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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안, 배동미(‘씨네21’ 기자),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디자인MHTL
사진 출처JohnMaat YouTube

BYOB (JohnMaat)
배지안: 쇼의 제목인 ‘BYOB’, ‘Bring Your Own Booze’를 직역하면 ‘당신의 술을 가져오세요’지만 술이 약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호스트인 박준형부터 술보단 콜라를 좋아하기 때문! K-팝 1세대를 이끌어온 박준형과 브라이언이 영어로 진행하는 토크쇼 ‘BYOB’는 박진영, 티파니 영, 닉쿤, 뱀뱀, 제이크 등 K-팝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게스트들과 함께한다. 첫 화 게스트인 티파니 영은 30대에 접어들면서 호스트들의 노래인 god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노래가 “hits different”하다고 표현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노래라도 다른 감정과 느낌을 전하는 음악의 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엔하이픈 제이크에겐 이번 ‘BYOB’ 출연이 첫 단독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앞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K-팝 활동을 경험한 호스트들은 한국과 호주를 왕래하며 자랐고 비교적 짧은 연습생 기간을 거쳐 데뷔한 제이크에게 고민은 없는지, 힘들 땐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물었고, 제이크는 “I don’t feel sad.”라고 대답한다. “나도 어릴 땐 내가 처한 상황들 때문에 이랬어.”라고 자신의 경험으로 운을 띄운 박준형은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언젠가 터질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꼭 ‘취중’이 아니어도 '진담’이 가능한 이유는, 각기 다른 세대와 문화를 거쳐왔어도 결국 이들이 같은 ‘’을 걷고 있기 때문 아닐까.

‘말할 수 없는 비밀’
배동미(‘씨네21’ 기자): 독일에서 유학 중인 유망한 피아노 연주자 유준(도경수)은 쇼팽 콩쿠르에 나갔다 쓰러진다. 압박감에 손을 심하게 떨더니 심장까지 무리가 갔기 때문인데, 그 사건으로 유준은 한국으로 돌아와 피아노엔 손도 대지 않는다. 아버지는 그러나 “콩쿠르 떨어지고 온 거 축하해.”라며 5년 만에 귀국한 유준을 내심 반기는 눈치다. “사랑을 모르고 어떻게 예술을 하니?”라며 교환학생으로 간 한국 대학에서 진한 사랑을 경험하길 은근히 부추기기까지 한다. 마침 유준은 피아노 연주 소리에 이끌려 들어선 음대 내 오래된 연습실에서 정아(원진아)를 만난다. 사랑이 시작될 만도 하지만, 정아의 미스터리한 면이 점점 드러나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아는 학과 수업에 자주 빠지고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으며 심지어 휴대전화도 없다. 연락도 마주침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유준은 그녀를 향한 감정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같은 제목의 대만 청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피아노 배틀’과 남녀 주인공의 합동 연주 장면이 이번 영화에도 등장하는데, 설득력은 더 높아졌다는 점이 반갑다. 원작에선 돌출적으로 연주가 시작되고 이후 대사로 그 이유가 설명됐다면, 이번 작품에선 힌트가 주어진 뒤 자연스럽게 연주가 이어진다. 손편지, 종이에 메모한 전화번호, 하염없이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기 등 시간을 들여 마음을 전하는 사물들과 몸짓들이 영화 전반에 배치돼 두 사람이 맺어질까 궁금해하는 관객으로선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원작이 천식을 가진 여주인공의 연약함을 이용해 슬픈 상황을 이끌어내는 반면, 리메이크 작에서 아픔을 떠안는 건 남자 주인공이란 점도 특기할 만하다. 유준의 콩쿠르 트라우마 아픔은 정아를 통해 회복되고, 정아와의 시간 덕분에 수많은 곡의 서정성을 더 잘 이해하는 연주자로 유준은 성장한다. 이는 영화 ‘덕혜옹주’, ‘행복’, ‘외출’ 등의 각본을 쓴 서유민 감독이기에 가능한 서브텍스트가 아닐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본다는 건, 누군가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눈빛과 그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감정을 극장에서 느끼는 드문 시간이 된다는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두 주인공의 눈이 처음 마주치는 순간, 같은 음악을 들으며 두 사람이 미소 지을 때, 함께 탄 버스에서 잠든 이의 머리를 다른 한 사람이 받쳐줄 때, 배우 도경수와 원진아가 보여주는 따뜻한 눈빛은 영화를 한층 더 각별하게 만든다. 

‘유미스턴스’ -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
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언제부턴가 잠들기 전 자연스럽게 유튜브에 들어가, ‘수면’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재생목록을 연다. 거기에는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에 올라온 영상만 9개가 들어 있다. ‘[ASMR] 러쉬알바 RP(Role Play)’, ‘[ASMR] 동네미용실 RP’, ‘[ASMR] 북한 에스테틱샵 RP’…. 강유미의 유튜브 채널을 세상에 알린 ‘[ASMR] 도를 아십니까 RolePlay’ 영상도 당연히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독보적인 그의 캐릭터 ‘도믿걸’ 영상이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덧 4년이나 되었다. 4년이라니! 하지만 그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유미는 ‘도믿걸’에 갇혀 있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계속해서 구축해 나갔다.

강유미만의 꼼꼼한 관찰력과 능청스러운 연기력은 재밌게도 광고 영상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주어진 소재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제약이 오히려 그에게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는 것일까? 지난 2023년 이혼 사실을 고백한 뒤 만들었던 뷰티 브랜드 달바의 반반크림 광고 ‘돌싱 브이로그’는 이혼을 한 강유미 본인의 진솔한 심정과 광고 내용 그리고 위트까지 모두 담아내, 이 광고 영상을 보며 어떤 이는 감탄했고,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영화 ‘서브스턴스’를 패러디한 이번 ‘유미스턴스’도 마찬가지로 광고다. 놀랍게도 한우를 광고하고 있는 이 영상은 ‘서브스턴스’의 주제와 주요 스토리라인, 극단적인 클로즈업 연출, 주인공이 입고 다니는 노란색 코트마저 가져왔지만 한국의 현실에 맞게 그리고 한우 광고라는 의도에 맞게 ‘서브스턴스’를 놀라운 방식으로 재창조해냈다. 지난 2024년 7월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예전에 제가 그랬듯이 내가 나를 가해하는 목소리의 굴레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젊은 여성에게요.”)이 저절로 떠오른다.

지금 134만 구독자가 있는 ‘좋아서 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40대의 강유미는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Go! Go! 예술 속으로’를 진행했던 20대의 강유미보다, tvN에서 ‘SNL 코리아’와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30대 강유미보다도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나는 앞으로도 그를 영원히 응원할 것이다. 부디 신이시여, ‘유미스턴스’ 속 강유미가 빌었던 소원처럼 그가 ‘건강하게 나이 들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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