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말할 때 습관처럼 ‘다’라는 표현을 썼다. 멤버들과 함께한 가사라 정말 ‘다’ 좋아서 하나를 고를 수 없다거나, 뉴이스트로서의 모든 활동이 정말 ‘다’ 러브(L.O.Λ.E)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할 때였다. ‘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백호의 진심이 단어 너머로 느껴졌다.
어제 늦게까지 일정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피곤하지는 않나요?
백호: 아뇨, 괜찮아요.(웃음)
얼마 전에 프리다이빙을 하는 사진을 러브들에게 보여줬어요.
백호: 최근에도 다녀왔어요. 프리다이빙을 하면 힐링하는 기분이에요. 물속은 적막하고 고요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운동과는 다르게 심박수를 낮추는 게 중요해요. 평소 제 생활과는 다른 느낌이라 재밌게 하고 있어요.
최근 다양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Nu’lo9’에서는 클래식 카로 드라이브를 했어요.
백호: 차를 돌보는 과정이 재밌어요. 한 번 다 고쳐놓으면 운전이 불편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아서, 적당히 손이 가는 것 같아요.(웃음) 또 여러 스케줄을 하다 보면 직접 운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운전을 취미처럼 즐길 수 있기도 해요. 평소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걸 좋아하는데, 한 번 해보고 다시 안 하게 되는 것들도 있잖아요. 차를 고치는 건 계속 하게 돼요.
클래식 카 드라이브를 할 때 범주 씨의 전화가 걸려와서 앨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이번 앨범 ‘Romanticize’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백호: 거의 1년 만에 내는 앨범인 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서 준비했고 곡을 정말 많이 썼어요. 수정도 많이 했고요. 어떤 곡을 써놓고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나중에 들으면 마음에 안 들기도 하더라고요.(웃음) 타이틀 곡 ‘INSIDE OUT’도 나오기 전까지 정말 많은 곡이 거쳐갔어요. 또 멤버들 각자의 솔로 곡도 들어가다 보니 모두 정말 많이 고생했고요. 그렇게 다 같이 만든 앨범이에요.
‘INSIDE OUT’의 가사가 굉장히 구체적이에요.
백호: 맞아요. 이전까지는 하고 싶은 말들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앨범만큼은 직관적으로 쓰고 싶었어요. 가사를 들으면 어떤 내용인지 바로 상상할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소재를 일상생활에서 떠올렸어요. 누구나 집을 오가다 보면 비밀번호를 자주 누르잖아요. 그래서 ‘너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누르고 들어와서’ 같은 가사를 쓰게 됐어요.
‘INSIDE OUT’의 정서가 복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나기도 하고 서정적이기도 해요.
백호: 트랙 자체는 밝은 느낌이라 처음에는 아예 밝은 가사를 써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멜로디는 또 그렇지만은 않아서 어두운 느낌으로 썼어요. 한 곡 내에서 감정선을 끌고 가려면 중간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도 나와야 하고, 저희가 하려는 말이 강조되어서 나와야 하는 순간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흐름을 짜려고 했어요. 그런 디테일을 신경 쓰는 과정이 재밌어요.
‘DRESS’를 들을 때는 ‘Shadow’나 ‘BASS’가 생각났어요. 뉴이스트의 음악에는 EDM 느낌의 신나는 곡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백호: ‘DRESS’ 같은 곡들은 앨범마다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 욕심이에요. 평소 좋아하는 장르기도 하고,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저희 뉴이스트가 표현할 수 있는 화려함을 그런 곡들로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뉴이스트의 음악에서 멤버들이 각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느낌도 들어요. 예를 들어 백호 씨가 감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이라면, JR 씨는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거나 감정을 절제하는 부분에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백호: 평소에 멤버들 목소리를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곡을 작업할 때 어느 멤버가 이 파트를 맡으면 좋을지 고려하고 쓰기도 해요. ‘아, 이 부분을 누가 하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어떤 파트를 썼는데 실제로 그 멤버와 잘 어울리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멤버들이 어떤 파트를 부르든 워낙 표현을 잘해주기도 하고요.
