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챙겨온 아이스티를 꼭 쥔 채 ‘매실다시마’와 ‘지구젤리’, ‘카프리썬’과 제일 무서워하는 ‘귀신’에 대해 조잘거리던 은채가 가장 낮은 목소리로, 가장 천천히 하지만 가장 밝게 웃으며 한 말이었다. “상상보다 훨씬 더 피어나가 소중하고, 피어나 덕분에 저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첫 컴백이네요.  

홍은채: 저는 이번 컴백이 데뷔 때 준비 기간이랑 거의 같았거든요. 그런데 데뷔 전에는 팬분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몰랐으니까 그냥 열심히만 했다면 이번 컴백은 ‘FEARLESS’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팬분들 앞에서 활동하다가 팬분들 없이 저희끼리 준비를 하니까 그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팬분들이 그립기도 하고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기에 드디어 컴백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데뷔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요.

 

어제(인터뷰 일 10월 18일) 뮤직비디오도 공개됐죠. 스포츠카 위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바라보는 은채 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홍은채: 촬영은 CG 없이 하니까 어색하고 웃음도 터져서 여러 번 촬영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너무 멋있었고, 사람들은 다 도망치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 높은 곳에 가는 그 메시지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 지구젤리를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간식이라 좋았어요. 그런데 지구젤리도 호불호가 많더라고요.

 

매실과자처럼요? 사쿠라 씨는 좋아하지만 은채 씨는 안 좋아하잖아요.(웃음)

홍은채: 그런데 이번에 일본에서 매실다시마를 먹어봤거든요? 매실 맛 나는 다시마인데 그건 맛있더라고요. 일본에는 살이 너무 찔까 봐 걱정될 정도로 맛있는 게 진짜 너무 많아요. 이번에 두 번째로 가서 스시도 먹었는데 그것도 진짜 맛있었고, 편의점에 맛있는 과자도 너무 많았어요. 

 

과자도 진짜 좋아하잖아요.

홍은채: 가방에 꼭 넣어다닐 정도로 과자를 진짜 좋아해요.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번에 콘셉트 포토 촬영할 때도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것 먹으면서 촬영했거든요. 그래서 젤리 먹고 있는 사진도 있고 감자칩 사이에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그때 너무 행복했어요.(웃음)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 ‘The World Is My Oyster’에서도 언니들 처음 만날 때 주려고 카프리썬을 챙겨왔잖아요. 

홍은채: 처음 숙소에 들어갈 때 집을 떠나야 하니까 쇼핑을 했거든요. 카프리썬을 좋아해 냉장고에 넣고 하나씩 마시려고 제 것 사면서 언니들한테도 나눠주려고 다 챙겼죠. 그리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는데 그때 퇴근하고 주려고 같은 숙소에 사는 언니들한테 쪽지까지 써서 준비를 했는데 막상 이 환경에 오니까 너무 낯을 가려서 못 줬어요. 그래서 아마 제가 다 마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떻게 언니들이랑 가까워지게 된 거예요?

홍은채: 처음에는 제가 마음을 열지 못해 혼자 앉아 있거나 말을 잘 안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안무 연습실에서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까 함께 계시던 안무 선생님께서 “언니들이랑 솔직하게 마음을 잘 얘기해봐라.”라고 하셔서 언니들이랑 다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에 아직 낯설고 적응하느라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니까 언니들도 이해하고 더 노력해줬어요. 

 

그런 언니들의 마음이 느껴졌나요?

홍은채: 저랑 선생님이 얘기하기 전에 쿠라 언니가 선생님께 먼저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가까워질 수 있을지 면담을 했더라고요. 언니들은 이미 저랑 친해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고 저만 마음을 열면 될 것 같았어요. 이 팀에 들어온 이상 매일을 같이 할 언니들이니까 그냥 편하게 다가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사실 그때는 이미 데뷔했던 언니들도 있고 나이 차이도 나니까 이렇게까지 친해질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는데 이제는 눈 감고 언니들 손만 만져봐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언니들마다 은채 씨를 대하는 방식도 다 다른 것 같더라고요.

홍은채: 제가 친언니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윤진 언니는 유닛 명이 자매즈일 정도로 친언니처럼 편하게 대해줘요. 즈하 언니도 친구면서 친언니 같고, 쿠라 언니는 엄마 스타일! 채원 언니는 진짜 언니보다는 장난꾸러기 베스트 프렌드 같은 느낌인데, 사실 처음에는 채원 언니가 제일 어려웠어요. 언니도 낯을 가리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언니랑 얼마만큼 지나야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가까워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답이었어요. 오히려 친해져야지 하면 더 어색한데, 연습실에 함께 있는 시간이 엄청 많다 보니까 지금은 서로 장난도 너무 많이치고 그냥 눈만 마주쳐도 웃겨요.

