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13일,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스타디움 규모 공연장에 오른 PLAVE는 첫 해외 투어의 막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가수 에일리는 10월 17일 네이버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치지직(CHZZK)’에서 자신의 버추얼 모델을 공개했다. 버추얼 유튜버 그룹 스텔라이브는 작년 연말 첫 단독 콘서트 ‘2025 THE 1st STELLIVE FESTIVAL “STAR TRAIL”’를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2026년 4월 데뷔한 MW:MEU의 첫 미니앨범 타이틀 곡 ‘With U’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10월 23일 기준 128만 회를 돌파했다.
바야흐로 버추얼의 시대가 온 것이다. 2019년 4월, 국내 최초 버추얼 아티스트인 APOKI가 데뷔하면서 버추얼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APOKI의 뒤를 따라 이세계아이돌, RE:REVOLUTION, PLAVE 등이 잇달아 등장했고, 이들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에 몰아닥친 버추얼 아티스트의 열풍은 최초의 ‘버추얼 유튜버’ 키즈나 아이가 탄생한 일본이 주목할 정도였다. 아닌 게 아니라,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경우 올해 들어 공식 컬래버레이션 행사를 벌써 세 번이나 국내에서 진행했다. 이미 국내 버추얼 유튜버 브랜드 ‘니지산지(にじさんじ) KR’을 운영했던 ‘니지산지’ 역시 꾸준히 라이브뷰잉을 열며 국내 버추얼 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온 바 있다.
지금 여기, 무섭게 성장하는 버추얼 아티스트 다섯 팀이 있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관과 연출 그리고 다채로운 개성으로 무장한 이들의 매력 속에 기꺼이 몸을 담가보자.

Hebi.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계란과 밴드 QWER이 소속되어 있는 쓰리와이코퍼레이션에서 2025년 데뷔한 Hebi.는 뛰어난 보컬 실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버추얼 아티스트다. 본래 Hebi.는 2020년부터 활동해온 우타이테다.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henceforth’ 커버 영상을 업로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그러나 꾸준히 영상을 올려오던 Hebi.는 4년 가까이 기나긴 공백기를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느닷없이 새로운 버추얼 모델과 함께 ‘내일의 밤하늘 초계반(アスノヨゾラ哨戒班 (feat. IA))’ 커버 영상을 올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Hebi.의 강점은 깨끗하고 맑지만 파워풀한 음색에 있다.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가창력을 지닌 노래 실력에 걸맞게 Hebi.의 앨범 크레딧에는 쟁쟁한 아티스트가 함께한다. Hebi.의 데뷔 앨범이자 첫 미니 앨범인 ‘Chroma’에는 밴드 루시의 멤버 조원상과 캔트비블루의 이도훈이 작사와 작곡, 편곡에 모두 이름을 올렸고, 이후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활동을 쉰 뒤 다시 선보이는 Hebi.의 노래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데뷔를 앞두고 선공개한 ‘늘(EVER)’에서 Hebi.는 절망 속에서 발견한 빛에 대해 노래했고, 지난 3월 진행했던 첫 팬 콘서트 ‘FROM HERE’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꼽았던 ‘Be I’에서는 “꼭 너만은 아름다워줘/다시 밝게 빛나줘/네가 있어 여긴 여전하게 살아 있어/(…)/아직도 내겐 잊지 못할 기억이라”라는 가사를 통해 이 노래를 듣는 이가 존재해야만 자신도 존재할 수 있다는(Be I) 메시지를 전한다.

3SKM
니지산지 소속의 3SKM은 키타미 유우세이, 사카키 네스, 카이세이로 구성된 버추얼 유튜버 유닛이다. 2024년 3월에 함께 데뷔한 세 명은 가위바위보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를 일컫는 일본어 ‘산스쿠미(三竦み)’에서 따온 3SKM이라는 유닛명 아래에서 활동 중이다.
“버추얼 요코하마에서 주술사·열쇠공·집사가 각자 생계를 꾸리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되어,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 행동한다.”라는 공식 유튜브 채널의 설명처럼, 세 멤버는 각자의 채널에서 방송하다가 3SKM으로 뭉쳐 합동 방송이나 커버 곡을 선보인다. 집사 콘셉트의 사카키 네스는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까지 소화하는 가창력에, 다른 두 멤버의 보컬 디렉션을 담당하기도 한다. 견습 주술사라는 키타미 유우세이도 밴드부 출신답게 파워풀한 보컬을 자랑한다. 열쇠공 카이세이 역시 밴드부 드러머였으며, 2025년 11월 29일 진행한 3D 라이브 ‘Keep It Real.’에서 키타미 유우세이의 보컬에 맞춰 드럼을 연주하기도 했다.
데뷔 후 네 개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 3SKM은 지난 4월에 첫 미니 앨범 ‘Nighthawks’를 발매했다. ‘빌보드 재팬’에 따르면 ‘Nighthawks’는 발매 첫 주에 5만 3,534장이 판매되었다. 2026년 8월에는 요코하마 분타이(BUNTAI)에서 첫 단독 라이브 ‘One-Off’를 개최했다. 국내에서 이 라이브를 메가박스 단독으로 라이브뷰잉하기도 했다. 9월 2일 위버스에 입점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내 팬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3SKM이 향할 다음 무대는 어디일까. 제일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K-팝이라는 키타미 유우세이와 사카키 네스, 카이세이를 국내 공연장에서 만날 날을 기다려보자.

