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자 빌보드 ‘핫 100’ 차트 상위권에서 조용하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이 하나 있었다. 더 키드 라로이의 ‘Without You’가 28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더 키드 라로이는 피처링이 아닌, 자신의 곡으로 역대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급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참여한 리믹스 버전이다. 리믹스 버전의 티저는 마일리 사이러스의 틱톡에서, 뮤직비디오는 그녀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했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구독자는 1,500만 명 이상으로 더 키드 라로이의 10배 정도 된다. 그다음으로 마일리 사이러스는 인기 TV쇼 ‘SNL’의 음악 게스트로 출연했고, 무대 중 하나는 더 키드 라로이와 함께 ‘Without You’를 불렀다. 그날 ‘SNL'은 일론 머스크가 호스트로 출연하면서 미국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고, 그만큼 시청률도 높았다. 덕분에 스트리밍은 54%, 음원 판매가 254% 증가하고, 라디오 성적도 10위 이내로 진입했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지원 이전에도 ‘Without You’는 다소 특이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호주 원주민 혈통의 10대 래퍼가, 호주에서 투어 중이던 주스 월드의 멘토링을 받고, 몇 가지 피처링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지만, ‘Without You’는 그 모든 것과 별 관계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Without You’는 작년 11월 6일 더 키드 라로이의 믹스테이프 수록곡으로 처음 공개된 이후, 스포티파이에서 새롭고 젊은 취향을 노리는 거의 모든 재생 목록에 등장했다. 팝 계열의 ‘Pop Rising’, 얼터너티브의 ‘Alt NOW’, 장르에 무관한 ‘Lorem’은 물론이다. 랩 계열에서 가장 중요한 ‘RapCaviar’에도 들어갔다. 24k골든과 이안 디올의 ‘Mood’가 랩/록의 경계에서 벗어나며 급격히 큰 인기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더 키드 라로이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마치 늘 그곳에 있던 배경처럼, 모든 취향에 스며들었다. 덕분에 ‘Without You’는 6개월 이상 장수하며, 현재도 온갖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고, ‘핫 100’에서 살아남아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불을 붙인 것뿐이다.

더 키드 라로이는 올해 데뷔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올해 17세의 더 키드 라로이가 또 하나의 10대 팝스타가 될 것인가에 쏠린다. 더 키드 라로이는 한창 자신에 대한 관심이 자라나던, 공연과 함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할 시기를 팬데믹으로 보냈다. 많은 대중은 더 키드 라로이라는 이름보다 그의 노래에 더 익숙하다. 빌리 아일리시는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싱글과 EP를 통하여 자신 만의 카탈로그를 쌓아 올리고, 이제 터질 수밖에 없는 시기를 맞았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디즈니 출신의 유명세와 소셜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당대에 어울리는 히트를 만들었다. 올해 연말 즈음, 더 키드 라로이가 지금보다 유명하다면, 팬데믹 시기에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장 은밀한 지지를 받았던 아티스트가 어떻게 다음 단계에 올라섰는지 알게 될 것이다.
TRIVIA

SNL
1975년 시작된 NBC의 대표 버라이어티 쇼. 현재 46번째 시즌이 진행 중이다. 고정 출연자(캐스트)와 작가진이 있지만, 매주 유명 인사가 호스트로 등장하고, 호스트를 중심으로 짧은 스케치 코미디를 선보인다. 일론 머스크가 호스트로 출연한 것은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미국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시청자가 증가한 이유다. 또한 매주 음악 게스트가 등장하여 2~3곡을 공연한다. 호스트와 음악 게스트는 보통 특별한 연관이 없다.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