 

‘FIM-LOG’에서 채원 씨를 위해 커다란 인형을 사고 나서 윤진 씨 선물을 더 사야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사소할 수도 있지만 누구 한 명이 서운하지 않도록 챙기는 게 인상 깊었어요.

홍은채: 제가 똑같이 선물을 받아도 작고 크고 이런 걸 약간 서운해하는 편이라서 조금 더 사자고 했어요.(웃음) 그리고 아무래도 평소에 챙김을 많이 받다 보니 ‘전에 이렇게 해줬었지?’ 하면서 오히려 더 잘 챙겨주게 되는 것 같아요.

  • 홍은채가 입은 원피스는 낫유어로즈(Not your rose).

‘출장 십오야2’에서도 은채 씨가 랜덤 플레이 댄스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니까 언니들이 은채 씨를 안아주기 위해 달려나오더라고요.

홍은채: 그때 다 선배님이고, 사람도 엄청 많아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춤추는 것도 사실 부끄럽고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는 거니까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췄어요. 저희 팀이 랜덤 플레이 댄스에 약할 것 같아서 그냥 뻔뻔하게 가자고 했는데 제가 다 아는 춤인 거예요! 그날 이후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어요.

 

태어나기 전 노래도 있었잖아요. 어떻게 안무를 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홍은채: ‘다시 만난 세계 (Into The New World)’는 연습생들 ‘국룰’이라고 할 정도로 연습생 때 많이 췄던 곡이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캔디 (Candy)’는 노래도 몰랐는데 채원 언니가 앞에서 힌트를 줘서 따라 하다가 연준 선배님 보고 따라 췄어요. 채원 언니가 포인트를 짚어주면 맞다 하고 따라 한 것도 있고, 사실 앞부분은 연준 선배님 보고 다 따라 추고 사람도 많으니까 살짝 넘어가고 그랬는데, 마지막쯤엔 아는 노래가 많이 나와서 운이 좋았어요.

 

이번 연세대학교 축제 ‘아카라카’에서 음악이 갑자기 나왔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시던데 그때의 순발력이 발휘된 거군요.

홍은채: 아카라카가 학교 축제다 보니 학생분이 노래를 틀으시면 바로 나오잖아요. 그렇게 갑자기 나올 거라 예상한 덕분에 다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저희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동시에 춤을 춰야 하니까 항상 긴장하고 있거든요. 데뷔 전부터 바로 나와도 할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해서 맞췄어요. 그래서 그때도 다리는 이미 시작했는데 상체는 아직 자리 잡고 있었어요.(웃음)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연습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홍은채: 이제 ‘ANTIFRAGILE’도 너무 많이 연습을 해서 어디에서 춰도 그 바이브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어 ‘ANTIFRAGILE’에서 “난 지금 on my way”는 골반을 세게 튕겨야 되는 부분이고 “anti ti ti” 부분은 살랑살랑 느낌이라서 똑같이 골반을 쓰는 거여도 파트마다 느낌이 다 다른 거예요. 그래서 어느 구간에 힘을 줬다 풀어야 되는지를 많이 생각하면서 연습했어요.

 

‘ANTIFRAGILE’에서 은채 씨 파트가 “걸어봐 위엄 like a lion”이잖아요. 마침 다큐멘터리에서 위엄 있는 첫 등장 다음에 짜부라진 라이언 인형을 꺼내서 스포 아닌 스포를 당한 기분이었어요.(웃음)

홍은채: 그때는 ‘ANTIFRAGILE’을 전혀 몰랐는데! 집에서도 항상 그 인형을 안고 자서 당연하게 챙겼는데 캐리어에 눌려서.(웃음) 그 파트는 녹음할 때부터 귀찮은 사람처럼 무심하게 불러야 해서 어려웠는데 안무도 사자춤이라 최대한 위협적인 표정을 하려고 했어요. 표정 같은 경우는 안무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노래 분위기나 가사에 맞춰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할 때도 있고, 춤을 추다 보면 생각했던 만큼 표정이 안 나오니까 따로 노래를 틀어놓고 표정만 연습할 때도 있었어요.

 

안무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체력도 중요할 것 같은데 유튜브 채널 ‘김종국 GYM JONG KOOK’에서 운동은 힘들어서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홍은채: 사실 ‘ANTIFRAGILE’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춤이 힘들다 보니 세게 튕겨야 하는데 에너지가 안 나올 때도 있고, 살랑살랑하는 동작도 힘들어서 잘 안 될 때도 있더라고요. 저희들끼리 체력을 좀 키워야 할 것 같다는 의지가 생겨서 수업 전에 다같이 운동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ANTIFRAGILE’ 안무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그것만 해도 체력도 많이 늘었고 근육도 많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딱히 개인 운동의 필요성을 아직 못 느꼈어요.  다같이 하는 건 하기 싫어도 함께니까 하는데 혼자 헬스장에 가거나 홈 트레이닝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언니들은 제가 어려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운동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지키고 있는 거네요. ‘출장 십오야2’ 때도 줏대 있게 혼자만 맞는 방향으로 췄잖아요. (웃음)

