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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김복숭(작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TVING

‘대도시의 사랑법’ (TVING)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박수민: “오늘 밤에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수많은 연인들이 사랑하고 이별하겠지.” 서울에 사는 주인공 고영(남윤수)도 그 수많은 연인들 중 하나로서 매일 성실하게 사랑하며 다양한 만남을 갖는다. 서툰 관계 끝에 먼저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남규(권혁), 함께라면 “우주에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영수(나현우)와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는 인생에 서로의 농담이 되어준 규호(진호은),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하비비(김원중)와의 인연까지. ‘대도시의 사랑법’은 옴니버스식 구성을 통해 각 에피소드마다 고영의 특별한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작가인 그가 경험한 사랑을 소설로 남기며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정서로서의 ‘사랑’을 조명한다. 또한 서울과 방콕을 오가는 배경에서, 이른바 ‘도시’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겪는 상황과 감정을 함께 나누며 보편의 세계를 확장한다. 전 세계 어디서든 도시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기에, 그 속에서 사는 이들의 외로움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들은 “갈 곳 없는 사랑”을 속으로 삭히기도 하고, “평생 함께할 것 같았던 사람과는 더 이상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라는 고영의 물음은 게이라는 성적 정체성으로 인한 자조를 넘어, 매일 혼란스러운 도시의 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도시의 사랑법’은 사랑을 통해 진실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우리 모두에게 솔직한 위로를 전한다. “어쩌면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일지 모른”다는 고영의 편지처럼,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며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말이다.

APT. - Rosé (feat. Bruno Mars)
랜디 서(대중음악 해설가): 언어는 국경을 넘나들며 변화한다. ‘Apartment’는 한국에 들어와 ‘아파트먼트’가 되고 또 ‘아파트’가 되었다. 로제의 신곡은 ‘APT.’라 표기하고 당당하게 ‘아파트’라고 읽는다.
곡은 단순한 구조다. 신나는 드럼이 전반에 깔린다.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에서는 토니 베이즐의 ‘Mickey’를 ‘인터폴레이션(신곡을 만들면서 기존에 있던 곡을 차용, 재연주해 넣는 것을 의미)’했다고 밝혔다. 멜로디도 전개도 예상이 가능하게끔 어렵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함께한 브루노 마스는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단순한 팝 멜로디를 스타일리시한 가창으로 불러내 여러 번 히트시킨 가수다. 로제 역시 그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가창으로 정평이 나 있는 보컬리스트이고 말이다. ‘APT.’는 술자리 게임이라는 웃음 나는(unserious) 소재가 무얼 불러도 ‘간지 날’ 보컬들을 만나 즐겁지만 우습지 않은 멋진 팝으로 태어난 곡이다. 접근이 쉬우면서도, 여전히 노래하는 그들을 스타로 우러러볼 만큼 멋스럽다.
최근 10여 년간 미디어를 통해 한국 ‘인싸’ 문화에 호감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젊은 로제 혹은 박채영의 모습을 곡에 녹여내 이런 호기심까지 자연스럽게 자극한 점이 특히 영리하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김복숭(작가): 작가 윤정은의 따뜻한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주인공 지은에게는 남을 도울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그가 살고 있는 고대 마을 사람들 모두 각자의 마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그녀에게 두 가지의 마법 같은 능력이 있다는 사실, 특히 두 번째 힘은 꿈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이라는 사실은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또 펼쳐낸다(물론 이 책은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이야기의 속도감이 중요한 책은 아니다). 우연히 가족의 존재를 꿈꾸게 된 지은. 지은은 천년의 삶을 살다 마침내 새로운 마을에 정착하여 꿈꾸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열고, 그곳에서 치유의 힘을 사용해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지은이 만나는 인물들과 주변 커뮤니티가 지은이 다른 삶으로 사라지지 않고 스스로를 도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이야기 자체는 자조적인 접근보다도 소설적인 접근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비슷한 장르의 많은 책과 마찬가지로, (약간 우울한 도입부만 넘기면) 따뜻한 분위기가 책의 전체적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마법 같은 리얼리즘을 좋아하지만, 휘몰아치는 감정선보다는 편안한 휴일 같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윤정은의 이 책을 서슴없이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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