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USTRY
웹툰과 드라마가 서로의 이야기가 될 때
웹툰의 영상화는 어떻게 ‘다음 감상’을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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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재민(만화 평론가)
사진 출처카카오웹툰, 디즈니플러스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다 보고 나면, 궁금증이 남는다. 저 사람들은 그다음에 어떻게 살아갔을까? 비슷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더 있지는 않을까? ‘무빙’을 본 시청자에게는 다행히 찾아갈 곳이 있다. 바로 해당 작품을 만든 작가 강풀의 다른 웹툰들이다. 이미 본 이야기를 다시 읽을 수도 있고, ‘타이밍’과 ‘브릿지’로 이어지는 세계를 탐색할 수도 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읽을 이야기는 남아 있다. 웹툰의 드라마화가 만드는 시너지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흥행하면 익숙한 뉴스가 따라온다. 원작 조회 수가 몇 배 올랐고, 거래액이 수십 배 뛰었다는 소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무빙’이 공개된 2023년 8월,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를 합산한 원작 매출은 영상화 홍보가 본격화되기 전인 6월보다 약 35배 증가했다. 같은 시기 ‘브릿지’와 ‘타이밍’ 등 다른 작품들의 매출도 상승했다. 드라마 한 편의 인기가 작가가 쌓아온 이야기들로 번진 것이다.

‘무빙’은 2015년 연재된 작품이다. 하지만 연재가 끝났다고 해서 독자를 만날 일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웹툰은 드라마에 인물과 세계관을 제공하고, 드라마는 새로운 독자를 데려온다. 원작에서 다른 작품으로 관심이 이어진다면, 한 편의 드라마는 여러 작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출처: tvN
출처: tvN

같은 이야기를 두 번 보는 이유
그렇다면 같은 이야기를 웹툰과 드라마로 만나는 경험은 어떻게 다를까? 서이레·나몬 작가의 ‘정년이’를 떠올려보자. 여성 국극을 그린 웹툰에서 독자는 그림과 글자, 칸의 배치를 통해 소리를 상상한다. 정지된 그림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독자는 극중 정년이 얼마나 대단한 소리를 내는지 느낄 수 있다. 드라마는 여기에 배우의 목소리와 몸짓을 더한다. 독자가 상상했던 공연이 실제로 듣고 보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원작자들 역시 드라마의 소리와 춤, 음악과 무대 연출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드라마가 얻은 것도 분명하다. ‘정년이’는 웹툰에서 이미 독자가 낯선 세계를 궁금해하고, 익숙하지 않은 무대를 응원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원작에는 줄거리와 함께 그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드라마는 이 토대 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웹툰의 다양성이 영상 콘텐츠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물론 각색에는 선택이 따른다. 드라마에서 빠진 권부용은 원작에서 정년과 중요한 관계를 맺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원작과 다르니 다시 읽을 이유가 생겼다’고만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인물이 사라지면 그가 맺었던 관계와 그 관계를 통해 전달되던 의미도 달라진다. 드라마의 성취를 인정하는 것과 원작의 의미를 살피는 것은 공존할 수 있다. 두 작품을 오가며 감상하는 경험은 바로 이 차이를 발견하게 한다.

웹툰 속 표현이 드라마의 언어가 될 때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표현 방식 자체가 드라마의 개성이 되었다. 유미는 가만히 있는데 머릿속은 난리가 난다. 사랑하는 마음과 이성적인 판단이 부딪치고, 말 한마디를 할지 말지 세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우리도 매일 겪는 일이다. 다만 우리 머릿속에는 그 상황을 대신 설명해줄 귀여운 세포들이 없을 뿐이다. 웹툰은 복잡한 마음을 세포들의 행동으로 보여줬고, 드라마는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그 구조를 살려냈다.

세포들은 유미가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연애 상대가 바뀌어도 유미의 삶은 계속된다. 이 구조는 시즌제와도 잘 맞는다. 한 번의 연애가 끝났다고 해서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2026년 ‘유미의 세포들 시즌3’ 공개를 앞두고 이전 시즌들이 다시 주목받은 현상은 그 힘을 보여준다. 원작에서 자란 인물에 대한 애착이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진 것이다. 다만 이전 시즌의 시청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웹툰 독자까지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OTT 구독자가 늘어나는 일, 캐릭터 상품이 팔리는 일, 원작을 읽는 사람이 증가하는 일은 각각 확인해야 할 성과다.

