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대중음악계에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흐름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음악 활동의 전면에 나서는 퍼포밍 아티스트 이외의 존재에 대한 관심과 조명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자. 스포티파이는 장르 구분 내에 ‘송라이터(Songwriters)’가 있다. 정체불명의 장르, 싱어송라이터가 여기까지 진출한 것이 아니다. 스포티파이는 여기에서 송라이터 중심의 재생 목록 시리즈 ‘Written By’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시아, 퍼렐 윌리엄스 같은 스타도 있지만, 그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문 송라이터가 더 많다. 어느 쪽이든 송라이터를 실타래 삼아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애플뮤직에는 ‘Behind the Songs’가 있고, 여기에는 송라이터 중심의 ‘Song Book’, 프로듀서 중심의 ‘Behind the Boards’ 재생 목록이 있다. 타이달도 마찬가지다. ‘Written By’, ‘Produced By’ 재생 목록 시리즈는 물론이고, 스트리밍 서비스 중 크레딧 정보를 가장 충실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작곡가, 작사사, 심지어 엔지니어나 연주자를 중심으로 음악 탐색이 가능하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TV와 음반이라는 소수의 경로에 집중된 미디어 환경에서는 스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자연스럽다.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 인터뷰 정도로 충분한 콘텐츠 독점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유튜브, OTT,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은 음악이라는 거대한 산업의 다양한 면모가 대중에게 드러나도록 한다.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직접 대중과의 접점을 만든다. OTT와 스트리밍 서비스는 라디오 쇼, 팟캐스트,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플랫폼 안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넷플릭스의 ‘송 익스플로더: 음악 완전 정복’ 같은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 버전의 ‘노래 뒤편’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창작 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 정당한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정성 문제가 어느 때보다 크다. 프로듀서, 송라이터, 엔지니어, 연주자, 백업 싱어 등 이 목록은 상상 이상으로 길다.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또 다른 이름은 안무가다. 최근 미국에서는 안무가 조합(Choreographers Guild)이 만들어지고, 이는 공식적인 예술인 노조가 될 예정이다. 과거에도 안무가의 처우에 대한 문제 제기나 비슷한 조직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안무가 조합 운동은 과거의 시도를 모두 종합하면서 충분한 동력과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안무가 조합 설립의 과정을 살펴보면 재미있게도 틱톡과 클럽하우스가 등장한다. 2020년 이후 가장 상징적인 소셜 미디어 서비스다.
먼저 틱톡.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는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이고, 많은 노래를 히트 반열에 올리는 힘을 발휘했다. 2019년 가을, 케이-캠프의 ‘Lottery (Renegade)’를 배경으로 레니게이드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고, 그 중심에는 찰리 더밀리오가 있었다. 2020년 초, 레니게이드 댄스 챌린지의 안무를 젤레이아 하먼이 2018년에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형 매체가 이를 주목한다. 찰리 더밀리오는 이후 자신의 틱톡 포스트에서 안무의 창작자를 ‘크레딧’하기 시작하고, 댄스 크레딧(DC)은 틱톡의 문화 중 하나가 된다.
2021년 클럽하우스에서 안무가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이 자리에서 자신이 만든 안무가 각종 TV 쇼, 영화, 뮤지컬에서 아무런 대가나 크레딧 표시 없이 사용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무가 대중예술의 일부가 아니라 기술 하청에 불과한 취급을 받는 상황에 대한 토로도 있었다. 안무에서 어디까지 기본 동작이고, 무엇이 타인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인지 따지기 어렵다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문제에만 맡길 수 없는 것도 확실하다. 안무가 길드의 목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제적 안정, 크레딧과 인정, 저작권 강화, 안무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구축. 안무가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다른 질문이 시작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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