OWIS
2026년이 고작 열흘 지난 1월 10일, 한 유튜브 계정에 ‘only when i sleep’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제목 앞글자를 따 ‘OWIS’라 이름 붙은 이 채널은, ‘프로듀스 101’, ‘아이돌학교’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이 설립한 올마이애닉도츠(all my anecdotes)의 것이었다. OWIS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OWIS는 KISS OF LIFE와 CLOSE YOUR EYES를 잇달아 시장에 안착시킨 이해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버추얼 걸그룹이다. 다이아 출신이자 프로듀스 101 동기인 기희현이 마케팅을 담당했고, 데뷔 트레일러 영상에는 이해인은 물론 I.B.I의 이루리, 러블리즈의 류수정과 작곡가 ADORA, 전 NMIXX 멤버 지니까지 등장해 데뷔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Only When I Sleep’, 오직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그룹명처럼 OWIS는 ‘꿈속의 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아르켈’ 세계관을 구성했고, 그 위에 각자의 꿈을 좇아 달리던 멤버들이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세웠다. 리더 세린이 총괄 프로듀서를, 썸머는 음악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해인은 한 인터뷰에서 “제가 서브를 많이 해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심리를 잘 알아요.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스태프들도 자신의 인생에는 주인공이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 말마따나 각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꿈의 세계관을 탄생시킨 셈이다.
타이틀 곡 ‘MUSEUM’을 작사한 썸머의 라이너노트에는 “꿈속은 잃어버린 기억을 저장해둔 박물관 같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지난 7월 ‘데이즈드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꿈으로 남고 싶나?”라는 질문에 멤버 하루는 “더 꾸고 싶어서 깨지 않았으면 하는 좋은 꿈”이라고 답했다. OWIS가 쌓아 올린 그 꿈결 같은 세계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어 보자.

IRISÉ
IRISÉ는 2021년 이세계아이돌을 성공시킨 패러블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두 번째 버추얼 걸그룹이다. LUNÉ, SHANA, ZERØ, KIIRI, TIZ라는 다섯 명의 멤버로 시작한 IRISÉ는 세계관을 따로 꾸리지 않았던 이세계아이돌과는 달리 멤버별 세계관을 구성해 프롤로그 영상을 순차 공개했고, 데뷔 곡 ‘날개(WINGS)’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도 그 설정을 반영했다. 그런가 하면 네이버의 웹소설 플랫폼인 ‘시리즈’에서 멤버별 세계관을 담은 짧은 웹소설을 연재하고 멤버가 직접 낭독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2025년 6월 발매한 첫 번째 EP ‘IRIDESCENT’에는 해당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멤버별 솔로 곡을 수록하는 등 적극적으로 세계관과 연계한 활동을 펼쳐 나갔다.
올해 1월에 LUNÉ, SHANA, ZERØ의 활동이 종료되면서 IRISÉ는 KIIRI와 TIZ 2인 체제로 개편되었다. 그럼에도 지난 8월에 발매한 세 번째 디지털 싱글 ‘HEART CRUSH!’는 6일 만에 조회 수 100만 회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메인 보컬이자 프로듀싱이 가능한 KIIRI와 메인 댄서인 동시에 수준급의 래핑을 선보이는 TIZ의 조합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10월 30일에는 홀로라이브(hololive) EN 소속 버추얼 유튜버 타카나시 키아라가 피처링으로 참여할 네 번째 디지털 싱글 ‘TRAUMA’가 발매되었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Iris)에서 영감을 얻은 그룹명처럼 IRISÉ는 새롭게 날아오르고 있다. KIIRI와 TIZ, 두 사람이 그려낼 무지갯빛 궤적은 분명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빛을 낼 것이다.

미완소년
“피어나는 전개 속 멋진 완결 따윈 없다고 한대도 꿈을 꾸는 나, 눈부신 미완(未完)의 소년.” ‘아직 끝나지 않은(未完)’ 자신을 노래해 ‘아름답게 완성(美完)’되어 가는 다섯 명 소년들, 미완소년은 여기서 소개하는 버추얼 아티스트 그룹 중 가장 최근에 데뷔한 그룹이다. 멜로망스 등이 소속된 어비스컴퍼니에서 올해 6월 처음 선보인 미완소년은 말 그대로 완성되지 못한 각자의 서사가 담긴 개인별 애니메이션을 유튜브 채널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전문 OTT 플랫폼인 라프텔(Laftel)에도 업로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애니메이션 작업에는 ‘체인소 맨’의 감독 나카야마 류가 참여했으며, 데뷔를 앞두고서는 뉴욕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시부야, 명동 전광판에 옥외 광고를 걸며 글로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미완의 상태에 놓인 다섯 소년들이 퍼즐 조각을 모아 하나의 퍼즐을 완성시킨다는 콘셉트에 맞게 타이틀 곡 ‘미완(美完)소년’에서 멤버들은 각자가 퍼즐 조각을 얻었던 상황에 맞게 포즈를 취하며 엔딩을 맞는다. “놓쳐버린 소원들을 한 조각씩 완성해 가 내 곁의 너와”라는 가사처럼. 멤버 성의 영문 첫 글자를 늘어놓으면 ‘M(마하진) i(임온) W(원주율) A(안석우) N(나이선)’이 되는데, 공식 영문명 ‘MiiWAN’과 팬덤명이 ‘Middle.i’라는 점을 떠올리면 모든 퍼즐이 들어맞는다.
만화가 이종범의 프로듀싱 아래 미완소년은 퍼즐처럼 맞물리는 콘셉트와 서사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위버스, 유튜브 라이브를 통한 팬들과의 꾸준한 소통까지. 버추얼 아티스트 그룹이 거쳐야 할 단계를 차근차근 오르고 있는 셈이다. 모든 계단을 다 올라선 미완소년에게 어떤 퍼즐 조각이 주어질 것인지 그리고 그 조각으로 완성될 퍼즐이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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