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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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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스 매거진’이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다각도로 짚는 비정기 특집 기획 시리즈 ‘THE INDUSTRY’를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순서는 지금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유튜브 예능에 대한 이야기다.

“주위에서도 ‘야! 너는 왜 개인 채널 안 해?’ 그리고 아는 PD들이 “나랑 같이 해보자.’, ‘형, 나랑 해봐요.’라고도 하지만… 그들도 날 갖고 할 콘텐츠가 마땅한 것도 없고, 남들 다 하는 건 솔직히 할 수가 없잖아.” 

지난 5월 양세찬이 유튜브 채널 ‘쑥쑥 SsookSsook(이하 ‘쑥쑥’)’에 올린 첫 영상에서 등장하는 고민이다. ‘쑥쑥’은 한동안 ‘회의중’이라는 제목으로 열세 번에 걸쳐 양세찬과 제작진이 나눈 ‘유튜브 개설 회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고민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남들과 다른 걸 하고 싶은데, 어지간한 콘텐츠는 이미 다 있고, 하지 않는 기획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심지어 유튜브는 한 번 시작하면 쉽게 중단하기 어렵다.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란 건 장점인 동시에 그만큼의 고충이 있다. 양세찬과 제작진이 나눈 대화는 요즘 연예인들의 ‘흔한’ 고민일 것이다. ‘유튜브 하긴 해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하지?’

유튜브가 현재 미디어 산업에 가진 영향력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일 정도다. 이미 인기 연예인들은 유튜브에서 TV가 하던 일들을 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전면에 내세운 김종국의 채널 ‘김종국 GYM JONG KOOK(이하 ‘짐종국’)’은 K-팝 아이돌과 배우를 비롯해 여러 연예인이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역할까지 행한다. ‘핑계고’로 잘 알려진 채널 ‘뜬뜬 DdeunDdeun(이하 ‘뜬뜬’)’의 경우 다수의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할 뿐 아니라 각종 식음료 프랜차이즈, 유명 전자기기와 차량 같은 폭넓은 유료 광고가 들어온다. ‘쑥쑥’과 ‘뜬뜬’을 담당하는 안테나플러스 김송화 작가의 말처럼, 미디어와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직업을 지닌 연예인에게 유튜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유튜브 안 봐요.’ 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자기 PR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걸 안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6년 전 배우 신세경이 개인 채널을 개설했을 때 ‘골목 상권에 침투한 대기업’이라는 농담이 등장할 만큼 이례적이었다면, 이제 그 누가 유튜브를 개설해도 놀라진 않는다. 지금, 유튜브에서는 고현정의 일상을 보거나 최화정성시경의 주방을 구경하고, 김종국한혜진이 직접 알려주는 운동 루틴을 따라할 수 있다. 유튜브가 스타를 만들고, 스타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통신사 할인도 조금씩 더 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연애를 하면 일단 친해져야 되잖아요. 그런 걸 어떻게 하지? 너무 까마득하고…

