫑’이라는 의미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 ‘9트쫑’. 이름부터 조회 수라는 분명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정작 ‘9트쫑’이 두 사람에게 주는 미션은 거창하지 않다. ‘내비없이 을왕리가기’처럼 영상 제목은 그날 할 일을 그대로 적어놓은 듯 단순하고, 썸네일 역시 영상 속 한 장면과 짧은 문구가 전부다.

상견례 프리빠꾸상 상견례 하기’에서 우영과 산은 얼굴도 모르는 세 딸의 부모님과 난데없이 상견례를 한다. “신혼여행에 따라가도 되냐?”는 장모 역 출연진의 짓궂은 질문에도 산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며 받아치는 등 처음 만난 어른들과 스스럼없이 노래하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반대로 두 사람만 남겨두면 또 다른 얼굴이 나온다. ‘내비없이 을왕리가기’에서는 대한민국 지도 한 장을 들고, 한 명은 운전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조수석 내비”가 되어 을왕리를 찾아간다. 도로 위 글씨가 보이지 않자 우영은 산에게 글씨를 볼 수 있도록 줌을 당겨보라고 하고, 이에 산은 두 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들어 눈앞에 가져다 댄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서나 가능할 법한 장난과 격의 없는 표현이 두 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오간다. 그러나 그렇게 상황이 달라질수록 드러나는 것은 장난기만이 아니다. ‘대표님 차 훔쳐서 차박’에서 산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이 보내온 고민을 상담하다 “6년이 넘어가면 옆에서 쓴소리 해주는 사람이 잘 없다.”고 말하고, 이에 우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근데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우리 멤버들은 이걸 서로서로 해요.” 타인의 고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6년 넘게 한 팀으로 활동해온 에이티즈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다시 서로의 관계와 지난 시간으로 흘러간다.

조회수 50만 회를 이미 훌쩍 넘긴 ‘9트쫑’은 채널 이름에 내걸었던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하지만 아홉 번의 ‘트라이’가 이어질수록, “우리는 관짝에 들어갈 때까지 친구”라는 의미의 우정 타투까지 새길 만큼 서로를 오래 알고 지낸 우영과 산의 새로운 얼굴이 드러난다. “같이 있으면 뭘 해도 콘텐츠”라는 산의 말처럼, ‘9트쫑’이 아홉 번의 시도를 통해 시험하는 것은 어쩌면 조회 수가 아니라 우영과 산이라는 조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인지도 모른다.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남선우(‘씨네21’ 기자): 어릴 적 가족들과 영화관에 가면 항상 대작을 봤다. 기억하고 있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을 보고 할머니 댁에 들러 삼촌이 가진 원작 소설을 빌려온 주말, ‘괴물’(2006)로 인해 아빠와 자전거를 타던 한강공원을 얼마간 멀리했던 방학, ‘아바타’(2009)의 굉음에도 부모님과 동생 곁에서 홀로 곯아떨어진 저녁을. 재현할 수 없는 추억을 이제야 애틋하게 품어보지만, 당시 영화는 그저 구실이었다. 짧은 여행이었고, 쉬운 교양이었다. 누군가의 양육과 누군가의 효도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문화 상품이었다고 할까. 그러니 더욱 블록버스터가 필요했다. 여럿을 빠르게 만족시킬, 직관적으로 재미있는 볼거리로서의 블록버스터가.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이 1982년을 배경으로 만든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그런 가족 친화적 장르의 속성을 안다. 그래서 짓궂게 요리한다. 직장을 잃은 가장, 이혼을 점치는 주부, 칼 세이건을 동경하는 딸, 이웃 소녀를 기웃거리는 아들로 이뤄진 4인 가족 구성에서부터 어떤 전형성이 감지되지 않나. 안 그래도 각자의 문제로 골치 아픈 이들의 마을에 공룡이 나타난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익숙한 SF 재난 영화의 스텝을 밟다가 한 번씩 미끄러진다. 괴수들은 무시무시하다가 우스꽝스러워지고, 공격 태세였다가 짝짓기까지 한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구하다가도 지겨워하고, 똘똘 뭉치다가도 흩어져 버린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여느 집구석이 그러하듯.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그럼에도 스크린 앞에 앉는 단란한 가족 관객의 눈치를 보는 듯한 결말로 나를 당황하게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생각할수록 이 피날레에서는 메타픽션의 향기가 난다. 위험천만한 소동이 벌어지는 블록버스터를, 그것도 가족과 함께 본다는 일에 관한 성찰이 읽힌다. 최후의 순간에 깨닫는 가족의 소중함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소중한 건 극장이고, 그 안을 밝히는 상상력이다. 비일상적인 위협에 몰입하면서 일상의 불화를 잊을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값진가. 오크 스트리트의 가족에게도 비슷한 행운이 다녀간 건지 모른다. 낙관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괜찮다. 영화라는 게 원래 두세 시간이 지나면 끝나는 법이지만, 보고 또 보는 방법도 있으니까.

Erykah Badu & The Alchemist - ‘Before The World Blows’
강일권(음악평론가): 세상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사람들은 대개 목소리를 높인다. 더 크게 말하고 더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무엇인가를 증명하려 한다. 그런데 에리카 바두(Erykah Badu)와 알케미스트(The Alchemist)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합작 앨범 ‘Before The World Blows’에서 두 사람은 세상의 소음을 조금 뒤로 물린 채 음악이 지닌 느린 호흡을 따라간다.

소울, 블루스, 재즈, 펑크(Funk), 힙합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뒤섞인 가운데 전위적이며 사이키델릭하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전체를 완성했다. 그 사이를 신비로운 바두의 목소리가 유영한다. 때로는 곡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느슨함 속에서 이상할 만큼 또렷한 긴장이 생긴다. 무슨 일인가가 곧 일어날 것 같은데, 음악은 끝까지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 

네오 소울의 아이콘과 비트의 연금술사. 두 아티스트의 협업은 바두가 몹 딥(Mobb Deep)의 ‘The Realest’ 비트 위에 랩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시작되었다. ‘The Realest’는 알케미스트가 만든 곡이다. 이를 계기로 처음 만나게 된 그들은 창작에 대한 공통된 접근 방식을 발견했고, 결국 정식 협업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은 익숙한 협업의 형태를 벗어난다. 그저 알케미스트가 비트를 만들면 바두가 그 위에 노래를 얹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음악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읽어냈다. 바두는 알케미스트의 힙합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왔고, 알케미스트는 바두의 소울을 다시 자신의 샘플 미학 속에 배치했다. 서로의 음악을 오가는 동안 곡의 형태도 계속 달라진다. 예컨대 알케미스트가 건넨 비트를 바두는 잘게 풀어헤친 뒤 칼림바와 코드, 드럼을 더해 자신의 감각으로 다시 짜맞췄다.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어수선한 시대에도 두 사람은 거대한 선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던 음악을 다시 꺼내 들어 잘게 나누고 다른 방식으로 이어 붙인다. 그렇게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지금의 시대를 바라볼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냈다. 세상이 무너지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함께 듣는 것.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