아론 씨의 솔로 곡인 ‘않아’에서는 백호 씨가 작사에 참여했어요. 이전에 ‘WI-FI’나 ‘GOOD LOVE’ 같은 곡에서도 함께 작업했는데, 아론 씨와의 협업은 어떤가요?
백호: 아론 형이 하는 생각들을 저한테 말해주잖아요. 그래서 작업하면서 아론 형을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이미 너무 잘 알지만.(웃음) ‘아, 아론 형이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 생각을 저는 가사로 다듬는 일을 했어요.
작업 과정에서 멤버들과 의견 교환도 자주 하겠네요.
백호: 수록 곡, 타이틀 곡을 정할 때 멤버들과 다 같이 의논해요. 또 저희는 가사도 같이 쓰니까요. 제가 가사를 쓰더라도 멤버들이 그걸 부를 때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요. 모두의 의견 하나하나가 모이지 않으면 앨범이 발매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함께 만든 앨범입니다.
백호 씨의 솔로 곡 ‘NEED IT’도 인상적이에요. ‘고통의 끝은 결국 나일 뿐’, ‘만들고 다시 부숴 세우고 무너뜨려’ 같은 가사가 변화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어요.
백호: 최대한 많은 상황에 대입되는 가사를 쓰고 싶었어요. 가사가 무거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 무언가를 만들고,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과정은 너무나 흔하잖아요. 요즘에는 그런 과정도 좋아요. 뭘 하다 잘못돼서 다시 처음부터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처음에는 물론 짜증도 나고 화도 나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재밌더라고요.(웃음)
‘NEED IT’은 보컬을 전면에 드라마틱하게 드러내는 곡이기도 해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백호: 무대에서 춤을 출 수도 있고, 안 출 수도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NEED IT’에는 코러스가 거의 없고 더블링도 안 했어요. 대신 한 곡 안에서 최대한 여러 가지 목소리를 사용하려고 했어요. 그만큼 보컬이 중요하다 보니 녹음에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멤버들과 녹음이 끝난 뒤에 새벽에 다시 녹음실로 가서 연습 겸 녹음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생각보다 녹음이 빠르게 끝난 곡들도 있지만요.
백호 씨의 보컬에 대해서는 ‘고척돔 천장을 뚫고 나온다.’,’ 열악한 공연 장비를 뚫고 나온다.’ 이런 현장 후기가 많아요.(웃음)
백호: (웃음) 그 부분은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데뷔 초부터 그렇게 됐던 건 아닌데 그래도 하루하루 활동하면서 얻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쌓인 것 같아요. 노래하거나 녹음할 때 숨소리나 끝 처리 같은 부분들을 신경 쓰기는 해요. 그리고 노래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내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소절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노래를 끝낼지 항상 신경 쓰는 편이에요.
‘2021 NEW YEAR’S EVE LIVE’에서 공연할 때는 몇몇 곡에서 백호 씨만 핸드 마이크를 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백호: 사실 어느 마이크를 쓰든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핸드 마이크를 선호해요. 마이크와의 거리를 제가 직접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춤을 출 때 헤드 마이크가 시야를 가리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대신 핸드 마이크를 쓰게 되면 어느 때에 어느 손으로 마이크를 잡을지 미리 계산하고 쓰고 있어요.
마이크를 잡고도 능숙하게 춤추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최근에는 뮤지컬 ‘태양의 노래’에 캐스팅되기도 했는데, 백호 씨가 또 다른 무대에 설 모습이 기대되네요.
백호: 아예 모르던 분야를 새롭게 연습하니까 연습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웃음) 이전에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에 겁이 조금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일단해보자.’ 싶더라고요. 아직까지는 걱정도 있고 약간 부담도 되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한 곡 내에서만 감정을 전달하는데, 지금은 훨씬 더 긴 호흡으로 노래나 장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해야 하다 보니 그런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작사와 작곡을 하고,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는 편이고, 또 뮤지컬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한정된 시간 내에서 여러 가지를 병행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해요.