배우 이제훈과 이동욱이 각각 ‘핑계고’에 출연해 나눈 이 대화들은 나온 직후 공감을 불러오며 화제가 됐다. 이제훈이 ‘통신사 할인’이라는 단어를 꺼내거나, 이동욱이 ‘연애’를 보편적 인간사로서 말하는 그 순간. 요즘 유튜브 ‘토크’의 핵심이다. “편집할 때도 ‘사담이라 생각되는 건 무조건 붙이자.’는 기준이 있어요.” ‘채널십오야’의 연출을 맡은 에그이즈커밍 김예슬 PD는 나영석 PD가 일종의 진행을 맡는 ‘나영석의 나불나불(이하 ‘나불나불’)’ 같은 코너의 편집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나불나불’은 출연자가 좋아하는 맛집의 음식을 포장해 와서 자랑하는 상기된 말투, 식사를 할 때 묻어나는 습관이나 배려, ‘저런 사람도 저런 걸 고민하는구나.’ 싶은 대화 자체가 콘텐츠로 담긴다. “저희도 배달 앱에서 뭐 시켜 먹는지 묻잖아요. 사소한 건데 그런 게 궁금할 때가 있거든요. ‘저 사람은 뭐 먹고 살까?’ 그런 거죠.” 김예슬 PD의 표현처럼, 연예인을 ‘저 사람’으로 가깝게 느낄 때, 그래서 어떤 인물의 진심을 느끼는 순간. 지금 유튜브에서는 그런 순간이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가 사적으로 변했다고 느껴요.” 김예슬 PD는 작년 6월 이후, 나영석 PD가 ‘채널십오야’에서 유튜버처럼 라이브를 하거나, 제작진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채널 속으로 끌어들인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짐종국’의 촬영과 편집,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김영대 PD는 종종 등장하는 ‘짐종국’식 오프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희 영상을 보시면 헬스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어찌 보면 그날 촬영에 대한 진짜 사전 회의 같은 느낌인 거죠. 일종의 리얼리티 쇼라고 보시는 게 맞을 거예요.” 실제로 이 오프닝은 ‘짐종국’에 관한 모든 걸 김종국 본인과 김영대 PD가 ‘진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비슷하게 오랜 시간 유튜브 채널 ‘걍밍경’을 운영한 강민경은 종종 스스로 촬영하거나 편집하는 과정 자체를 걷어내지 않고, 브이로그 안에 녹여낸다. 나영석 PD는 아예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있는 그대로의 대화와 상황을 편집 없이 송출하는 중이다. 그러다 농담처럼 이야기한 ‘고척돔 팬미팅’이 진행되는 것처럼 그의 어떤 발언들은 현실의 이벤트가 된다. 유튜브의 구독자들은 그렇게 영상과 영상, 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일관된 맥락을 파악하며 한 채널의 영상들을 계속 시청한다. “내가 수상하면 우리 집 너 줄게.” 나영석 PD가 ‘백상예술대상’ 수상 전 ‘남발’한 이 공약(혹은 말실수)은 ‘채널십오야’ 속의 밈이 됐다. 이 공약을 들은 당사자인 김예슬 PD는 이후 다른 영상에서 나영석 PD에게 “집 없으시잖아요.”라는 농담을 건네고, 유튜브의 시청자는 짧게 지나간 이 대화를 댓글로 짚어낼 수 있다. 유튜브의 연예인들은 모두가 사실상 아주 ‘사적인’ 각자의 리얼리티 쇼를 방영 중이다.

“진짜 이렇게 찍어요?” ‘짐종국’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짐종국’은 대다수의 영상을 김영대 PD가 홀로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마이크도 착용하지 않고 촬영하기 때문이다. “종국이 형의 경험담으로 녹인 시스템이에요. 카메라가 세팅되고 마이크를 딱 차는 순간 본인은 일처럼 접근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유튜브에 필요한 ‘편안하고 재밌는 대화’를 만드는 첫 단추다. 방송에 필요한 직업인의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환경. “일부러 종국이 형이 저를 편하게 대하면서 게스트분들이 ‘여기는 이렇게 편하게 해도 되는 곳이구나.’ 느끼게 만들려고도 했어요.” 김영대 PD와 김종국이 조성한 분위기에서, 출연자는 신뢰감을 받아 “편하고 자연스럽게, 본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간다. ‘핑계고’ 또한 촬영의 상당수를 안테나플러스 사무실에서 진행한다. ‘뜬뜬’과 ‘쑥쑥’의 연출을 맡은 안테나플러스 조은진 PD가 “오시는 분들도 이제 익숙한 공간”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핑계고’에 여러 번 출연한 연예인들은 사무실에 자연스레 입장하며 마이크를 착용하고, 알아서 대화를 시작한다. ‘핑계고’ 영상을 통해 비치는 제작진의 인원 또한 기존 방송국의 촬영과 비교한다면 매우 적은 숫자다. 대신 출연자들은 낯선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긴장감을 갖고 말하는 부담을 현저히 내려놓을 수 있다. “핑계고는 영상의 비주얼보다는 오디오로 많이 듣는다고 생각한다.”는 김송화 작가의 말처럼, 대화가 중요한 요즘 토크의 경향성을 고려할 때, 간소화된 제작 환경은 콘텐츠의 퀄리티를 위한 전략에 가깝다.

