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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랜디 서, 김복숭
디자인MHTL
사진 출처MMTG 문명특급 YouTube

‘재쓰비’의 유쾌한 데뷔 도전기
박수민: ‘문명특급’의 특별 기획 프로젝트 ‘위대한 재쓰비’는 재재, 승헌쓰, 가비가 ‘재쓰비’라는 하나의 팀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다룬다. ‘혼성그룹 데뷔합니다 300만 원으로’라는 예고편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제작 예산 300만 원은 본인들도 헛웃음이 날 정도로 적은 금액이고, 그 예산 안에서 음원 제작부터 뮤직비디오 촬영 등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들은 본인들이 좋아서 어떻게든 데뷔를 향해 나아간다. 댄서로서 수많은 무대 경험이 있는 가비도 무대에 주인공으로 서본 경험이 전무하여, ‘자신감’을 채우고자 야구 응원단에서 센터로 서보며 무대 매너를 배우고, 승헌쓰는 타고난 끼와 가창력을 떨지 않고 잘 보여주기 위해 정신적 지주였던 옛 선생님과의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소심함’을 극복해간다. 그 와중에 재재는 팀의 리더인 동시에 ‘문명특급’의 PD로서 멤버들이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을 제공하고 현직 아이돌인 청하, 소녀시대 태연을 섭외하여 트레이닝을 통해 조언을 구하는 등 마치 제작자처럼 팀을 이끌어간다. 이처럼 개인의 약점을 극복하는 성장 과정과 동시에 개성이 뚜렷한 그들이 어떻게든 한 팀으로 조화를 맞춰가며 나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내는 것은 그 자체로 ‘재쓰비’의 서사가 된다. 

‘재쓰비’의 첫 미션은 괴산 고추축제와 추풍령 가요제 무대에 서는 것. 지역 축제의 출연료로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우리 즐겁자고 하는 거니까~.”라는 재재의 말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한 번만 더하자. 한 번만.”이라는 가비의 말처럼 연습을 거듭한 만큼 그들의 무대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물론 잘해내겠지만, 완벽한 무대가 아닐지라도 괜찮을 거다. ‘어떻게든 해낸다.’는 일명 ‘퀸의 마인드’에서 오는 열정으로 모두가 진심을 다해 준비했던 그 과정을 알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 12시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니, 그들이 진심으로 나아가는 이 데뷔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따라가 보자.

Beabadoobee - ‘This Is How Tomorrow Moves’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
8월 중에는 영국 젠지(Gen Z)들의 여신이자 밀레니얼에게는 ‘추억열차’를 태워주는 젊은 싱어송라이터, 비바두비(beabadoobee)의 새 앨범 ‘This Is How Tomorrow Moves’가 발매됐다. 10대 시절부터도 틱톡 등의 SNS에선 이미 스타였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THE ERAS)’ 투어의 오프닝을 맡아 전 세계 대도시들을 다닌 경험 이후로는 좀 더 대형 가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꾸준히 함께 곡 작업을 해온 제이콥 버그덴에 더해 전설적인 프로듀서 릭 루빈이 가세해 보다 안정감 있는 록 앨범으로 완성되었다. 언제나처럼 전곡은 비바두비가 썼다.
그의 목소리에서 제일 먼저 들리는 특징은 자연스럽고 앳되다는 점이다. 사적인 가사와 어우러져 특유의 소녀성을 피력한다. 이제 그는 20대 중반이 되었고 전작에 비해 가사관도 더 성숙해졌지만, 내게는 여전히 소녀 같다. ‘1인칭의 소녀’라는 점이 중요하다. 팝 산업계는 언제든 ‘소녀’를 대상화하고 싶어 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하며 그 도구로 2000년대 그런지 영향의 팝 록을 집어드는 아티스트는 거추장스러운 대상화의 눈길이 닿기 전에 다른 소녀, 동시대의 소녀 혹은 자신의 소녀 시절을 기억하며 그 연속 위에 있는 밀레니얼 여성들에게 먼저 어필한다.
탁월한 멜로디 감각 덕에 어느 트랙을 들어도 걸리는 것이 없다. 선물하기에 특히 좋은 음반이다.

‘죽은 자의 결혼식’ -제이미 린 헨드릭스
김복숭(작가): 트레버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기쁘게도 이제 죽었지만. 아, 스포일러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소설 ‘죽은 자의 결혼식’에서 작가 제이미 린 헨드릭스는 첫 장에서 이 모든 걸 알려주고 시작하기 때문이다.(정확히 말하자면 작가가 아니라 트레버의 살인자가 이 사실을 알려주지만, 시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하도록 하자.) 트레버는 자기 결혼식에서 죽는다. 신부 피오나의 다섯 절친에게는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세상을 떠난 신랑은 숨은 의도를 가지고 결혼해 피오나 가족의 일원이 되고자 했고, 다섯 친구를 협박해왔다. 트레버는 안전 가드로 일하면서 얻은 첩보 요원 비스름한 기술을 활용해 그들의 약점을 알아내, 피오나 앞에서 자기 자신이 실제로는 끔찍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해왔던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책은 다섯 친구의 시점을 하나씩 따라가며, 반전에 반전, 회상에 수수께끼 같은 폭로로 하나하나 이야기의 조각을 채워 나간다. 시점의 변환에 따라 이야기 속에서는 비록 트레버가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한 인간이긴 했지만, 다섯 친구 엠마, 앨리, 이선, 더치, 비제이 또한 그다지 좋은 인간들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돌아보면 그들이 그렇게 쉽게 협박당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미 단서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마지막 반전이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결말보다는 여정에 있다. 등장인물들은 좋은 인간은 아닐지언정 분명 읽는 재미를 준다. 결말도 대단히 놀랍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반전 하나하나는 악마처럼 짜릿했다.
솔직히 밝히자면 내가 추측했던 범인이 틀렸던 것이 조금 억울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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