백호: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어요. 활동을 하면서 점점 그렇게 변했어요. 몸은 당연히 지치죠. 안 지친다면 그건 거짓말이에요.(웃음) 그런데 일단 음악 작업이 정말 재밌어요. 저희가 만든 음악을 러브들이 어떻게 들었는지 보면서 교감하는 과정이 늘 기분 좋아요. 그리고 활동할수록 ‘이렇게 살면 더 좋겠다.’ 싶은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저희에게 기대를 걸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그래서 다른 시도를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 9월 ‘ON-CLIP
백호: 비대면 공연이 처음이라 걱정도 있었어요. 무대가 어떻게 꾸며질지 감이 잘 안 오더라고요.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장소는 뮤직비디오 촬영장 같은 분위기인데 그곳에서 제가 라이브를 하고 있고, 또 제가 제 공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웃음) 그래도 이젠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연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러브들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2018년과 2019년에는 깜짝 생일 버스킹을 했고, 작년 생일에는 러브들이 만들어준 전광판이 보이는 방을 예약해서 브이라이브를 진행했어요.
백호: 러브들을 만나는 건 정말 행복한 순간이잖아요. 여러 사람이 같은 감정으로 웃는다는 건 정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그런 이벤트들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전광판은 직접 보고 싶었어요. 전광판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게 저도 신기하거든요.(웃음) 또 러브들이 정말 많은 축하를 해주시니까 그냥 정말 다 같이 즐기고 싶었어요.
그렇게 러브들을 챙기는 모습 때문에 ‘강다정’이라는 별명이 생긴 걸까요?(웃음)
백호: (매우 쑥스러워 하면서) 러브들이 별명을 정말 잘 지어주세요. 너무 잘 지어주셔서 제가 듣고 고개를 못 들 정도의 별명도 있고요.(웃음) 쑥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섬세한 면모가 엿보여요. ‘ON-CLIP
백호: 제가 원래 눈물이 많아요. 저희 러브들도 눈물이 많고요.(웃음) 그건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이었어요. 슬픈 것도 아니고, 어디가 아프거나 괴로운 것도 아닌데,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해서 나는 눈물이었어요.
활동 10년 차가 되는 만큼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깊을 것 같아요. 민현 씨 집에서 신발장에 장난을 쳤다는 에피소드를 보니까 정말 ‘찐친’ 같더라고요.(웃음)
백호: 멤버들이랑 같이 활동하는 게 재밌고 행복하죠. 고맙기도 하고요.(웃음) 민현이랑 얼마 전에 족발을 먹으러 갔을 때 데뷔 초 무대를 같이 봤어요. 저희의 예전 무대에 달린 댓글들을 모은 콘텐츠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영상을 함께 보면서 많이 웃었어요.(웃음) 러브들이 댓글을 진짜 재밌게 다셨더라고요.
평소 백호 씨도 위버스에서 러브들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면서 재밌게 소통하는 편이에요.
백호: 모두 즐겁게 같이 노는 기분이에요. 제가 댓글을 달면 러브들이 더 웃기게 대답해요.(웃음) 러브들이 남기는 질문 중에 재밌는 내용들도 많고요. 저도 그 글들을 보면서 웃었으니까, 러브들도 제 글을 보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까 “저희 러브들도 눈물이 많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러브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백호: 러브들은 표현을 정말 많이 해줘요. 어떤 느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아는 거죠. 보여요. 그리고 러브들은 말을 한마디 하더라도, 예를 들면 좋아한다는 말도 각자 다르게 표현을 해주세요. 저도 보면서 배워요. ‘아, 이런 말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ON-CLIP
백호: 지금까지 작업한 모든 곡들이 러브들의 영향을 받았어요. 점점 더 많이 반영되고 있고요. 이번 앨범이 러브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 앨범에는 더 많이 반영될 거예요. 앨범은 정말 말 그대로 러브들이 있어서 만들 수 있는 거니까요.
이번 앨범 제목이 ‘Romanticize’인데, 백호 씨에게 낭만이란 무엇인가요?
백호: 일상 속에서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고, 못 찾는다면 못 찾는 그런 것이 낭만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에는 열 곡이 들어가요. 듣는 분들에게 열 가지 낭만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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