“다 버려라.” 침착맨이 나영석 PD에게 전한 이 ‘가르침’은 유튜브를 유튜브의 방식으로 하는 핵심이다. 실제로 작년 6월 이후 ‘채널십오야’는 “우리가 알아서 가내수공업, DIY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에그이즈커밍 내부의 인력을 활용한다고 김예슬 PD는 전했다.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제작비의 절감도 있을 거고요.” 조은진 PD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유튜브를 운영할 때의 장점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 방송국의 시스템에서는 촬영을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제작의 단계마다 의사결정이 수반된다. 그런데 ‘핑계고’에서는 조은진 PD의 설명처럼 촬영이 진행될 수 있다. “‘핑계고’ 초반에 유재석 씨가 며칠 전에 ‘누가 시간 된대.’ 하면, ‘그때 찍을까요?’ 이런 시스템이 가능했어요.” 소수의 인원으로 촬영하고, 그들끼리 빠른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빠른 유행의 변화와 구독자의 반응에 감도 높게 대응해야 하는 유튜브의 특성에도 적합한 시스템이다. “(유튜브는) 꾸준함이 필요한 건데 그러려면 제작하는 사람들이 편한 환경이 더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김영대 PD는 김종국과 “1인 유튜브 체제”를 선택하게 된 맥락을 설명하며 덧붙였다. “사실 꽤 유명한 유튜버분들도 카메라 한 대로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유가 있다고 봐요.”

“그 잠깐 공원에서 한 시간만 떠들고 가.” 조은진 PD가 말한 첫 게스트 지석진의 섭외 과정은 연예인이 유튜브 채널에서 만드는 콘텐츠가 어떤 지점에서 레거시 미디어의 예능 콘텐츠와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핑계고’ 초반 게스트는 유재석과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 지석진, 송은이, 조세호, 남창희, 이광수였다. ‘짐종국’ 또한 송지효가 첫 게스트로 등장했다. 성시경의 채널에 신동엽이, 강민경의 채널에 이해리가 등장하는 건 별다른 설명조차 필요치 않다. 이런 실제의 친분을 전제로 한 출연은 꽤나 ‘유튜브’적인 문법이다. 보편적으로 개인 유튜버도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거나 말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등장하는 지인과 가족이 생긴다. 그러다 때로 친분이 생긴 유튜버와 일종의 합동 방송도 한다. 마찬가지로 ‘채널십오야’에는 나영석 PD라는 인물 특성상 그의 선후배, 동료 제작진부터 그가 연출한 방송의 연예인들이 동시에 나오고, 누구나 그 출연의 맥락을 납득할 수 있다. 이미 익숙한 유튜브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 알려진 인물들이 실제의 관계를 유튜버처럼 끌어들이다 보면, 연예인과 유튜버의 접점에서 새로운 장면도 등장한다. 예컨대 ‘짐종국’ 초창기 유재석과 지석진이 게스트로 등장한 ‘추석이니까 재석..(진)’에 대해 김영대 PD는 “연예인들이 모였을 때의 브이로그”라고 설명한다. 널리 알려진 유명인 세 사람이 등장해서 계속 떠드는 영상이지만, 이를 토크쇼 혹은 예능 프로그램이라 명명하긴 어렵다. 그런데 엄청난 화제가 된다. “그래야 사람들이 볼 이유가 있으니까요.” 김영대 PD는 ‘짐종국’의 방향성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스튜디오 형태의 토크쇼를 하지 않았던 것도 ‘최대한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걸 보여주자.’가 첫 번째 목표였거든요.” 이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유튜브를 할 때,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짐종국’처럼 토크쇼는 아닌데, 토크쇼처럼 게스트가 먼저 찾아오는 미디어가 되기도 한다.