그래서 원작으로 돌아오는 길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 생략된 에피소드나 웹툰만의 표현을 소개하고, 해외 시청자에게는 번역본과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안내해야 한다. 관심이 생겼는데 어디서 읽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그 관심은 오래가기 어렵다.

출처: 카카오웹툰
출처: MBC

드라마를 본 사람은 웹툰의 독자가 될까
YOON·검둥 작가의 ‘유부녀 킬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 전인 2026년 7월 20~26일과 방영 후인 8월 3~9일을 비교했을 때,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의 원작 조회 수는 10배 증가했다. 드라마 공개에 맞춘 프로모션도 관심을 끌어올렸다. 워킹맘이자 킬러인 주인공의 이중생활은 드라마의 매력이 되었고, 영상으로 만난 인물과 액션은 원작을 찾아오는 계기가 됐다.

원작은 당시에도 연재 중이었다. 완결작을 찾아온 독자는 마지막 회까지 읽지만, 연재작을 찾아온 독자는 현재의 이야기를 따라잡은 다음 기다리게 된다. 드라마를 보다가 웹툰의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가능성이 실제 변화로 이어졌는지 확인하려면 우리가 보는 숫자도 달라져야 한다. 공개 직후 매출과 함께 새 독자가 최신 회차까지 얼마나 도달하는지, 몇 달 뒤에도 웹툰을 읽는지 살펴야 한다. 오래전에 완결돼 이용이 줄어든 작품은 비교 기준이 낮을 수 있고, 무료 회차와 할인도 이용량에 영향을 준다. 첫 방문은 반가운 성과다. 하지만 그 사람이 다시 찾아오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일시적인 역주행이 시장의 활력으로 이어지려면 그다음 감상이 필요하다.

다음 단계는 플랫폼의 편집과 독자들의 교류에서 만들어진다. ‘정년이’에서 여성들의 경쟁과 연대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다음 추천이 꼭 시대극일 필요는 없다. 플랫폼은 그 취향을 다른 작품과 연결할 수 있다. 독자들 역시 감상을 나누고 작품을 권하면서 새로운 감상의 계기를 만든다.

흥행을 다음 창작으로 이어가는 토대
독자들은 작품을 해석하고,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감상을 통해 생각을 바꾼다. 그렇기에 이들이 가진 역량을 펼치고 나눌 토대가 중요하다. 원작과 드라마를 함께 다루는 감상 모임, 독자 리뷰를 소개하는 기획, 해석을 나누는 작가와의 대화도 방법이다.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웹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공간과 계기가 있어야 한다. 그 대화에서 다음 작품을 발견한다면 관심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창작을 계속할 여건도 필요하다. 드라마를 통해 독자가 모였다고 당장의 수요에 맞춰 연재 속도를 높이는 ‘연참(連斬, 한번에 여러 편을 올리는 것)’을 무리하게 진행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수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협조와 준비 없이 무리한 일정으로 밀어붙이면 향후 콘텐츠 제작은 물론 드라마가 끝난 후 연재에도 문제가 생길수 있다. 무엇보다 원작자가 건강하게 다음 회차를 만들고,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대전제가 지켜져야 한다. 플랫폼 역시 성공작과 비슷한 기획에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작가와 낯선 이야기를 소개해야 한다. 드라마 시청자가 웹툰 독자로 이어지고, 그 독자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즐거움이 다음에도 이어지려면, 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을 만들어낼 조건이 유지되어야 한다. 

오래전에 끝난 연재가 누군가에게는 오늘 처음 만난 이야기가 된다. 드라마를 기다리던 사람이 웹툰의 다음 회차를 기다리고, 그 작가의 다음 작품까지 궁금해한다. 웹툰의 드라마화가 만드는 가장 반가운 변화다. 그 관심을 다음 감상으로, 흥행의 성과를 다음 창작으로 이어가는 것. 드라마가 끝난 다음에도 이야기가 계속되려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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