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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연, 김복숭(작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넷플릭스

‘시몬 바일스, 더 높이 뛰어올라’ (넷플릭스)
예시연: 넷플릭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몬 바일스, 더 높이 뛰어올라’는 기계체조의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로 일컫는 시몬 바일스가 도쿄 올림픽 도중 ‘트위스티(Twisties, 선수가 공중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 자신의 동작을 제어하지 못하는 현상)’로 인해 겪었던 정신적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중요한 순간에 기권을 선언한 시몬 바일스는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좌절했지만,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곧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도쿄에서 돌아온 그는 3개월 동안 트램펄린에서의 기초적인 플립 동작을 반복하며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고, 매주 심리 상담과 가족과 주변 동료와 건강한 시간을 보내며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 전념했다. 그의 기권은 스포츠 선수의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담론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기계체조 올림픽 챔피언 출신인 도미니크 도스, 베티 오키노 등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1980~1990년대 체조계에서 선수들에게 가해진 압박감을 비판하고, 시몬 바일스의 용기를 높게 산다. “올림픽 선수나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해야지.”라는 압박감 아래 부상에도 “조국을 위한 일”이기에 경기를 강행했다면, 시몬 바일스를 기점으로 선수의 심신 건강을 최전선에 두도록 변화했음을 짚는다. 

시몬 바일스는 ‘트위스티’ 증상 때문에 주눅 든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도쿄 올림픽 때 짐을 보관해둔 옷장 앞에서 울기도 했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는 문신으로 새긴 마야 안젤루의 시 ‘그래도 나는 일어난다(And Still I Rise)’처럼 트라우마와 실패로 인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섰다. 시몬 바일스의 여정은 삶에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시청자와 공유한다. 다큐멘터리 말미에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더 높이 뛰어오를 것을 예고했고, 실제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세계 무대에 복귀하기 위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싸워온 노력이 정말 자랑스러워요.”라고 답했다. 시몬 바일스의 그 이후 여정을 담은 파트 2는 올해 가을 공개 예정이다.

‘철도원 삼대’ -황석영
김복숭(작가):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이 적고, 최소한의 줄거리와 제한된 배경이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도 그러한 시나리오–좁은 공장 굴뚝 위에서 지붕의 좁은 길목을 점거한 채 1인 시위를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노인이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절대 잊지 못할 친구들과 가족들의 이름을 병에 써서 걸어두기 시작하자, 그 영혼들은 마치 우리의 기억인 듯 찾아와 곁을 지킨다.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친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펼쳐진다. 이 소설을 단순한 역사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아쉽다. 이 책은 물론 20세기 초반 한국의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어떤 부분은 실제 역사 사료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출처와 함께 포함하지만, 무엇보다도 허구의 한 가정의 몇 세대를 관통하는 투쟁의 서사에 크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넷플릭스 시리즈의 네 시즌 분량으로도 충분히 펼쳐 나갈 수 있을 만한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한 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트라우마는 형태는 다를지 모르나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중요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작가 황석영은 이 소설을 통해글의 진정한 힘을 증명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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