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소녀단’(tvN)
정다나: “여자 네 명이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영화야. 캐릭터는 정해져 있어. 무조건 완주야.”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연예인들이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무쇠소녀단’의 첫 회에서 진서연이 출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무쇠소녀단’의 목표는 영화 속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서사처럼 보였다. 배우 진서연, 유이, 설인아, 박주현 네 사람이 수영 1.5km와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 총 거리 51.5km를 내달리는 극한의 스포츠인 철인 3종 경기의 완주를 꿈꾼다. 꾸준한 헬스 트레이닝으로 근력에 큰 강점을 가졌지만 어릴 적 트라우마로 생긴 물 공포증을 극복해야 하는 진서연, 수영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체력을 가졌지만 자전거 타기를 두려워하는 유이, 모든 훈련을 늘 완벽하게 해낼 만큼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졌지만 잦은 부상과 ‘사이드 스티치(달리기 중 발생하는 복부 통증)’로 어려움을 겪는 설인아, 이전까지 주변으로부터 “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권유를 들어왔지만 약한 관절과 햇빛 알레르기를 극복해야 하는 박주현까지. 이들은 ‘철인 3종’에 앞서 가장 큰 장애물인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만 했다.
스포츠의 핵심적인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경쟁은 ‘무쇠소녀단’에서도 유효하다. 1회에서 박주현은 다른 출연자들을 보며 스스로에 대해 “뭔가를 꾸준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5km 달리기를 완주해낸다. 더불어 무쇠소녀단 네 명은 현직 육상 선수로 구성된 육상 팀, 도합 30년 헬스 경력 및 평균 연령 71.5세의 헬머니(헬스+할머니) 팀,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국가대표 유도 팀, 현직 경찰과 소방관,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제복 팀과 크로스핏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 중에도 모든 출연진은 5위를 기록하는 헬머니 팀의 완주를 한마음으로 응원한다. 123층 수직 마라톤 중 박주현이 뒤처지자 유이가 그를 격려하기 위해 10층을 한걸음에 뛰어 내려가는 것처럼, 무쇠소녀단 네 사람은 서로를 끝없이 격려한다. 그들의 단장인 김동현 역시 네 사람의 곁을 지키며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친근하고 따뜻하게 그들의 성장을 짚어준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끝없는 격려와 연대를 동력 삼아 4개월 동안 스스로와의 무한한 경쟁을 펼친 무쇠소녀단 네 명은 결국 프로그램의 목표였던 ‘2024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 컵’ 완주를 전원 해냈다. 아직 ‘무쇠소녀단’을 보지 않은 시청자가 있다면, 모든 회차를 끝까지 본 후 다시 첫 회로 돌아가 진서연이 “영화”를 언급하던 순간을 다시 볼 것을 권한다. 마치 영화 같던 꿈이 어떻게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Spotify Anniversary 시리즈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대중음악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확장판 음반이나 특별 공연은 오래된 형식이다. 최근 흥미로운 발견이 있다면, 스트리밍이나 소셜 미디어 덕분에 개별 트랙이 음악 소비의 중심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무엇을 기념해야 할지 정하는 기준은 여전히 앨범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는 종종 특정 앨범의 애니버서리 EP와 유튜브 동영상을 발표한다. 올해의 경우, 이사이아 라셰드의 ‘Cilvia Demo’ 10주년 , 위저의 ‘Weezer(Blue Album)’ 30주년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데뷔 앨범 ‘Christina Aguilera’ 25주년을 기념한 바 있다.
아티스트는 LA의 스포티파이 스튜디오에서 앨범의 히트 곡을 라이브로 선보인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비디오는 각 노래마다 아티스트와 앨범에 기여한 조력자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위저의 경우, 밴드의 어시스턴트이자 비공식적인 ‘제5의 멤버’라고 불렸던 칼 코흐(Karl Koch)가 등장한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그의 초기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프로듀서 론 페어(Ron Fair), 송라이터 헤더 홀리(Heather Holley)와 추억을 나눈다. 그리고 라이브 음원은 EP의 형태로 스포티파이에서 독점 서비스된다.
전통적인 확장판 앨범이 새로운 마스터링, 비공개 테이크, 당시의 라이브 음원으로 분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할 때, 스포티파이는 대부분의 청자에게 중요한 트랙 몇 개에 집중한다. 그것을 지금 이 순간의 공연으로 풀어내고, 대신 당시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수 있는 친구들이 함께한다. 보통의 확장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위저는 ‘Weezer’의 30주년 박스 세트도 함께 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앨범의 기념품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30분가량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면, 스포티파이도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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