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맨’ (우하머그 uhmg studio)
예시연: 페퍼톤스의 베이시스트 이장원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밴드맨’은 “모든 음악은 밴드로 통한다.”는 말과 함께 밴드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사운드와 연관성이 있는 K-팝을 중심으로 국내외 밴드 음악을 큐레이션하는 “AI 장원 표 알고리즘” 플레이리스트는 세븐틴의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를 J-록 사운드와 기억에 남는 기타 라인, 달리는 기분이 드는 곡이라고 분석하고, 가슴 뛰는 비트와 강렬한 기타 멜로디가 담긴 페퍼톤스 ‘Ready, Get Set, Go!’와 기프트 ‘내최애는송태섭이다’를 이어서 추천한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오마주한 ‘꼬꼬락’에서는 오아시스 대 블러 구도에 대해 설명하거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관객이 되어 깃발 기수와 슬램 등의 관객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밴드맨 Ep.2’에서는 자우림 베이시스트 김진만의 “제일 좋은 게 주목을 안 받은 채로 있는 것.”이라는 말을 통해 음역대가 낮아 사운드가 튀지 않는 베이스 기타와 내향적인 베이시스트의 조합에 대한 일종의 밈을 설명한다. “밴드맨끼리 같이 교류하면서 앞에서 끌어줄 수 있는 팀은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팀을 밀어주는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이 붐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는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의 말처럼 ‘밴드맨’은 K-팝과 록 페스티벌 그리고 연주자의 심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까지 밴드와 접점이 있다면 무엇이든 넓고 깊게 콘텐츠로 만든다. 밴드 음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밴드 음악과 문화를 친숙하게 잇는 이 음악 예능의 등장은 밴드 음악을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 외쳤던 염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밴드 붐은 온다!”
‘되고 싶었어요’ + ‘윙’ - 브로콜리너마저
나원영 (대중음악 비평가) :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가 발매되기 몇 달 전, ‘EBS 스페이스 공감’의 20주년 기념 ‘명반 시리즈’에 출연한 브로콜리너마저는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밴드가 겪어온 시간을 탈락과 무엇보다 실패의 경험으로 요약한다. 그 실패를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르려는 시도의 실패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은 무수한 재녹음(‘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과 재발매(‘앵콜요청금지’) 그리고 재해석(‘B-SIDE’와 ‘이른열대야’)으로 이뤄진 끊임없는 재시작 속에서도 지금까지 스스로를 지속해왔으므로. ‘2009년의 우리들’이 남긴 보편성이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 (따라서 청자들에게 청춘이나 위로, 어쩌면 공감의 상징으로 이상화되듯) 느껴지는 것과 달리, 그때를 ‘졸업’한 2010년대부터의 브로콜리너마저는 흘러가는 시간에 신경을 쓰면서도 그와 꾸준히 대화를 주고받으며 여기까지 왔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덕원이 “새롭게 쓰는 가사들은 결국 이제 미래에 대한 질문이고 과거에 대한 답변이고 또 그 반대이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고 한 것처럼.
이는 이번 음반의 주제인 닳아감과도 연계된다. 닳아가는 시간에 과거가 남긴 흔적은 고유명사의 인용으로 향수를 생성하는 ‘요즘 애들’이나 ‘너를 업고’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로도 두드러지지만, 한 흐름으로 길게 이어지는 ‘되고 싶었어요’와 ‘윙’은 닳아버린 현재에 대한 정경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편을 택한다. 잔디의 건반으로 시작되어 동혁의 전기기타를 거쳐 류지의 드럼을 타고 밴드 전원의 합으로까지 고양되는 동안, 과거형에서 현재형으로 넘어가는 노랫말에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그래도 해야” 하기에 멈추지 못하는 이들의 날갯짓이 담긴다. 거기선 왜인지 정규 2집을 가득 채운 서늘한 체념이 연상됐는데, 어쩌면 이건 음반에서 가장 록적일 두 곡의 연계가 (이번 음반의 맨 끝에서도 들을 수 있는) 합창으로 마침표를 찍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졸업’의 끝에 숨겨져 “울지 말고 잠이 들면 아침 해가 날아들 거야”라고 입 맞춰 부르던 합창이 떠올라서 그러려나? 시간의 부단한 속도에 맞춰 꾸준히 닳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로콜리너마저마저 “약간의 승리와 그만큼의 패배를 반복하며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채 여전히 시도하고 지속하고 있다는 이 사실에서, 나는 약간이나마 희망을 챙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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