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드립2’(TEO 테오 유튜브)
이희원: “문화, 예술, 철학, 뒷담화와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까지. 입 털고 싶은 분들은 모두 모이세요!” 매회 반복되는 장도연의 오프닝 멘트처럼, ‘살롱드립2’는 장도연과 게스트가 여러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토크 쇼 프로그램이다. 시즌 1에서 의상부터 세트까지 ‘귀족들의 티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격조 있는 대화를 진행했다면, 시즌 2에서는 상암동 사무실 한쪽을 배경 삼아 보다 편안한 분위기로 변화를 준다. “사석에서 만난 것 같았다.”는 구교환의 말, “되게 진행 편안하게 한다. 정말 카페에서 수다 떠는 느낌.”이라는 홍진경의 말처럼 자연스러운 촬영장 분위기에 장도연의 대화 기술이 더해져 게스트들은 마음속에 있던 다양한 이야기를 신나게 털어놓게 된다. ‘살롱드립'에서 어떤 사람과도 조화를 잘 이루며, 함께하는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MC 장도연의 매력이 가장 빛을 발한다.
“원래는 남들을 깎아내리면서 웃기는 게 쉽잖아, 넌 그런 걸 안 하더라고.” 기안84가 말했듯,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개그”를 하는 것이 목표라는 장도연은 장난으로라도 출연자를 깎아내려 웃음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대충 산다는 프레임”이 있는 기안84가 배달 음식을 냉동시켰다가 몇 번이고 다른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다는 말에 “그래도 시도를 많이 한다. 뭘 낭비하는 걸 싫어하네.”라며 남들이 몰라줬던 좋은 점을 알아봐주었듯 말이다. 본인이 왜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다는 홍진경의 말에는 “너무 웃기잖아요!”라고 외치며 홍진경이 웃음을 주었던 많은 에피소드를 줄줄이 읊기도 한다. 모든 게스트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애정 어린 시선은 ‘살롱드립'을 보는 시청자들 또한 게스트를 애정하도록 만든다. 토크 쇼의 주도권이 TV에서 유튜브로 옮겨왔다 해도 좋은 시대에, 장도연이 그의 ‘살롱’을 윤택하게 만드는 대화의 기술이다.
수민(SUMIN), Slom ‘MINISERIES2’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지난 5월, 수민을 인터뷰하며 최근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느냐고 묻자, 그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보사노바를 다시 듣고 있노라 설명했다. 그때 나는 지난해 슬롬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빔을 가장 사랑하는 가수로 언급한 대목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2021년 두 음악가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 ‘MINISERIES’의 후속작과 방향을 미리 짚어볼 수 있었다. 첫 앨범이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들이 만나 일으킨 화학작용이었다면, ‘MINISERIES2’는 서로를 파악하며 조화로운 팀으로 거듭난 수민과 슬롬의 정교하고 섬세한 팀플레이가 빛나는 작품이다. 작곡과 편곡을 전담한 슬롬이 미니멀한 소리와 독특한 리듬을 실험하는 가운데, 작사와 가창을 담당하는 수민은 개성 강한 솔로 경력으로부터 보편의 영역에 한걸음 다가서며 폭넓은 음역으로 일상의 감정을 전달한다. 그 결과는 한국 가요사의 선명한 계승으로 완성된다. 최성원, 장기호, 박성식, 김종진, 김현철의 1980년대 말을 연상케 하는 ‘보통의 이별’과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꺼내 듣고 싶게 하는 ‘진짜 안녕’, 캐스커와 클래지콰이의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왜, 왜, 왜’와 ‘개인사’가 저항 없이 삶의 일부로 파고든다. 독특한 스윙 비트의 R&B 곡 ‘째깍째깍’, 보사노바와 UK 개러지를 결합한 ‘신호등’을 통해 노련한 새 시도를 선보이며 동시대를 선도하는 부분 또한 소홀하지 않다.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쉽게 만들어진 앨범이 아니다. 이런 음악을 좋은 가요 혹은 좋은 팝이라 부른다. 자연스러운 덜어내기와 효과적인 함께하기의 미학이 공존하는 이 훌륭한 미니시리즈의 정규 편성을 강력히 요구한다.
- 3년만의 컴백, ‘그르륵 칵칵 TTT’2024.08.09
- 퀸가비의 우당탕탕 한국 정착기2024.08.02
- ‘더 베어’가 주는 위로의 앙금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