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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서,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디자인MHTL
사진 출처넷플릭스

‘아케인 : 시즌 2’ (넷플릭스)
*‘아케인’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민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 시리즈가 던지는 질문이다. 시즌 1은 지하 도시 자운과 상류사회 필트오버의 갈등이 영원할 것만 같던 혈연과 우정의 고리를 끊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린 파우더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던진 마법 수정 폭탄은 그들에게 아버지와도 같았던 밴더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친밀한 자매였던 파우더와 바이는 결별하게 된다. 파우더는 한때 밴더의 가까운 동료였지만 원수가 된 실코에게 거둬지며 ‘징크스’로 변모하고,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자운의 독립이 필트오버 의회에서 승인되던 순간에 필트오버 의사당을 향해 로켓을 쏘고 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피가 끝없이 흐르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성이 남긴 마지막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바이는 징크스가 다시 파우더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쉽게 저버리지 못하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에코 역시 징크스를 죽일 기회를 얻었음에도 일격을 망설인다. 실코 역시 딸처럼 아꼈던 징크스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그를 위로한다. 요컨대 ‘아케인’ 시즌 1은 사회적 비극이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고 연대를 끊어내는지, 그럼에도 어떻게 인간성이 여전히 살아남는지에 대한 서사였다.

시즌 2는 앞서 시즌 1이 보여준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자운과 필트오버 사이의 갈등은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 폭력을 폭력으로 진압해야 할지, 혹은 그럼에도 폭력적인 수단은 최소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필트오버에 징크스가 벌인 테러 이후, 그의 푸른 머리카락은 자운에서 혁명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반면 바이는 연인인 케이틀린을 따라 필트오버의 집행자가 되어 징크스를 쫒아 엇갈려버린 혈연을 바로잡고자 한다. 녹서스 대륙의 군주 암베사는 의도적으로 필트오버의 정세를 악화시킴으로써 녹서스 군을 정세에 개입시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그의 딸이자 필트오버의 의원인 멜은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그에게 맞서고자 한다. 한때 자신과 결합된 마공학 핵이 파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학자 빅토르는 자신을 살린 핵의 힘으로 빈민을 도우며 평화로운 커뮤니티를 꿈꾸지만, 마법 공학의 부작용을 우려한 옛 동료 제이스에 의해 육체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빅토르는 “우리를 가장 큰 선으로 인도하는 바로 그것(인간성)이 우리에겐 가장 큰 악의 근원”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마공학 핵으로 자신과 연결된 추종자들을 기계화시키고, 이는 또 다른 전쟁의 원인이 된다. ‘아케인’의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의 가치 판단에 따라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성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결론으로 치닫기도 한다. 누구도 온전히 선하거나 온전히 악하지 않다. 사랑을 뒤집으면 강력한 증오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많은 갈등을 낳는 인간성을, 우리는 왜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가? ‘아케인 : 시즌 2’가 남기는 질문이다.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 10’ - 히라오 아우리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어느덧 일본 걸그룹 모닝구 무스메(モーニング娘。)를 좋아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모닝구 무스메는 처음 결성된 1997년부터 현재까지 비정기적으로 멤버가 그룹을 ‘졸업’하고 새 기수가 들어오는 로테이션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약 13년간, 일수로는 4,818일 동안 메인 댄서로 활약했던 이시다 아유미가 12월 6일을 마지막으로 모닝구 무스메를 졸업한다. 그리고 지난 11일,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약칭 ‘최애부도’)’ 10권이 출간되었다. 10권에서는 작중 그룹 챔잼(ChamJam)의 명실상부 리더, ‘레오’의 졸업을 다룬다.

‘최애부도’는 그룹 내에서 가장 인기 없는 멤버 ‘이치이 마이나’와 그런 마이나만을 유일하게 ‘덕질’하는 에리피요의 우당탕탕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연재가 진행될수록 ‘최애부도’는 점점 더 일본 걸그룹의 현실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품이 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일본 걸그룹은 25세를 기점으로 그룹을 졸업하고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이 1권부터 자신의 나이 25세를 끊임없이 복기하며 졸업에 대한 복선을 깔고 있던 리더 ‘레오’를 통해 그려지고 있다.

고참 멤버의 졸업을 앞둔 일본 걸그룹 ‘덕후’가 읽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왜 레오의 졸업 결정을 말리지 않았냐는 멤버들의 질문에 대표는 “남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한다. 그 말이 맞다. 팬들은 아이돌의 실제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아이돌도 팬도, 앞으로 나아간다. 모닝구 무스메 또한, 지금껏 그래왔듯 이시다 아유미가 졸업한 뒤에도 계속 활동할 것이다. 챔잼(CharmJam)도 마찬가지다. ‘레오’가 졸업했어도 남은 멤버들은 최종 목표인 부도칸을 향해 여전히 달려갈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했던 팬으로서 말해보고 싶다. 그래도 영원한 게 아무것도 없는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했던 이들만큼은 영원히 있어달라고 한 번은 말해보고 싶다. 그게 팬의, 덕후의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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