“되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고, 더 세세하게 반응하시더라고요. 이 부분 재밌다며 좌표를 찍어주시고요.” 김예슬 PD는 ‘채널십오야’의 구독자 ‘구독이’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에 대해 설명했다. ‘구독’ 버튼을 누르는 것에서 시작해, 유튜브의 구독자들은 라이브 방송에서 소통을 하거나,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남기고, 타임 스탬프로 재밌는 부분을 짚는다. 또 누군가는 그 장면을 쇼츠로 만들거나, 그걸 다시 유튜브 바깥으로 공유한다. “채널을 아껴주시는 구독자분들이 저희가 새로운 걸 하거나, 예고편이 올라갈 때 그걸 널리 퍼뜨려주세요.” 조은진 PD가 전하듯,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아도 구독자를 통해 자연스러운 채널 홍보가 이뤄질 때도 있다. 정해진 시간에 송출되는 TV 방송의 시청자와 달리, 채널과 업로드된 영상을 구심점 삼아 모이는 구독자들은 보다 집중적인 반응을 드러낸다. “‘핑계고’에서 ‘계원 여러분들’이라고 많이 하잖아요. 거기에 소속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아요.” 김송화 작가는 ‘핑계고’의 ‘계원증’ 굿즈에 대한 반응을 전했다. “구독은 진짜 응원을 보내주는 느낌이죠.” 조은진 PD의 설명처럼, 유튜브에서의 구독은 좋아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편의적인 기능이지만, 사실상 관심과 지지를 표현하는 수단의 역할을 한 지 오래다. 그래서 구독자들은 온라인의 반응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채널의 굿즈를 구매하거나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예컨대 ‘채널십오야’에서 진행한 나영석 PD ‘생일 카페’에는 ‘구독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처럼 지금의 유튜브는 어떤 대상에 대한 반응을 집약적으로 모으고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김종국을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의 반응에 대해 김영대 PD가 전한 설명은, 이런 유튜브 시대로의 전환이 연예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전에는 ‘팬입니다.’였다면, 요즘은 ‘구독자입니다.’ 하시더라고요.”

“방송이 ‘수학의 정석 기본편’이라면, 유튜브는 ‘심화편’인 느낌이죠.” 김예슬 PD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과 유튜브로 풀버전이 공개된 ‘지락이의 뛰뛰빵빵’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락이의 뛰뛰빵빵’은 ‘뿅뿅 지구오락실’과 동일한 출연자가 여행을 가서 먹고 자며 논다는 전제는 비슷하지만, 그 결과물은 매우 ‘유튜브스럽다’. 정확히 말하면 유튜브라는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예능이다. ‘지락이의 뛰뛰빵빵’의 티저 영상이 나오기 약 3개월 전,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네 명의 출연진은 ‘채널십오야’의 ‘와글와글’ 코너에 출연했다. 네 멤버들끼리 여행을 간다는 것과 일부 출연진이 진짜로 면허 발급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등장하면서, ‘와글와글’은 사실상 ‘지락이의 뛰뛰빵빵’에 대한 기획 회의인 동시에 프롤로그가 됐다. 다만 ‘채널십오야’의 구독자가 약 650만 명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프롤로그인 셈이다. 실제로 그 3개월의 시간 동안 이들이 ‘면허를 진짜로 땄을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 자체는 ‘지락이의 뛰뛰빵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지락이의 뛰뛰빵빵’, ‘본편’에 해당하는 영상 속에서 출연자들이 놀면서 찍은 쇼츠 영상은 ‘채널십오야’를 통해 업로드됐다. 본편과 쇼츠는 서로가 서로의 예고편이자 비하인드 영상의 역할을 행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리얼함과 화제성을 자체적으로 더해 나간다. 그리고 본편은 약 1시간에서 2시간에 달하는 긴 분량이 회차마다 다르게 구성된다.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해외의 여러 장소를 계속 이동하고, 새로운 먹거리와 수많은 게임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지락이의 뛰뛰빵빵’은 이런 순간들이 훨씬 느슨하게 배치되는 대신, 네 멤버들이 실제 상황에서 하는 대화와 친밀함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김예슬 PD의 설명에 따르면, “최대한 거치 카메라를 설치하고 제작진은 빠져 있을 수 있도록 촬영”한 의도와 ‘구독자’라는 “타기팅이 명확한 유튜브”만의 시청자가 있어 가능한 결과다. 유튜브에서 나온 예능의 스타일과 ‘구독자’라는 수용자가 결합하자 기존 TV 예능과 같은 포맷이면서도 다른 무언가가 나왔다. ‘지락이의 뛰뛰빵빵’은 레거시 미디어에 있던 제작진이 유튜브의 문법을 흡수했을 때, 무엇이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일 것이다. 누구든, 무엇이든, 언제든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새로운 일들이 일어난다. 아직은 정형화된 포맷으로 부를 수 없는 이 예능들이 지금 유튜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V에서 보던 얼굴들을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게 될 즈음, 새로운 ‘리얼리티’ 예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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