홍은채: ‘출장 십오야2’ 촬영할 때 저만 방향이 다른 걸 봤거든요. 그래서 이건 나한테 뭐라 하겠다라고 생각해서 거울 모드라서 그렇다고 했는데 결국 제가 맞는 거더라고요.(웃음) 평소에 언니들이랑 연습할 때도 막내라서 의기소침한 편이 아니라 “여기는 안 맞는 것 같아요.”, “언니가 좀 더 이렇게 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언니들도, 안무 선생님도 “네가 똑부러지게 잘 말해서 좋다.”라고 얘기해요.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나 비하인드에서도 은채 씨를 ‘요즘 Z세대’라고 말하더라고요.

홍은채: 사실 요즘 트렌드가 뭔지 잘 몰라서 ‘내가 과연 Z세대인가?’ 생각하는데, 언니들이나 스태프분들이랑 수다 떨다 보면 역시 Z세대라 그렇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많아요. 일단 겁이 없는 것도 그렇고요.

 

겁이 없지만 위버스 라이브에서 채원 씨랑 괴담 이야기를 할 때는 엄청 무서워하던데요.(웃음)

홍은채: 저는 귀신이 제일 무서워요.(웃음) 일본에 가면 보통 쿠라 언니와 즈하 언니는 가족을 만나러 가서 방에 없거든요. 그래서 한 번 혼자 방을 썼는데 일본 가기 전에 ‘호텔에 귀신이 많다.’, ‘끝방에 귀신이 있다.’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 새로운 공간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너무 무서운 거예요. 저희가 다섯 명이라 호텔에서 방을 배정할 때 치열하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 명이 독방을 쟁취하는데 저는 혼자 있기 싫어서 가위바위보 안 해요.

 

귀신 무섭죠.(웃음)

홍은채: 세수하고 있다가 일어서면 거기에 누가 있을 것 같고 그래요. 진짜 그때만큼은 MBTI ‘N’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르니버스에서 매 게임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게임의 신’이라고 불리더라고요. 승부욕이 센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호텔 방 배치만큼은 게임을 포기하는 건가요?

홍은채: “귀신이 무서워서 혼자 안 쓸게요.” 하면서 포기했어요.(웃음) 어렸을 때는 승부욕이 너무 세서 운동에서 지면 울기도 했어요. 콘텐츠니까 재미를 위해서 시작한 건데 어느새 너무 진심으로 해서 나중에 나온 걸 보면 ‘나 왜 이렇게 진지하지?’ 이럴 때도 많더라고요. 마음속으로는 ‘숫자가 뭐가 중요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순위, 숫자를 보고 있어요. 

평소에도 승부욕이 센 편인가요?

홍은채: 자존심도 있고 승부욕이 센 편이라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 컴백하고 “다섯 명이 치우침 없이 다 잘보여서 너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위안을 받았어요. 그리고 공백기에 자체 콘텐츠가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제 매력을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이제는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조금 더 나아지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피어나’분들이 은채 씨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거네요.

홍은채: 데뷔 전에는 팬분들이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당연히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상상만 했는데 실제로 팬분들이 생기고, 점점 많아지니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한 일인 거예요. 팬 사인회를 해서 팬분들이랑 가까이 얘기하는 것도 너무 좋고, 팬분들 함성을 들으면서 무대할 때 진짜 행복해서 아무리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무대 한 번 하면 “이 맛에 그렇게 힘든 거지.” 하기도 해요. 상상보다 훨씬 더 피어나가 소중하고, 피어나 덕분에 저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다큐멘터리에서도 “팀으로서는 사실 걱정이 없는데 그 안에서 제가 튈 수 있을지, 뭔가 저라는 사람을 많이 알리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그 걱정이 가장 제일 큰 것 같아요.”라고 했잖아요. 지금은 그런 마음이 조금 편해졌을까요?

홍은채: 그때보다 훨씬 편하긴 한데 그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멤버들이 이미 너무 유명한 언니들이고, 즈하 언니도 발레라는 큰 무기를 갖고 있었는데 저만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 ‘난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고민도 많았어요. 그래도 이미 많은 노력을 하고 있잖아요. 쉽지는 않지만 이제는 ‘나는 나니까.’, ‘나는 나다.’ 이렇게 생각하려고요.

Credit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예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김성현, 가브리엘, 조윤경, 김유주, 백유빈, 문성웅 (쏘스뮤직)
사진. 이규원 / Assist. 이다정, 황현상
헤어. 하민, 오유미 (BIT&BOOT)
메이크업. 최수지, 김민지 (BIT&BOOT)
스타일리스트. 홍하리 / Assist. 조수빈 (펑크스낫데드)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 (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아리, 손나연, 신광재, 이은주, 이효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